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스펙터클, 민주주의 - 새로운 광장을 위한 사회학
김정환 지음 / 창비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몸스펙터클민주주의 #김정환 #김정환 #사회학 #민주주의 #북스타그램 #창비 #서평단 #서평 #책추천

몸, 스펙터클, 민주주의. 김정환 지음. 창비. 2025.
_새로운 광장을 위한 사회학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민주주의, 그 과정에서 우리가 겪어와야했던 그 역사가 모두 어떤 이미지 혹은 의미로 우리에게 남아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사회는 정말 우리가 보아왔던 그것이, 그 이미지가 맞는 걸까. 진실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우리에게 오롯이 전달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런 과정에서 우리에게 각인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감각이 어떤 결론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지,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내가 봤다고 생각했던 것이 과연 옳았던가.

독자들께서는 2~4장에서 필자가 제시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상상계에 대체로 수긍할 수 있는지, 여러분 역시 그런 식으로 민주주의를 생각하고 실천해왔다고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지 우선적으로 검토하면서 이 책을 읽어주시기를 바란다.(49-50쪽)

그래서 펼쳐본 2~4장이 몸과 스펙터클을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격언은 민주화 과정에서 죽음을 무릅쓴 시민들의 희생에 대한 기억을 전제로 인용되는 것이다.(61쪽)
한국 민주주의라는 드라마에서 죽음이라는 스펙터클은 말 그대로 엄청난 "공포의 힘"을 발휘해왔다. 그것이 제공해온 감각적 인지적 충격을 재차 강조하며 경악하기보다는, 관객으로서 우리가 그러한 스펙터클을 어떤 식을 바라봐왔는지를 바라보자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120쪽)

진압, 고문,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국가적 힘이 민에게 가했던 폭력이고 그 폭력의 극단이 죽음이라는 것이다. 그런 죽음이 그 이후 다시 민을 움직이게 만들고, 그것으로 다시 민주주의로 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결국 피를 흘리는 희생과 의지 없이는 그 다음으로 건너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폭력의 실체가 시체, 주검의 모습으로 사람들에 보여지고 그 이미지를 우리는 끊임없이 학습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보는 내내 그런 죽음의 이미지를 나는 또 다시 학습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숨고 싶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동안의 죽음을 통해 민주주의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은 무척 무섭고 괴로운 경험이라는 것을 이 책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 우리가 피하고 도망친다고해서 달라지지 않는 엄연한 사실들인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이미 일정 부분 이상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접하고 또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이 죽음의 이야기를 다시 확인해야한다는 것이 무척 고통스러웠다.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 아픔이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몸, 그 스펙트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이 책 역시, 그런 민주주의의 상상계를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감각이 결국, 사람들을 광장으로 몰려나가게 만들고, 행동하게 만들고, 소리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계속 반복되고 반복되는, 같은 영상을 돌려보는 듯한 느낌을 만든다. 이런 영상을 보며 우린 어떤 생각을 갖게 되는 걸까.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등장하는 민의 모습은 대단한 스펙터클로서 극적인 쾌감을 고조시키지만, 민주주의를 일상적인 실천을 통해 구현되고 확립되어야 할 원칙이라기보다는, 되찾아야 할, 회복해야 할, 탈환해야 할, 하지만 아직은 온전히 도덜하지 못한 저 높은 곳에 머물러 있는 목표로 고립시킨다.(328쪽)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맞나 싶다. 늘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있다면, 여전히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닌 것인데,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자신있게 말해도 되는 것일까. 그리고 분명 이런 민주주의를 자꾸 빼앗기는 것이 국가의 폭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민은 늘 국가를 상대로 싸워왔으니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저자 덕분에 하게 됐다.

