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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이 열리면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44
범유진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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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아늑한 공간, 낡은 책 종이 냄새가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공간, 그래서 혼자 숨어 있기 딱 좋은 공간, 그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이 소설 도서부 아이들은 모두 이런 공간을 원했다. 상처받고 아프고 속상한 마음을 달래지고 위로해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그 위로를 책에서 받았고 책이 만들어주는 포근한 분위기에서 받았다. 이런 공간을 향해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갈 마음만 있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활짝 열려 있는 공간, 그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 중에는 씨앗을 가진 이들이 있다. 불안이나 고민 같은 이름이 붙은 씨앗. 그 사람들이, 그 씨앗에서 질긴 절망이 피어나기 전에 이곳에 왔으면 좋겠다. 사서 선생님이 좋아하는 이 공간에서, 씨앗의 이름을 바꾸어 줄 이야기를 만났으면 좋겠다.(45쪽)
아무도 나를 아는 척 하지 않는 공간에서 한없이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을 때가 있다. 대부분, 상처를 받고나 기분이 몹시 상하거나 혹은 사람들로부터 무척 시달려 이제 어느 곳에서도 사람의 인기척이나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을 때. 그럴 때 도서관에 잠입해 들어갈 때가 있다. 도서관은 늘 조용하고 또 아는 사람을 마주칠 가능성이 적다. 어느 책장 앞에 서 있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고 또 가만히 구석진 의자 깊숙하게 틀어박혀도 누가 간섭하거나 눈길을 주지도 않는다. 이 만큼 소중하고 고마운 공간이 또 있을까.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이 하고싶은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떤 모습의 나여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품고 나아가야 하는지, 자기 스스로를 제대로 볼 줄 알게 된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신을 홀로 두었을 때가 바로 가장 좋은 성찰의 순간이니까. 그런 성찰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공간이 도서관인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서관의 문이 열려야 하는, 닫히면 안 되는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
나도 혼자 있을 곳이 필요했거든요. 처음 도서관에 왔던 것도 그래서였어요. 내 생각에는요. 누구든 나답게 있을 장소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선배가 화가 난 걸 이해는 하지만......, 도서관이 지금 나한텐 그런 소중한 장소거든요.(144쪽)
그러면서 이 공간에서 한 명 또 한 명, 서로 비슷한 마음들로 모이는 아이들이 생기게 되고, 그런 아이들이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어떤 시간이 쌓여야 진정, 나다운 나를 만날 수 있는지도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 모든 것의 힌트가 주어지는 곳이 도서관이고, 도서관에 꽂혀있는 책이다.
이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 듯 보이지만, 정작 진짜 답은 도서관의 책에서 찾았다. 책을 펼쳐 그 이야기에 빠져들고, 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되짚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누가 억지로 시켜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별 이유 없이 이끌리 듯 찾아간 도서관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이 아이들 앞에 책이 펼쳐졌고, 그 책은 아이들을 한뼘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이 정도라면, 도서관의 순기능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도서관이란 공간과 책은 무척 잘 어울린다. 또한 도서관의 책을 찾고 읽는 아이들 또한 너무도 잘 어울린다. 도서관은 책만 있어서는 제 역할이 다 한다고 할 수 없다. 바로 그런 책을 찾고 이 공간을 찾아오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있어야 제대로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기분이 무척 좋아지는 책이다.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하나 둘 모이게 되는 것도, 그 도서관을 통해 하나의 목소리가 만들어지는 것도, 그리고 그들의 관계와 대화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도, 모두 아름답기만 느껴진다.
덧-
두 번째로 만난 범유진 작가의 소설인데, 두 소설 모두 마음이 쏙 든다. 아무래도 다음 작품, 또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될 작가가 되지 않을까, 행복한 기대를 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