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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계급투쟁 - 난민과 테러의 진정한 원인
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희상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지젝은 현재 유럽에 커다란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는 난민 문제의 근원을 자본주의의 세계화에서 찾는다. 그는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말을 빌어 자본주의의 세계화는 개방과 정복 뿐 아니라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세계를 목표로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난민은 '외부'로 분리되는데, 아프리카의 독립성을 방해하는 서구의 정치 경제적 정책, 리비아와 이라크 등에 대한 강대국의 직접적 개입이 그 국가들을 폭력과 가난으로 얼룩진 '외부'로 위치시키고, 그로부터 탈출하려는 난민의 행렬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진보 좌파가 주장하는 것처럼 무조건적인 개방도, 대중영합주의자들이 말하는 유럽적 생활방식의 수호도 아닌, 난민이 더 이상 자신들의 땅을 떠나지 않도록 전 세계적으로 사회의 기초를 재건하는 일이 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거기에다 난민에 관대한 좌파의 '금기'가 오히려 문제의 해결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젝은 지적한다. 문화제국주의나 파시즘적 징후, 또는 인종차별주의라는 비판을 의식하여 서구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거나 고유 생활방식의 수호에 대한 논의 자체를 회피함으로써, 또한 이슬람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거부하거나 난민을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의 두려움을 인종차별적 선입견으로 매도함으로써 오히려 반이민 대중영합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우리(유럽인들)의 생활방식이 외부로부터 침입한 이방인에 의해 위협받는다는 식의 생각은 오류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생활방식의 파괴는 글로벌 자본주의, 즉 우리 자신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재하는 '통합'의 문제는 있다.  난민은 보통 서구 복지국가의 혜택을 누리기 원하지만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전혀 합치하지 않는 자신의 생활방식을 고집한다. 지젝은 이에 대해 생활방식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는 서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그로 인한 어느 정도의 소외는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이웃'이란 원래 '침입자'이며 다른 생활방식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난민의 문제를 인도적 동정으로 풀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대다수 난민이 '우리와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여지 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는 정확히 말하면 난민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더 이상 우리가 생각했던 그 사람 - 인도주의적 동정론자 - 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지젝은 여기서도 규칙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두가 의무적으로 지킬 최소한의 규범 - 종교의 자유, 여성 인권 등 - 을 만들고 그 제한 내에서는 생활방식에 무조건적 관용을 행하는 식으로 말이다. 

결론적으로 지젝은 계급투쟁을 다시 의제로 삼아야 하며 '우리'가 '저들' (난민 노동자 계급)과 연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갈수록 파괴되는 우리의 생활방식과 난민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세계화라는 동일한 근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문화투쟁이 계급투쟁을 대체하고 있다. 좌파는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다문화에 관대한 입장을 대변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는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적대관계를 드러내지 못한다. 그에 반해 계급투쟁은 다른 모든 대립성을 중층결정(알튀세르적 의미에서)하는데, 이는 모든 대립을 아우른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지극히 모순적인 다양한 적대성들을 '등가의 사슬'로 연결해준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이슬람 파시즘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 계급간의 적대성, 그리고 보수주의의 작은 정부 정책과 그로 인한 보조금 삭감으로 빈곤에 빠진농부 사이의 적대성 모두 계급투쟁이라는 범주에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지젝은 이런 연대가 유토피아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실제로 패배할 것이고, 패배함이 마땅하다는 말로 책을 맺는다. 아무리 대안을 역설하고 주장을 피력하지만, 그 역시 현실 상황의 복잡다단함과 엄중함을 주지하고 있기에 하는 말이리라. 물론 이는 현재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한국 사회는 아직 어느정도 관망하는 입장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를 둘러싼 사회 문화적 갈등이 종종 불거지는 것 역시 현실이다 보니 남의 이야기라고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새로운 계급투쟁>은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이웃'과 관계맺는 법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도 역시 유용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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