요컨대 지금과 같은 한국사회에서 민의 죽음은 국가의 폭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커다란 보상이 주어지는 희소한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민간의 경쟁과 투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356쪽)

한 마디로, 맙소사다. 결국 우리 손에 의해 끌어내려졌던 것이다. 직접 우리가 만들어냈던 민주주의를 우리가 직접 몰아내고, 또 다시 만들어나가고 또 무너뜨리고. 그렇게 훼손된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극단의 방식을 택하는 희생으로 내내 겨우 유지해오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 책에서 말하는 그 스펙터클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형이구나 싶다. 우리가 마음속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회를 보느냐에 따라, 어떤 과정으로 민주주의를 만들어내고 있는가에 따라, 어떤 사회를 만들어낼 것인가는 달라지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우리가 이제부터라도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광장에 모이는 것까지 다 잘 해놓고, 우리의 잘못으로 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 - AI시대 인간의 조건
우숙영 지음 / 창비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날미래가도착했다 #우숙영 #창비 #서평단 #서평 #AI책추천
#AI시대인간의조건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 우숙영 지음. 창비. 2025.
_AI시대 인간의 조건

실습 1 <질문: [8장] 배움과 교육: 무엇을 배우든 어차피 인공지능이 더 잘할텐데 공부를 해야할까?">
<AI 대답>
1. 공부는 단순히 '일을 잘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2. AI를 잘 쓰려면, 이해력이 더 중요해진다.
3.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은 남아 있다.
4. 공부는 자기 성장의 수단이다.
"공부는 AI보다 더 똑똑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AI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더 잘 배워야 하는 이유가 되는 거예요. 우리가 주체가 되기 위해, 선택하고 이해하기 위해, 계속 공부하는 거예요."
<내 생각>
인간의 영역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결국 기계가 인간을 닮아가려는 과정인 것이고,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을 따라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인간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는 인간이 정하면 된다. 인간이 원하는대로 인공지능을 조절하면 된다. 그러니, 인간은 배워야 한다. 할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이 할 줄 알아야 인공지능을 시킬 수 있다.

실습2 <질문: "나는 교사인데, AI가 이 분야에 어떤 영향을 줄까?">
<AI 대답>
1. 반복적·기계적인 업무는 줄어든다.
2. 개별화 학습이 가능해진다.
3. 학습 설계자로서의 역할이 강화된다.
4. 비인지적 기술(소통, 협업, 윤리, 창의성) 교육이 중요해진다.
"교사라는 직업의 미래는? AI 시대에도, 학생에게 영감을 주고,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주는 교사는 절대 대체되지 않을 거예요. 다만, '무엇을 가르치는가'보다 '어떻게 함께 배우는가'가 더 중요한 시대로 바뀌고 있어요."
<내 생각>
동의한다. 지금까지 시간을 많이 들여 하던 반복 단순 행정 업무는 줄어들 것이다. 다만 어떤 교수학습의 계획을 세워 수업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주도성이 강조되면서 어떤 교수자의 전문성을 갖출 것인가가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창의성, 소통, 협업의 중요성도 맞는 이야기다. 인간의 감각이 사람과 사람으로 만났을 때 전해질 수 있는 소중한 느낌이라면, 이 느낌은 교사-학생이 서로 직접 마주하고 있을 때 가능할테니 말이다.

실습3 <질문: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함께할 때 지켜야 할 원칙 3가지를 만들어 줘.">
<AI 대답>
1. AI는 도구이지, 결정권자가 아니다.
2.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본다.
3. 함께 배우는 존재로서 성장한다.
"AI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역량은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에 적응하는 힘이다. 교사든 학생이든 '배움은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걸 기억해야 해요. AI와 함께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AI를 잘 다루는 능력'과 함께 '새로운 것을 배우는 태도'가 매우 중요해져요."

<내 생각: "AI와 나, 함께 살아가는 길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AI의 도움을 받으며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AI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도태된 사람으로 인식되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다만, 어떤 부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사람의 중요한 판단이 개입되는 부분이다. AI가 하고 있는 작업이 모두 내가 원하는 것을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부분, 수정이 필요한 부분, 그리고 내 생각이 명확히 들어가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AI의 의견을 버리고 내 스스로의 판단으로 밀고나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분명 주도권은 인간이 쥐고 있어야 한다. AI가 인간의 힘겨루기 상대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근이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3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근이세요 #표명희 #표명희소설집 #창비 #창비청소년문학 #창비 #북클럽 #서평단 #서평 #책추천

당근이세요?. 표명희 소설집. 창비. 2025.

