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문이 열리면 마음이 자라는 나무 44
범유진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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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아늑한 공간, 낡은 책 종이 냄새가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공간, 그래서 혼자 숨어 있기 딱 좋은 공간, 그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이 소설 도서부 아이들은 모두 이런 공간을 원했다. 상처받고 아프고 속상한 마음을 달래지고 위로해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그 위로를 책에서 받았고 책이 만들어주는 포근한 분위기에서 받았다. 이런 공간을 향해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갈 마음만 있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활짝 열려 있는 공간, 그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 중에는 씨앗을 가진 이들이 있다. 불안이나 고민 같은 이름이 붙은 씨앗. 그 사람들이, 그 씨앗에서 질긴 절망이 피어나기 전에 이곳에 왔으면 좋겠다. 사서 선생님이 좋아하는 이 공간에서, 씨앗의 이름을 바꾸어 줄 이야기를 만났으면 좋겠다.(45쪽)

아무도 나를 아는 척 하지 않는 공간에서 한없이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을 때가 있다. 대부분, 상처를 받고나 기분이 몹시 상하거나 혹은 사람들로부터 무척 시달려 이제 어느 곳에서도 사람의 인기척이나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을 때. 그럴 때 도서관에 잠입해 들어갈 때가 있다. 도서관은 늘 조용하고 또 아는 사람을 마주칠 가능성이 적다. 어느 책장 앞에 서 있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고 또 가만히 구석진 의자 깊숙하게 틀어박혀도 누가 간섭하거나 눈길을 주지도 않는다. 이 만큼 소중하고 고마운 공간이 또 있을까.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이 하고싶은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떤 모습의 나여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품고 나아가야 하는지, 자기 스스로를 제대로 볼 줄 알게 된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신을 홀로 두었을 때가 바로 가장 좋은 성찰의 순간이니까. 그런 성찰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공간이 도서관인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서관의 문이 열려야 하는, 닫히면 안 되는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

나도 혼자 있을 곳이 필요했거든요. 처음 도서관에 왔던 것도 그래서였어요. 내 생각에는요. 누구든 나답게 있을 장소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선배가 화가 난 걸 이해는 하지만......, 도서관이 지금 나한텐 그런 소중한 장소거든요.(144쪽)

그러면서 이 공간에서 한 명 또 한 명, 서로 비슷한 마음들로 모이는 아이들이 생기게 되고, 그런 아이들이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어떤 시간이 쌓여야 진정, 나다운 나를 만날 수 있는지도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 모든 것의 힌트가 주어지는 곳이 도서관이고, 도서관에 꽂혀있는 책이다.
이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 듯 보이지만, 정작 진짜 답은 도서관의 책에서 찾았다. 책을 펼쳐 그 이야기에 빠져들고, 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되짚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누가 억지로 시켜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별 이유 없이 이끌리 듯 찾아간 도서관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이 아이들 앞에 책이 펼쳐졌고, 그 책은 아이들을 한뼘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이 정도라면, 도서관의 순기능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도서관이란 공간과 책은 무척 잘 어울린다. 또한 도서관의 책을 찾고 읽는 아이들 또한 너무도 잘 어울린다. 도서관은 책만 있어서는 제 역할이 다 한다고 할 수 없다. 바로 그런 책을 찾고 이 공간을 찾아오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있어야 제대로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기분이 무척 좋아지는 책이다.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하나 둘 모이게 되는 것도, 그 도서관을 통해 하나의 목소리가 만들어지는 것도, 그리고 그들의 관계와 대화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도, 모두 아름답기만 느껴진다.

덧-
두 번째로 만난 범유진 작가의 소설인데, 두 소설 모두 마음이 쏙 든다. 아무래도 다음 작품, 또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될 작가가 되지 않을까, 행복한 기대를 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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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 건설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 삶, 투쟁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외 기획, 이은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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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라는 말을 오랜만에 써보는 것 같다. 일부러도 이 말은 쓰지 않았었다. 사전을 검색해 봤다. '막일, 막일꾼'으로 바꿔 쓰도록 나왔다. '막일, 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하는 노동.' 비슷한 말에 막노동이 있다. '막일꾼, 막일을 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막일이든 막일꾼이든 노가다든, 어느 단어도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만 확실히 확인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건설 노동자를 다른 말로 쓰려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는데, 왜 아직도 이런 단어가 남아있는 걸까, 답답하고 화가 났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너무도 진한 색안경을 끼고 사람들의 삶을 구분하여 저울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걸까. 아직도 1980년대 전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씁쓸할 뿐이다.

