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드래곤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4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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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의 마스터'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가 2009년에 발표한 "해리 보슈"시리즈 열네 번째 작품 "나인 드래곤(Nine Dragons)"이 나왔습니다. 이번 작품 "나인 드래곤"에서는 "해리 보슈"가 미국과 홍콩을 오가며 활약을 합니다. 그리고 시리즈 중 가장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서 폭주를 하는 "해리 보슈"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작가"마이클 코넬리"가 "로스트 라이트"를 끝내자마자 구상에 들어가서 7년간 공들인 작품인 만큼 "해리 보슈"라는 캐릭터의 인생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주류점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주류점의 주인인 중국 이민자 "존 리"는 가슴에 총 세발을 맞고 사망했고, 주류점 내의 CCTV 녹화기의 디스크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건 현장으로 파트너와 출동한 "해리 보슈"는 원활한 사건 수사를 위해 AGU(아시아인 조직범죄 전담반)에 도움을 요청하고, 매주 피해자가 사망한 그 날, 그 시각에 삼합회의 조직원이 주류점으로 와서 상납금을 받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매주 상납금을 받으러 온 삼합회 조직원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감시하던 중 그가 미국을 떠나려는 낌새를 보이자 "해리 보슈"는 공항에서 그를 체포합니다. 그리고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어 촉박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해리 보슈"에게 사건에서 물러서라는 협박 전화가 걸려 옵니다.


"뭘 보고 삼합회라는 거야?"

"상납금 액수가 216달러였다면서요."

"맞아. 존 리가 그 손님이 낸 돈을 되돌려줬어. 그러고는 20달러짜리 열 장, 10달러짜리 한 장, 5달러짜리 한 장, 1달러짜리 한 장을 꺼내줬고. 거기에 무슨 의미라도 있는 거야?"

"삼합회는 보호를 바라는 영세 사업자들로부터 매주 상납금을 받아가고 있어요. 상납금은 보통 108달러입니다. 216달러라면 두 배를 낸 거네요."

"왜 108달러야? 세금에다 부가세를 또 붙이는 건가? 끄트머리 8달러는 주 정부나 어디 다른 곳에 갖다 바치는 거야?"


사우스 LA의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행운주류'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해 "해리 보슈"와 파트너 "이그나시오 페라스"가 출동합니다. 오래 전("앤젤스 플라이트"의 마지막 부분), 죽은 '행운주류'의 사장인 "존 리"와 짧은 인연이 있었던 "보슈"는 AGU의 "데이비드 추"형사의 도움을 받아 수사를 진행합니다. 사건 당일 찍힌 CCTV 디스크는 사라졌지만 다른 디스크를 찾아 본 결과 매주 사건 당일과 같은 요일에 삼합회 조직원이 상납금을 수거해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조직원을 공항에서 검거 합니다. 용의자는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제대로 된 증거가 없어 초조한 "보슈"에게 협박 전화가 걸려오고, "보슈"는 이내 LA경찰청 내의 정보가 밖으로 새어 나간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홍콩에 있는 딸의 전화기에서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송된 30초짜리 동영상을 본 "보슈"는 경악을 하게 됩니다. 그 동영상에는 프로 카드 플레이어인 엄마 "엘리노어"와 함께 홍콩에서 살고 있는 딸 "매들린"이 어떤 방 안에서 의자에 결박 당한채 입에 재갈이 물려 공포에 떨고 있는 장면이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보슈"는 용의자가 풀려나기 전에 딸 "매들린"을 구하러 홍콩의 카우룽(九龍)으로 떠나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박한 39시간의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보슈는 예전부터 줄곧 자신에게 사명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방탄조끼를 입은 것처럼 단단해져야 했다. 어느 것도, 어느 누구도 자기를 해칠 수 없도록 그 자신이 단단해지고 무적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존재도 모르고 살았던 딸을 처음 만난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구원을 받은 것과 동시에 저주를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아버지만이 아는 방식으로 세상과 영원히 연결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맞서는 어둠의 세력이 언젠가는 딸을 찾아낼 것이기 때문에 저주를 받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둘 사이에 거대한 태평양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임을, 악의 세력이 딸을 찾아내고 그를 치기 위한 방법으로 딸을 이용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베테랑 LAPD인 "해리 보슈"는 형사가 되기 위해 태어난 고독한 코요테 같은 형사입니다. 그런 그에게 자신도 알지 못했던 딸 "매들린"의 존재는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베트남의 땅굴 속 어둠에 잠식된 자신의 인생에 한줄기 빛이 됩니다. 하지만 구원과도 같은 딸의 존재는 "보슈"에게 꼭 지켜야만 할게 있다는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보슈"는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아홉 마리의 용'이 있다는 홍콩의 카우룽(九龍)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보슈"가 홍콩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 이야기는 오로지 "보슈" 자신의 개인적인 일이 됩니다.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딸을 되찾겠다는 "보슈"는 완전히 폭주를 하고 그가 지나간 길엔 시체들이 쌓여갑니다. 시리즈 초창기의 거칠고 거침없던 "보슈"에게 분노가 더해진 이런 모습은 이 작품 "나인 드래곤"의 최대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생소한 동양의 홍콩이란 도시에서 조력자인 전 부인 "엘리노어"와 그녀의 애인 "선 이"의 도움을 받아 제한된 시간 안에 딸을 찾는 "보슈"의 긴박한 상황들은 엄청난 흥분을 안겨주고 쉴 새 없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책을 한 순간도 덮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결말에 다다르면 "보슈"에게 짊어 져야할 또 다른 죄책감과 책임감이 생기는 것을 목격하고고 여전히 터널 안에서 멈추지 말고 다시 터널 밖을 찾아 헤메어야 하는 "보슈"의 운명에 안타까워해야 합니다.