4개의 소설이 담겨 있는 소설집니다. 이미 표명희 작가에 대해서는 믿음이 있으니 이 책 역시도 그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물론, 그동안의 작가의 이미지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표지 그림. 역시, 작가의 말에서처럼 작가는 청소년소설집은 처음이란다. 이해가 갔다. 표지에서 이미 느껴졌고, 소설을 읽으면서도 다른 느낌을 받았으니까. 물론, 이 소설집 역시 난 참 좋다. 마음에 든다. 작가의 생각도,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의도도 다 좋다. 그냥, 앞으로 표명희 작가의 작품은 안 읽어봐도 다 좋을 것 같은 그런 믿음이 더욱 생겼다.

공짜를 바라지 않는 건,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자기 몫에 만족하는 태도이며 그것이 곧 최소한의 정의라는 것이 엄마의 논리다. 그것만 지켜져도 세상은 살 만한데 사소한 욕심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삶이 불행해진다는 것.(39쪽_'이상한 나라의 하루:당근이세요?' 중)

좀 찔리기도 했다. 이 세상은 사실, 이런 별 거 아닌 욕심에서부터 크고 거대한 욕심을 부리는 것에서 모든 문제가 만들어지는 것일 수 있는데 말이다. 나도 이런 사소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거라면 지금이라도 그 욕심을 버려야하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보다 더 좋은, 혹은 더 행복한 삶을 바라는 것이 마치 공짜를 바라는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면, 조금 덜 좋거나 덜 행복해도 괜찮을 거 같다. 욕심을 버리자, 싶다.
그러면서, 이 소설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론을 다 읽고나서, 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런 소설의 결말이 없는 듯 보여서. 이렇게 소설이 끝난다고? 이게 진짜 결말이라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보고 들춰보기도 했다. 내가 소설을 잘못 읽었나? 이 모든 의문이 작가의 설명으로 풀렸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란 제목을 마주보는 순간 모든 설명이 되었다.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그래서 제목도 <이상한 나라의 하루>였구나 했다. 이런 요소가 재밌는 것 같다.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아주버님 생일날 면회 다녀오시고 며칠 뒤에 있었던 일이었나 봐요. 광주에 투입된 게......'(102쪽_'오월의 생일 케이크' 중)
'그걸 어떻게 보상해? 국가가 어떻게 보상하냐고! 돈으로? 웃기지 말라고 그래!'(105쪽_'오월의 생일 케이크' 중)

작가가 놓치지 않고 드러내고자 하는 생각이 바로 이런 식이었다. 분명, 인물들의 행동과 판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가 그리 작거나 가볍지 않다는 것에, 나도 시선과 생각이 잠시 그 이야기에 머물렀다. 이 소설을 그냥 쉽게 읽어 넘길 수 없게 만드는 요소인 거고, 이러니 쉽게 세상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것이지 싶었다.

'똥은 누가 치우고?' 그것이 녀석을 향한 첫마디였던 것이다. 관계의 첫 단추가 끼워진 그날은 진서의 열세 번째 생일이었다.(118쪽_'개를 보내다' 중)

이 한 마디가 그 작은 개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싶다. 어쩌면 진주는 이 말을 다 알아들었던 건 아닐까. 인간의 말을 다 알아들으며 그런 인간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하면 안 되겠다는 일념으로 식분증의 행동을 했던 것은 아닐까. 인간이 얼마나 동물을 함부로 대하고 있는 건지, 같은 동물이면서 인간이 그럴 자격이나 있나 싶어 조금 화도 났다.

원장이 똥 무더기를 구덩이에 던져 넣으며 말했다. 동물병원 원장답게 그는 언제나 사람과 개를 나란히 놓았다.(137쪽_'개를 보내다' 중)

이 원장이 뭘 좀 아는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우리 사는 세상에는 좀 더 많이 필요한데 말이다. 이런 마음으로 동물을 대하고 또 인간을 대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명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예쁜 장난감 하나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주인의 태도로 자기 멋대로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식이라면, 이러면 안 되지 싶은 것이다.

