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도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3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크라임 소설의 마스터라고 불리는 작가 "마이클 코넬리""해리 보슈" 시리즈 열세 번째 작품 "혼돈의 도시(The Overlook)"입니다. 이번 작품은 '뉴욕 타임스 선데이 매거진'에 연재한 이야기를 수정, 보완해서 단행본으로 낸 작품입니다. 그래서 인지 기존 시리즈들에 비해 페이지 수가 상당히 짧습니다.

멀홀랜드 댐 위에 있는 산마루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시체는 처형당한 것처럼 뒤통수에 두 발의 총알이 박혀져 있고 살해 직전에 꿇어 앉아 있었던 흔적도 발견됩니다. 특수살인사건 전담반으로 자리를 옮긴 형사 "해리 보슈"는 현장으로 출동하고 곧 FBI 요원 "레이철 월링"도 현장에 나타납니다. 살인사건 현장에 갑자기 나타난 "레이철"을 본 "보슈"는 일반적인 살인사건이 아님을 직감합니다. 그리고 살해당한 남자가 방사능물질에 접근권한이 있는 의학물리학자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보슈는 자기 눈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살인사건 수사의 기본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 현관문을 나가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아무리 먼 길이라도 기꺼이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고 그럴 능력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 어떤 총알도 자기를 맞힐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끌벅적 했던 에코 파크 사건으로 몇 개월 정직을 당하고 특수살인사건 전담반으로 발령을 받은 "해리 보슈"가 맡은 첫 사건은 멀홀랜드 댐 근처에서 처형 당한 듯 보이는 한 남자의 살인사건입니다.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수사해야할 첫 사건에 갑자기 FBI가 코를 들이댑니다. "보슈"와 인연이 있는 FBI요원 "레이철"의 등장은 이 사건이 일반적인 살인사건이 아니라는 냄새를 풍깁니다. 죽은 남자는 의학물리학자 "스탠리 켄트"로 로스 엔젤레스 카운티 내의 거의 모든 병원에서 보관 중인 방사능 물질에 접근권한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 집니다. "보슈""레이철""스탠리 켄트"가 죽을때 지니고 있던 병원 출입증을 보고 그 병원으로 출동합니다. 그리고 그 둘은 병원 금고에서 미안하다고 적힌 "스탠리"의 메모와 그안에 보관되어 있던 세슘들이 사라진것을 발견합니다. 이는 사라진 세슘이 세슘을 변형시켜 사제폭탄으로 만들 수 있는 테러리스트에게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FBI를 포함한 국가 안보 기관들은 세슘을 찾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해리 보슈" "스탠리"의 살해범들 찾기 위해 수사를 시작합니다.

"이건 국가 안보가 달린 사건이지 않습니까, 선배님. 일반 사건과는 다르죠. 공공선이, 국민의 안녕과 사회질서가 달린 문제니까요." 보슈에게는 페라스가 교과서나 어느 비밀 결사의 규정을 인용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는 자기만의 규정이 있었다.
"국민의 안녕과 사회질서는 산마루에 죽어 자빠져 있는 저 남자로부터 시작되는 거야. 우리가 그를 잊으면, 다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거든."

에코 파크 사건으로부터 1년간 "해리 보슈"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총상을 입었던 파트너 "키즈민 라이더" 대신 새로운 파트너 "이그나시오 페라스"를 배정 받고 특수살인사건 전담반으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와 새로운 파트너가 맞게된 살인사건은 세슘이 연관된 테러의 징후가 보이면서 사건 수사에 FBI가 가세합니다. 언제나 서로 믿지 못하는 LA경찰과 FBI는 계속 충돌을 하고 국가 안보가 걸린 사건의 특성상 LA경찰청은 조금씩 공조수사에서 배제됩니다. 세슘을 탈취한 테러리스트가 연관되어 보이는 사건의 심각성에 놀란 "해리 보슈"도 그동안 맡았던 사건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FBI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 수사를 위주로 사건을 수사합니다. 세슘을 찾으려는 FBI와 살인범을 찾으려는 "보슈"와 파트너는 계속 충돌하지만 "보슈"는 확신합니다. 살인범을 찾는 길이 세슘을 찾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곱게 가진 못했네요." 페라스가 말했다. 보슈는 두 개의 책상 너머에 앉아 있는 그를 쳐다 보았다.
"중요한 거 하나 알려 줄까? 이 일을 계속하다 보면 뭘 알게 되는지 알아?" 보슈가 말했다.
"아뇨. 뭔데요?"
"곱게 가는 사람은 없다는 거."

사건 발생 이후 12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 "혼돈의 도시"는 뉴욕 타임스 선데이 매거진에 16주 동안 연재했던 이야기들을 단행본에 맞게 다시 수정하고 보완해서 출간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상당히 분량이 작습니다. 그동안 시리즈에 비해 2/3정도도 되지 않는 분량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속도감은 엄청납니다. 잡지에 연재된 이야기의 특성상 매 챕터마다 작은 기승전결이 있고 마지막 부분에선 다음 챕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확실한 미끼가 던져 집니다. 그런 챕터들이 엮여서 큰 틀의 플롯이 구성되고 이야기 전체의 속도감을 향상시키는 겁니다. 복잡해 보이는 사건들 속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보슈"를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새 숨겨져 있는 사건의 본질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마이클 코넬리"는 자신의 장점을 잃지 않습니다. 조직과 개인, 기관과 기관과의 대립, 추악한 인간들의 욕망과 희생자들을 위한 "보슈"의 사명감 등 항상 다루어 왔던 이야기들은 적재적소에 유기적으로 엮여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911로 인해 미국에 새겨진 테러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으로 인해 뒤로 밀려난 한명의 희생자를 대비해서 또 다른 훌륭한 범죄소설을 탄생 시켰습니다.

우리 모두는 배수구를 빠져나가는 물처럼 하루하루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그 검은 수챗구멍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이들도 있고 좀 멀리 있는 이들도 있다. 그 검은 구멍이 가까워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빙빙 도는 물이 언제 자기를 움켜쥐고 그 어두운 수챗구멍 속으로 밀어 넣을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건 맞서 싸우는 거야, 보슈는 혼잣말을 했다. 쉼 없이 버둥거려 보는 거라고. 그 물에 휩쓸리지 않도록 계속 버텨 보는 거야.

이 작품 "혼돈의 도시"가 2007년도 작품이니 국내 출간 순서가 현지 출간 순서를 많이 따라 잡은 듯 합니다. 그리고 그만큼 "해리 보슈"는 더 노쇠해졌습니다. 사건 증거물인 사진을 볼 땐 돋보기 안경을 쓰고 거기다 확대경까지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의 신념과 사명감에 대한 의지는 더욱 견고해집니다. 점점 더 좋은 수사관이 되어 가고 있는 겁니다. 비록 어린 새 파트너는 그런 "보슈"를 이해하지 못하고 충돌하지만 "보슈"는 마치 아버지처럼 파트너를 포용하며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줍니다. 그리고 테러의 위험성에 가려진채 잊혀져 가는 단 한명의 희생자에 주목하는 "보슈"를 보면서 내가 왜 이 시리즈들을 사랑하는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올해 안으로 "해리 보슈" 시리즈 열네 번째 작품 "Nine Dragons""미키 할러" 시리즈 세 번째 작품 "The Reversal"이 출간됩니다. 올해도 "마이클 코넬리" 작품들 덕분에 즐거운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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