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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스펙터클, 민주주의 - 새로운 광장을 위한 사회학
김정환 지음 / 창비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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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스펙터클, 민주주의. 김정환 지음. 창비. 2025.
_새로운 광장을 위한 사회학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민주주의, 그 과정에서 우리가 겪어와야했던 그 역사가 모두 어떤 이미지 혹은 의미로 우리에게 남아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사회는 정말 우리가 보아왔던 그것이, 그 이미지가 맞는 걸까. 진실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우리에게 오롯이 전달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런 과정에서 우리에게 각인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감각이 어떤 결론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지,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내가 봤다고 생각했던 것이 과연 옳았던가.
독자들께서는 2~4장에서 필자가 제시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상상계에 대체로 수긍할 수 있는지, 여러분 역시 그런 식으로 민주주의를 생각하고 실천해왔다고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지 우선적으로 검토하면서 이 책을 읽어주시기를 바란다.(49-50쪽)
그래서 펼쳐본 2~4장이 몸과 스펙터클을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격언은 민주화 과정에서 죽음을 무릅쓴 시민들의 희생에 대한 기억을 전제로 인용되는 것이다.(61쪽)
한국 민주주의라는 드라마에서 죽음이라는 스펙터클은 말 그대로 엄청난 "공포의 힘"을 발휘해왔다. 그것이 제공해온 감각적 인지적 충격을 재차 강조하며 경악하기보다는, 관객으로서 우리가 그러한 스펙터클을 어떤 식을 바라봐왔는지를 바라보자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120쪽)
진압, 고문,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국가적 힘이 민에게 가했던 폭력이고 그 폭력의 극단이 죽음이라는 것이다. 그런 죽음이 그 이후 다시 민을 움직이게 만들고, 그것으로 다시 민주주의로 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결국 피를 흘리는 희생과 의지 없이는 그 다음으로 건너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폭력의 실체가 시체, 주검의 모습으로 사람들에 보여지고 그 이미지를 우리는 끊임없이 학습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보는 내내 그런 죽음의 이미지를 나는 또 다시 학습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숨고 싶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동안의 죽음을 통해 민주주의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은 무척 무섭고 괴로운 경험이라는 것을 이 책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 우리가 피하고 도망친다고해서 달라지지 않는 엄연한 사실들인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이미 일정 부분 이상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접하고 또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이 죽음의 이야기를 다시 확인해야한다는 것이 무척 고통스러웠다.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 아픔이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몸, 그 스펙트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이 책 역시, 그런 민주주의의 상상계를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감각이 결국, 사람들을 광장으로 몰려나가게 만들고, 행동하게 만들고, 소리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계속 반복되고 반복되는, 같은 영상을 돌려보는 듯한 느낌을 만든다. 이런 영상을 보며 우린 어떤 생각을 갖게 되는 걸까.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등장하는 민의 모습은 대단한 스펙터클로서 극적인 쾌감을 고조시키지만, 민주주의를 일상적인 실천을 통해 구현되고 확립되어야 할 원칙이라기보다는, 되찾아야 할, 회복해야 할, 탈환해야 할, 하지만 아직은 온전히 도덜하지 못한 저 높은 곳에 머물러 있는 목표로 고립시킨다.(328쪽)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맞나 싶다. 늘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있다면, 여전히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닌 것인데,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자신있게 말해도 되는 것일까. 그리고 분명 이런 민주주의를 자꾸 빼앗기는 것이 국가의 폭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민은 늘 국가를 상대로 싸워왔으니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저자 덕분에 하게 됐다.
요컨대 지금과 같은 한국사회에서 민의 죽음은 국가의 폭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커다란 보상이 주어지는 희소한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민간의 경쟁과 투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356쪽)
한 마디로, 맙소사다. 결국 우리 손에 의해 끌어내려졌던 것이다. 직접 우리가 만들어냈던 민주주의를 우리가 직접 몰아내고, 또 다시 만들어나가고 또 무너뜨리고. 그렇게 훼손된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극단의 방식을 택하는 희생으로 내내 겨우 유지해오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 책에서 말하는 그 스펙터클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형이구나 싶다. 우리가 마음속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회를 보느냐에 따라, 어떤 과정으로 민주주의를 만들어내고 있는가에 따라, 어떤 사회를 만들어낼 것인가는 달라지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우리가 이제부터라도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광장에 모이는 것까지 다 잘 해놓고, 우리의 잘못으로 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