어쩌면 점점 <딸꾹질>의 엄마와 아빠처럼 살면서, 상황에 따라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 소신을 바꾸며 살아가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서서히 사회의 나쁜 부분들에 물들어가고 또 다른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함께 가고자 하는 것은 아닐지. 자신이 끝까지 버리지 말아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조금씩 세상에 물들어가는 것이, 어른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삶의 방법은 아닐까도 생각해보고 됐다. 우리가 흔히, 나쁜 건 쉽게 물든다고 한다. 결국 지완이마저...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딸꾹질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남들은 알지 못하지만 자신만의 잘 알고 있는 딸꾹질.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두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모습은 어느 쪽일지,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고 있을지, 무섭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통의 하루
미즈모토 사키노 지음, 크루 편집부 옮김 / 크루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통의하루 #미즈모토사키노 #크루 #그림에세이 #서평단 #서평 #책추천

보통의 하루. 미즈모토 사키노 지음. 크루. 2025.

'보통'이란 단어에 자꾸 시선이 간다. 이 단어는 평소 곧잘 쓰는 단어인데도, 이렇게 책에서 만나게 되니 새삼 그 뜻이 뭐지, 보통이란 게 어떤 거지, 하는 질문이 자꾸 생긴다. 사전에서 '보통'의 뜻을 찾으면,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라고 나온다. 이 뜻을 보며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게 참, 제일 어려운 일이구나, 보통이라는 것이. 뛰어나게 잘하거나 훌륭하면 안 된다. 또 그렇다고 너무 못하거나 뒤떨어져서도 안 된다. 딱 그 사이 중간 쯤의 어딘가에 있어야 '보통'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생각에는 사전 뜻처럼 보통이란 게 제일 흔하지 싶었는데, 뜻을 보고 또 생각을 하다보니 이것만큼 어려운 게 또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생각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때론 엉뚱해지기도 한다. 보통, 참 요상하게도 흔한데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다.

내게는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활동 그 자체라 생각하는 일상은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일상은 어떤 순간에도 계속 흘러가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했던 순간, 잊지 못할 만남이나 이별, 시시각각 변하는 일상 속에서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모두가 '혼자'다. 그래서 이 모든 순간에는 '외로움'이 있다. 외로움이 커지는 순간에도 일상은 계속된다.(197쪽)

작가의 후기를 보면서, '보통의 하루'는 한 마디로 '일상'이구나 싶었다. 사실, 이 책에서 뭔가 색다르고 특별한 일들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그렇지 않아도 소중한, 별 거 아니어도 그 자체로 좋은,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헌데 이 책을 계속 보면서 든 생각은, 어쩌면 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되는 일상이, 사실은 그 당사자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이미 특별한 순간들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우린 매일을 살아간다. 반복적인 매일의 순간도 있고 때론 그날만의 색다른 삶이 펼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오늘이어도, 또 오늘과 다른 내일이어도, 그 모든 순간은 매일의 다른 날들의 각기 다른 날들인 것이 아닐까. 누군가 오늘 하루 어땠어, 라고 묻는 말에, 별 일 없었어, 혹은 똑같지 뭐, 하는 대답을 주로 하곤 하지만, 사실은 그 날들은 모두 다시 오지 않는 그날만의 하루가 되는 것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보통의 하루>도 하루하루가 쌓이면 그 나만의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림일기를 썼다.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글을 쓰면서 매일을 기록해 나가는 것이다. 일기를 써본 사람은 느낄 것이다. 뭔가 오늘만의 특별한 일이 있으면 그 이야기를 일기에 쓰면 좋겠는데, 일기에 쓸만한 일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지, 하며 하루를 돌아봐도 딱히 일기로 쓸 만한 일이 떠오르지 않을 때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쓴 일기를 다시 펼쳐보면 단 하루도 같은 내용을 똑같이 쓴 날은 없다. 어쨌든 그 날의 일과 생각, 행동과 그에 따른 감정은 매일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다른 이야기를 날마다 기록하는 것으로 우리는 <보통의 하루>를 매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하루 하루 안에서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그렇듯, 보통의 일상으로 흘러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보통'의 일상이 좋다. 그런 하루 하루가 곧 '나'이기 때문이다. '일기'라는 것은 가장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형식의 글이다.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는, 나만 아는 이야기들을 잔뜩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일기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일기에 담기는 하루의 이야기는 곧 나를 확인하고 알아나가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이 책, 자연스럽게 천천히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서두를 필요 없다고, 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을 차분하게 정돈해주는 느낌을 준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에 눈을 찡그리다가도 이 책을 보면, 그 햇살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살짝 살랑, 바람이 분다면 더 환하게 웃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도 손글씨 일기를 써서 작가님께 보내고 싶다. 그 일기의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나의 <보통의 하루>가 무척 아름잡고 소중한 나만의 하루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다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십 대를 위한 교실 밖 경제학 - 경제 교과서를 뒤집는 7가지 질문 생각하는 돌 27
서재민 지음 / 돌베개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십대를위한교실밖경제학 #서재민 #돌베개 #서평단 #서평 #책추천