예전부터 건설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안 좋잖아요. 현상 수배범 전단에 '노동자풍'이라고 쓸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나라에서는 작업복 입고 지하철 타고 다니는 게 일상인데 우리는 그러면 다 쳐다보지 않을까요? 사람들 인식이 아직도 그런 거죠.(214쪽)

그러니까 말이다. 이게 우리 사회 사람들의 인식의 수준인 것이다. 아직도 화이트와 블루로 색을 나누고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일의 가치를 구분 지으려는 사람들 말이다. 노동의 소중함과 경건함을 모른 채 주변을 둘러볼 줄도 모르는 이들의 시선이 언제 올바른 판단과 관점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지은 죄도 없이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광역수사대 같은 곳에서 이리 와라, 저리 와라 하면 꼼짝없이 불려 다녀야 하니 일할 맛도 안 나고요. 경찰이나 검찰 같은 데서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없는 죄도 만들죠.(167쪽)

경찰이나 검찰이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공정한 잣대로 죄를 묻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측의 이익과 권력에 의해서만 따라 움직이며 그 반대편에 대해서는 무조건 죄를 만들어 씌우려는 태도가 아직도 여전하다니. 공갈 협박 죄로 노동자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행태가 기가막힐 뿐이다. 얼마나 붙일 죄목이 없으면 만들다 만들다 공갈 협박이란 단어를 쓸 정도일까.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 놓은 법이 아닐텐데 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건설 노동자들이 폭력배로 매도되는 상황에 불만이 클 수밖에 없어요.(...) '건폭'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화가 많이 나더라고요. 저희를 폭력배 취급하는 거잖아요. 언론도 계속 노조를 때리고, 심지어 다른 단체에서 한 일까지 민주노총이 그런 것처럼 싸잡아서 매도하더라고요.(125쪽)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 끼워져 돌아가고 있는가가 한눈에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떤 정부가 등장하느냐에 따라 너무도 쉽게 사회가 무너지고 또 횡포와 무시가 난무하게 되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제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움직여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결국은 이런 연쇄작용이 우리 삶의 아주 가까운 부분까지도 침범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연대일 것이다. 바로 노조가 필요한 이유이다. 혼자의 힘으로는 버거울 수 있어도 함께할 때에는 그 힘이 배 이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노조 못 하겠다고 하니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사측이나 자본은 운다고 주지 않는다. 달라고 목소리 내고 외쳐야 한다.(...) 지금 주저앉으면 그다음에 누가 이 일을 할 수 있겠느냐"(42쪽)

이 말도 참 슬펐다. 너무도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임에도 달라고 소리내어 외치고 목소리를 키워야만 겨우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사회가 얼마나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지 않고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울고 울지 않고와 상관 없이, 목소리 높여 외치는 것과 상관 없이, 당연한 것에 대해서는 기꺼이 그 당연함을 보장해줄 수 있는 사회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동'이라는 말에 부정적인 것 같다. 그래서 '노동절'도 근로자의 날로 바꿔 부르는 것일 수도 있다. 왜? 노동자로 인정받고 싶은 1인으로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확립될 수 있는 우리 사회였으면 좋겠다. 이들의 삶을 어느 누구도 함부로 훼손하지 않을 수 있는, 서로의 노동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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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 - 2500년을 초월하는 논어 속 빛나는 가르침
김준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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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오래 가는 문장들이 또 있을까. 언젠가 논어 필사를 하던 때가 있었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 문장 안에 담긴 깊은 뜻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던 기억이 있다. 여전히 높이는 그런 울림을 남겨주고 있다. 어쩌면 지금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다. 지금의 시대가 참, 다채롭고 화려하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것을 점점 잃어가는 시대인 것 같다. 사람이라면 무엇을 잃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 없이, 시간에 쫓기고 상황에 따라가다보니 정작 갖추고 간직해야 하는 것들 죄다 잃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그런 삶이 당연한 것인 듯, 발빠르게 지금의 시대에 발맞추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사회는 사람들을 몰아가는 듯하다. 그러니, 이럴 때 다시 근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건 그만큼의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금이 어느 때보다도 딱, 논어를 읽어야 할 때인 것이다.
언젠가부터 인공지능, AI 없이는 가벼운 대화조차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무엇이든 쉽게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알려주고, 인간의 수고를 한층 덜어주는, 그래서 무척 고마운 존재가 된 듯한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AI를 잘 활용하는 것이 지금의 시대를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뭐든 척척 해주니 그만큼의 노력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게 되기도 하고. 하지만, 이런 AI의 활용이 점점 잦아지면서 점점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줄어들게 된다. 몇 가지의 키워드만으로도 충분히 내가 원하는 것 그 이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데, 굳이, 애써가면서 시간을 들여가면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전전긍긍해야할 이유가 없어지는 듯도 한 것이다.(심지어, 이런 서평을 경우에도 과연, AI가 아닌 인간이 직접 쓰는 시대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일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 올바른, 관계, 배움, 삶.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키워드 5가지다. 이 키워드들만 보더라도 지금의 AI 시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떻게 보면 고리타분한 이야기라고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가 이전과 다르다고 해서 사람이 아닌 기계나 로봇으로 우리가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결국 사람으로 시작해 삶으로 가는 과정에서의 필요한 덕목들이 아닐까.

