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서은채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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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하고 싶었던 일들을 모두 다 하기엔
그 일주일이 너무나 짧았다. "


  오랜만에 따뜻한 판타지 로맨스를 읽었다. 자신의 세상에 오로지 한 사람만 담을 정도로 누군가를 지독히 사랑할 수도 있는 거구나,라고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주인공 희완이 부러웠다. 누군가에게 곁을 내주기 어려워 지독한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는 희완은 이 소설 속에서 그 누구보다 사랑받는 존재였다. 아주아주 넘쳐흐를 정도의 사랑을.
  '저승사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온다고 한다.'라는 속설에서 영감을 얻은 서은채 작가는 이것을 바탕으로 사랑이 가득한 세상을 그려낸다내가 죽기 일주일 전인물들은 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세상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랑을 보여준다. 타인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기도 하고 혹은 타인으로부터 받는 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들은 또 저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행복해진다. 서은채 작가는 담담한 문체로 각기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감정들을 토로한다.

  흔한 일이었다, 언제나 겪어 온. 그리고 내일도 겪을. 아주 오랫동안 내 세상에 들어온 사람은 너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바랐다.
  너만이 내 세상의 전부이길.

  아빠와 함께 살아가던 어린 희완의 삶에 람우와 그의 엄마, 인주가 들어온다. 친구도 없이 홀로 앉아 있던 희완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에 찾아온 람우가 매우 고마웠다. 홀로 지내야 할 것만 같은 삶 속에서 람우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항상 곁에 있어주는 람우를 향한 마음은 점차 깊어지기 시작했지만, 람우와 남매가 되어버려야 된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희완은 세상 전부였던 람우를 교통사고로 잃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람우의 모습을 한 저승사자가 나타나 그녀에게 '일주일'이라는 시한 선고를 내린다. 람우는 그녀에게 자신의 이름을 세 번 부르라 제안한다. 그러면 더 편안하게 떠날 수 있다고. 그러나 희완은 그 제안을 거절하고 자신의 눈앞에 있는 람우와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람우는 그녀의 시간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 생각해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보자고 한다. 하지만 람우가 짜 놓은 버킷리스트는 일주일 후 죽는 것과는 상관없이 미래에 관한 것들 뿐이었는데……

  저기, 있잖아. 내가 자라면서 깨달은 사실인데 그 사람이 없으면 당장이라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 그래도 사람은 살아가. 삶이 존재하는 한.

  각각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희완과 람우는 서로를 위한 마음을 보여준다. 람우는 끝까지 희완을 위했고 희완은 그런 람우의 마음에 답하기로 한다. 서은채 작가는 희완과 람우의 이야기, 그리고 그 외에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희완이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희완은 람우를 제외한 다른 세상과 단절하며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사실은 그녀가 굉장히 사랑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쩌면 람우의 커다란 품에 안겨 보지는 못했던 것이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너무도 커다란 자신의 세상에 갇혀 세상 밖을 보지는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람우가 없던 세상, 네가 없던 세상일지라도. 그녀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로 하여금 또다시 행복을 느끼게 된다. 단절된 그녀의 세상 속에 처음 람우의 손이 내밀어졌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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