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크래시 - 세계경제를 약탈하는 법
대릴 커닝엄 지음, 권예리 옮김 / 이숲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만난 책. 읽어 봐야지 하고 찜해 두었던 책을 읽었습니다. 한 마디로 대단하네요. 전혀 이름도 몰랐던 아인 랜드란 인물을 만나고 2008년의 세계경제 위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발생했는지를 알려주며 보수주의의 자유주의의 심리적 특징, 현 경제상황에 대한 대응 태도 등을 전달하는 책입니다. 그림체는 상당히 투박하지만 그 안에 실린 내용은 (매우 쉽고 매끄럽게 쓰인) 경제학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말 멋진 책입니다.

 

책은 1부 아인 랜드, 2부 크래시, 3부 이기주의 시대로 구성되었습니다. 아인 랜드? '보수주의 사상을 이해하는 관문이자, 보수주의 정신이 현대 사회에서 자유무역, 시장 개방, 민영화, 규제 철폐, 민간 부문의 역할 확장을 장려함으로써 어떤 식으로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를 승리로 이끌었는가를 이해하는 관문'(8쪽)이었다고 저자는 고백합니다. 결국 아인 랜드란 여인은 미국 보수 우파의 사상적 기틀을 마련하고 현재까지도 그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인물입니다.  책을 읽다 보니 그녀가 쓴 '파운틴헤드', '아틀라스'가 궁금해 집니다. 대체 어떤 내용이 1,300만부라는 어마어마한 판매고로 이어져 있는지 말이죠. 하지만 읽고 싶진 않습니다.  아인 랜드는 '신을 믿거나, 이타적 목표를 세우거나, 자신에게 명령하는 독재자에게 의존해 살아가면서 자기 정체성과 무관한 삶의 의미, 혹은 무의미한 삶을 좇는'(29쪽) 이들을 가리켜'중고인간'이라 칭합니다. 나아가 그녀는 소수 엘리트들로부터 세금을 받아 사회적 약자를 돕는 정부의 행위를 도둑질이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그녀에게는 '아무런 제약 없는 자유시장계제 자본주의는 무능력한 빈곤층이 자신의 게으름으로 자초한 결과를 책임지는 도덕체계(76쪽)였습니다. 그러니 가난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일 뿐입니다. '극단적인 엘리트주의자!' 이것이 제가 느끼는, 그리고 작가가 느낀 아인 랜드입니다.

 

2장은 상당히 어렵게 읽었습니다. 투자은행과 시중은행의 차이, 신용파산스왑, 부채담보부증권, 바보 이론, 파생상품, 옵션 등의 다양한 경제 용어가 나옵니다. 책에 설명이 되지만 워낙 경제에 문외한이라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무튼 어떤 경로로 2008년의 세계경제위기가 발생했는지를 상당히 자세히 서술합니다. 아마 만화가 아니었다면 바로 책을 내려놓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런 것이 만화의 장점이지요. 세계 금융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월스트리트. 이들이 얼마나 추악하게, 얼마나 기상천외하게 그들의 부를 축적했는지를 알게 되니 기가 찹니다. 수많은 서민의 경제적 파산 과정에서도 이들은 단물을 온전히 빼 먹었다니... 더우기 우리에게 이름도 익숙한 골드만삭스가 보험회사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파산과정에서 수익을 얻은 대목(사실 그 과정이 잘 이해가 되진 않습니다.)이나 그리스의 EU 가입과정에서의 사기(?) 과정 등은 경악스러울 따름입니다. 또한 S&P, 피치, 무디스 등의 신용기관들이  이 과정에 개입해서 또 막대한 이익을 얻습니다. 자신들의 이익 외에는 어떤 가치도 없었던 월스트리트의 사람들. 공공선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존재하는 않는 곳이 월 스트리트이고 미국이라는 나라였습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장이 3부입니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성향을 먼저 제시합니다. 뇌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심리적 특성, 여가생활, 인간관계, 직업 등의 생활방식도 그들은 다르다고 합니다.(163쪽) 그렇기에 이 둘 사이에는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시카고 대학에서 진행한 에이즈에 걸린 네 집단(세 집단은 에이즈 감염 경로가 알려지기 전에 걸린 이들. 네 번째는 이를 안 집단)에 대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반응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진보주의자들도 불안과 공포를 느끼면 선택에 있어 보수주의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결론. 유언비어와 공포를 통해 사회를 지배하는 보수 세력의 수법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또 우익 민간차원의 정치 운동 단체인 '티 파티', 찰스 코크가 세운 '카토 연구소' 등이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정책들. 노동자가 아닌 최고 부유층을 위해 정책들이 먹혀 들어가는 현실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정부 지출 감소와 세금 감면을 요구하는 티 파티 운동가들은 그들 자신도 모르게 이기적인 거대기업의 이익에 기여하고 있다(229쪽)는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결국 그들의 요구는 아인 랜드가 꿈꿨던 사회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부의 양극화, 사회적 격차의 증가 등 경제적 부조리를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의 사회 약자층에 원인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 주체, 정책의 주체에게 책임을 물어야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있다(231쪽)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절망하고 좌절하지 말고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에 저항하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232쪽)고 저자는 말합니다. 아인랜드의 이기주의가 틀렸다고, 이타주의는 도덕적 약점이 아니라고, 이기주의를 거부할 때가 되었다고.

 

책 내용을 어느 정도나 이해했을까요? 솔직히 자신이 없네요. 다만 아인 랜드라는 여인이 미국 신자유주의의 정신적 지주라는 것. 2008년의 세계경제 위기에서 거대금융그룹과 신용평가기관이 자신의 책무를 방기하고 막대한 이득을 거뒀다는 것. 그 과정에서 아인 랜드의 객관주의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성향이 결정된다는 것, 현재의 상황에 절망하지 말고 이기주의를 거부하는 이타주의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나 될까요? 책이 전해주는 내용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까지는 아니고... 열등감 정도를 느끼게 했던 책입니다. 그래도 거친 만화 속에서 상당히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준 책이기에 만족감은 상당히 높습니다. 다시 읽어봐도 좋을 책인 것 같습니다. 실천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밑줄 그은 문장들로 글을 맺습니다.

 

신입사원한테는 가위, 수정액, 스카치테이프를 선물했어요. 금융전문가라면 절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죠.(112쪽)

 

시장은 막강하지만, 도덕성이 없다. 시장의 운영방식은 인간이 결정한다.(153쪽)

 

일반적으로 인간의 성격을 특징짓는 요소들을 이야기할 때 심리학에서는 다섯 가지 특성을 들곤 한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이 그것이다.... 보수와 진보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특성은 성실성과 경험에 대한 개방성 두 가지다. (165쪽)

 

보수주의자의 편견은 노력 없이 이득을 얻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데서 비롯한다. 좌파에게 공정성은 평등을 뜻하지만 우파에게 공정성은 노력과 이득 사이의 정비례 관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결과가 불평등하더라도 누구나 기여도에 비례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201쪽)

 

시장은 막강하지만, 도덕성이 없다. 시장의 운영방식은 인간이 결정한다.(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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