공자가 '인'을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기 합니다만, 공통으로 '사람다움'을 가리킵니다.(...) AI로 인해 사람이 소외되거나 피해를 보는 일은 없는가, 사람의 존엄성이 침해당하지는 않는가를 감시해야 합니다.(31쪽)

'인'에 대해 공자가 거듭 강조하고 있는 이유가 '사람'에 있을 것이다. 사람일 수 있는 필수 덕목이면서 동시에 사람으로서 대우받는 최소한의 가치일 것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사람이 AI에 밀리거나 소외되고 또 버려지게 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어떤 경우라도 사람의 존엄이 훼손되지 않을 수 있는 AI와의 협업이 필요할 것이다.

이 '신뢰'는 AI와의 관계에서도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이른바 'AI 에이전트'가 인간과 협업하는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AI가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할 때 그 과정이 낯설더라도 일단 믿어 봐야 합니다. AI가 인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신뢰하는 '디지털 마인드셋'을 길러야 합니다.(157-8쪽)

결국 우리의 삶에서 AI를 빼고 생활한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AI와 함께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해야할 것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신뢰. 신뢰받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세종대왕 맥북프로 던짐 사건' 같이 황당한 할루시네이션은 극복되었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학습했을 경우 편향되거나 거짓 해석을 내놓을 위험은 여전합니다. 따라서 AI가 알려 준 정보가 할지라도 무작정 수용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259쪽)

어떻게 우리가 AI 시대를 살아가야 할까에 대해서는 우리 각자가 답을 내려야 할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만 쫓아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과거의 생각만을 고수해서도 안 된다. AI가 우리의 삶 중 많은 부분을 바꾸어놓고 있으며 바뀐 삶의 환경 안에서 우리가 어떤 것을 쥐고 놓을 것인가를 잘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 어떤 것도 주어지는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결국, 이 시대는 어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태도로 사람의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주안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오래도록 사람을 살피고 보듬어왔던 문장들을 만나는 것은 중요하다. 아차 하는 순간 놓치게 될 수 있는 생각들을 차근히 되짚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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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아질 거야, 행복이 쏟아질 만큼
길연우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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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순탄하지 않을 때가 있다. 왜 나한테만, 이란 생각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자책이 꼬리를 잇는다. 땅속에 굴을 파고 내려가야 할 정도로 자존감은 하락한다. '나'는 존재하지 않고 '남'만 존재하는 세상이 된 듯하고, 온 세상이 나를 향해 눈을 흘기거나 손가락질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어디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찾으려는 생각은 없어지고 그저, 나를 탓하는 일만 남는다.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한 채 좌절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된다.
이럴 때 진짜 필요한 책이다. '나'를 향해 내가 손을 내밀어주어야 할 때, '나'를 더 이상 혼자 두지 말아야 할 때, '나'를 향해 내가 달려가 끌어안고 따뜻한 온기를 전해야 할 때 필요한 책. 이 책의 제목이 이제야 정확히 이해가 된다.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 '다 좋아질 거야'라고. 내가 하는 일에 자신이 없고 그저 안 되는 쪽으로만 일이 진행될 때, 누군가 딱 한 사람만이라도 이렇게 말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다 좋아질 거야'라고. 설사 좋아지지 않는다해도 그 말 한 마디가 어떻게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지는, 말이 갖고 있는 힘이 얼마나 큰 지는, 해 보면 안다. 그래서 이게 무척 중요한 것이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나를 믿어주는 것은, 오직 나 자신뿐이니까.(...) 그러므로 나는 나에게 흔들림 없는 확신을 보낸다. 누구의 검증도 필요치 않은, 굳건한 지지를 보낸다.(35쪽)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를 만들어낼 수 있기 위한 건, 자신이 자신에게 건네는 응원이고 지지이고 확신이다. 내가 나를 믿고 나아갈 때 다른 이들도 나를 따르게 된다. 내가 나에 대한 자신이 없을 때 누구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나는 내가 지키는 것, 내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낼 줄 알아야 내가 온전히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매일이 햇살 같지 않아도 괜찮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너무도 다를지라도, 결국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나를 아우를 수 있는, 또 다른 내가 있음을, 이제는 안다.(135쪽)