십 대를 위한 교실 밖 경제학. 서재민 지음. 돌베개. 2025.

학창시절 경제 과목을 배웠었다. 할만하다는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 빼곡하게 쌓이는 어려운 개념과 경제 관념, 그래프들에 어질어질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경제는 내 인생에 없다는 생각을 이때부터 조금씩 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되었고 경제활동을 한다는 직장인이지만, 여전히 내 통장에 얼마가 들어오고 또 얼마만큼의 소비와 저축, 투자 등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념이 부족하다. 남들은 혀를 끌끌 찰 정도이지만, 그렇다고 사는 데 지장을 줄 정도로 불편하지가 않다. 만약 삶이 너무 힘들었다면 기필코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었을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의 이 생각은 저축이나 돈을 모은다는 개념의 경제를 이야기할 때에 해당된다.
하지만 경제란 돈을 벌고 모으고 관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당연히 버는 것 말고 쓰는 것이 경제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 외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모두 경제와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 그러니, 경제를 단순히 내 자산 정도로만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또 지금 우리 사회는 단순히 나 하나, 즉 개인의 삶을 가지고만 판단할 수 없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사회를 형성해서 살아가고 있고 또 운이 좋아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 세상 어딘가의 누군가는 그 먹고사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문제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역시도, 경제적으로 접근해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환경 문제. 이 또한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이슈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십 대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줘야 할 경제는 무엇일까. 무조건 이 세상은 돈의 흐름에 따라 움직여나가는 곳이란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제일 필요한 것을 돈으로 꼽는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많이 가는 것이 인생의 최종목표가 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으로 있고, 그 소중한 것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어놓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다른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가성비와 효율보단 더 가치있는 소비가 무엇인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이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진정한 노동의 가치가 무엇이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어때야 하는가, 자본주의 안의 사회주의의 의미와 국가 정책의 의의는 무엇인가,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과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환경 파괴로 인한 자연의 위기에서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하나, 금융시장의 발달로 인해 나타날 이면의 사회적 모습은 어떤가 등. 우리 사회는 촘촘한 그물망처럼 갖가지의 현상들이 서로 맞물리고 얽히고 어리접게 혼재되어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는, 그런 사회를 어떤 시선과 관점으로 바라보고 평가 및 판단해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해야한다. 즉, 경제라는 것이 단순히 경제라는 학문적 분야에서만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생활 전체에서 두루 살피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뜻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의 각 부분들을 학생들과 논제로 삼아 토론을 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꼭 사회 교과에서가 아니어도 세상을 향한 학생들의 자신만의 관점을 바로 세워볼 수 있는 생각의 시간은 어느 때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7가지 질문은 한번씩은 다루어보고 더 넓은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학교에서 준비해줄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 이렇게 덧붙여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십 대를 위한 (교실 안에서 살펴보는) 교실 밖 경제학>이라고 말이다. 교실 안이란 공간은 학교라는 사회에 국한되어 있는, 특히 물리적으로 무척 폐쇄적인 공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내고 자기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자신만의 관점을 세우는 연습을 하기에 딱 알맞는 공간의 역할을 한다. 그러니 이런 기회를 잘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나 혼자만 하는 건 아닐 테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