"무슨 용도로 원하느냐는 거죠. 아이들을 원하는 목적이 섹스일 때도 있고 장기 적출일 때도 있거든요. 또 아들이 없어서 사내아이를 사가는 본토 사람들도 많고요."

보슈는 혈흔이 묻어 있던 화장지 뭉치를 떠올렸다. 엘리노어는 범인들이 매들린을 통제하기 위해 약을 주사했다고 결론지었었다. 그러나 이제 보슈는 그들이 약을 주사한 것이 아니라 피를 뽑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혈액검사를 하려면 주사기로 정맥에서 피를 뽑아야 했을 것이다. 화장지는 주사기를 뺀 후 지혈을 위해 대어놓았던 것일 수도 있다.

"매디는 큰 가치가 있는 아이겠군, 안 그래?"

"그렇죠."


작가 "마이클 코넬리"는 언젠가는 꼭 "해리 보슈"를 미국 밖으로 보내고 싶었다고 합니다.("블랙 아이스"에서 국경을 넘어 잠깐 멕시코에 다녀오긴 합니다만) 이런 그의 생각은 고독한 독불장군 "보슈"에게 딸이라는 존재를 만들어준 "로스트 라이트"를 다 집필한 후부터 구상한 이야기와 합쳐져서 이 작품 "나인 드래곤"이 탄생했습니다. 앞부분에서 제가 너무 딸을 찾기 위한 "보슈"의 거침없는 액션만 강조 한 것 같지만 "나인 드래곤"은 당연히 훌륭한 범죄 소설이자 일급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이 작품이 출간 될 때 쯤 이탈리아 신문에 "데니스 루헤인"이 기고한 에세이 "The Lost Coyote: Michael Connelly’s Harry Bosch Novels"처럼 이 작품을 통해 "마이클 코넬리"는 스스로 이 시대의 "레이먼드 챈들러"임을 입증했고, "해리 보슈"는 완벽하게 "필립 말로"의 DNA를 계승해서 자신의 조상과 견줄만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읽을 때는 눈치 채지 못 할 수많은 복선과 상황들은 마지막 반전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기둥과 밑거름이 되고 곁가지 같아 보이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를 구성하는 완벽한 조각들이 됩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대표하는 애수어린 여운 역시 여전히 책을 다 읽고 난 뒤, 한참 동안 독자들 주위를 맴돕니다. 오랜만에 잠깐 등장하는 "미키 할러"와 살짝 언급되는 불쌍한 "잭 맥커보이"를 볼 수 있는 것은 보너스입니다.


가슴이 칼에 찔린 듯 아팠다. 마음속 고통보다 결코 덜하지 않은 신체적인 고통도 찾아왔다. 날카롭고 깊숙하고 가차 없었다. 그는 무겁게 숨을 몰아쉬며 해치에 등을 기댔다. 셔츠 단추를 한 개 더 풀고 녹슨 금속 위를 미끄러지듯 내려가 두 무릎을 세우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한때 자기가 살았던 동굴만큼이나 폐쇄적인 공간에 갇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장 등의 배터리가 죽어가고 있으니 곧 그는 어둠 속에 남겨질 것이다. 패배감과 절망감이 그를 압도했다. 그는 딸을 실망시켰고 자신을 실망시켰다.


정말 오랜만에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이 나왔습니다. 원래 작년 말에 출간될 예정이었는데 6개월 가까이 밀려서 이제야 나왔습니다. 뭐 이런저런 출판사 문제도 있었겠지만 시리즈 표지까지 전부 바뀌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출판사의 행보에 많이 실망했었는데 "나인 드래곤"를 읽고 나니 그동안의 불만이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래도 아직 불만인 부분이 좀 있지만 역시나 작년 말에 출간될 예정이었던 "미키 할러"시리즈 세 번째 작품 "The Reversal"까지 올해 출간 된다면 남아있던 불만이 조금 더 누그러질 것도 같습니다.

사실 드라마 "BOSCH"에 대해서 하고픈 말들도 많았는데 그냥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현실적인 수사 드라마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이 드라마 보시라고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본 미드 중에서 이렇게 LA라는 도시를 잘 표현하고 묘사한 드라마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거기다 연출이나 연기, 각본, 음악도 훌륭하고. 아마존 프라임에서 기록까지 세워서 일치감치 시즌2 제작도 결정 났으니 국내에서도 드라마나 소설이 더욱 인기를 끌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나인 드래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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