매일이 좋을 수는 없다. 매일 앞으로만 나아갈 수는 없다. 잠시 주춤할 수도 혹은 뒷걸음을 칠 수도 있다. 또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처럼 나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모습은 바로 나다. 내가 갖고 있는 다양한 모양과 색깔은 각각의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런 모든 모습 또한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필요할 것이다. 내가 나로부터 시작되어 더 크고 다양하고 반짝이는 나를 만날 수 있도록, 나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그런 일도 있는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토닥여 주며
조금 더 나아가 보려 한다.(284쪽)

그러니까. 그런 일도 있는 거지, 어떻게 매번 같은 빛깔만을 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 말이 백프로 공감한다. 오늘 하루, 그럴 수도 있는 거다. 그러니 그런 마음 추스리고 다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으면 된다. 그렇게 내디딘 한 걸음이 두 걸음이 되고, 다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된다. 그런 동력으로 가다보면, 그런 일은 잊고 좋은 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될 테니까.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말이 있다. '현재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고,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심리적인 과정'으로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 대신, 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집중함으로써 정서적 안정과 명료한 인식을 얻을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요즘은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너무도 필요한 듯 보이는데, 이 책을 통해 마음챙김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가만히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기울어져가는 마음을 다시 세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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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아파트에 봄이 왔어요
주미경 지음, 민승지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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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산딸기 아파트 2층으로 이사가도 될까? 산딸기 아파트로 이사가서, 까망코와 친구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도 싶고, 호두 씨와 책 이야기를 나누며 '호두 선생이 보랏빛 문을 두드렸어요.' 다음 문장을 함께 의논해도 좋을 것 같다. 도야 씨가 만들어 주는 산딸기 피자를 얻어먹고 싶기도 하고, 이제 더 이상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되는 늑대 할아버지 아오 씨와 차 한 잔 함께 마셔도 좋을 것 같다. 언제까지고 산딸기 아파트는 봄기운이 가득할 것만 같은 느낌이니, 여기에 살면 늘 봄 기운 가득, 이웃들과 함께 따뜻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란디, 아파트를 칠해 달라고 연락한 게 누구요잉?"

그러게. 이건 좀 미스테리, 궁금한 지점이다. 누가 당깨 씨에게 편지를 써서 아파트에 페인트를 칠해 달라고 연락했을까? 다들 당깨 씨의 방문에 놀라고 예상하지 못한 일인 듯한 반응이었는데 말이다.
호두 씨일까? 다음 이야기를 쓰지 못하고 힘들어 하고 있어, 아파트를 새로 페인트칠하면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부탁한 것은 아닐까? 혹시라도 2층 도야 씨에게 차마 직접 말하지 못한 슬리퍼 이야기를, 당깨 씨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연락한 것은 아닐까? 사실은 '보랏빛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도야 씨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없었지만 이제라도 아파트가 예뻐지면 그 예쁜 아파트를 보기 위해서라도 나갈 마음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소풍 이후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생각하며 아파트를 칠하고 싶어진 것은 아닐까?
설마 늑대 할아버지 아오 씨? 사실은 이웃들에게 관심도 많고 어울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선뜻 그러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있다. 빨간 두건을 쓰고 귀를 보이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을 거지만, 그 사정을 감추고 생활하고 있다. 그러니, 내심 이웃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당깨 씨한테 연락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까망코가 이 모든 일을 계획한 것일 수도 있겠다. 당깨 씨가 산딸기 아파트를 찾아왔을 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까망코였고, 페인트 칠하는 것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한 것도 까망코다. 까망코는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고, 늑대 할아버지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갔다. 누구와도 서슴없이 친해지고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모두 갖추어져 있던 아이가 까망코. 그러니, 까망코의 계획에 따라 각 이웃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며 자연스레 함께 보여 이야기 나누고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누구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이 산딸기 아파트에 이들이 함께 지내게 될 지가 더 중요하다. 이미 산딸기 아파트에 봄이 왔다. 봄이 왔으니, 산딸기가 무르익고 그 싱그러움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 그런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질 것 같다. 각자가 갖고 있는 조금은 부족하고 또 아픈 구석이 있다. 때론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감추고 되려 더 큰소리로 몰아붙일 때도 있다. 다른 이들과 소통하지 않고 혼자 모든 아픔을 끌어안고 지내기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만 갖고 있는 아픔이 아닐 것이고, 그런 아픔도 함께하는 따스함의 나눔으로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산딸기 아파트는 함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제, 이들이 서로의 봄이 되어 따스함이 계속될 수 있도록 지켜주기만 하면 된다. 서로에 대한 배려도 이미 가득하다. 이런 아파트라면 서로 먼저 입주하겠다고 경쟁하게 될 듯.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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