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티쉬 - Fet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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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통 얼굴을 못 보고있는 송혜교씨를 영화《페티쉬》에서 만나게 됐다. 외국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춘 첫 해외 진출작인데 큰 규모가 아닌 독립 영화였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무속인의 삶을 거부한 여성 이었는데, 이국적인 공간과 한국문화가 내뿜는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분위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에 반해 이야기의 흡입력은 형편없었는데, 무표정한 표정의 송혜교씨처럼 그 속을 알수 없게 만들어 시종일관 의아하게 만들었다다. 뭔가를 이야기 해주려는 시도는 눈에 보이지만 그걸 연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내가보기엔 감독이 의도하고자 하는 게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100을 표현해도 관객과 소통이 될까 말까 한데 반의 반도 못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웠고, 송혜교씨의 연기도 굳이 연기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역할이라 그런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냥 예쁜 송혜교씨가 출연했다 뿐이지, 배우 송혜교로서의 능력은 거의 볼수가 없었다. 영어 대사도 간략하고 (대사 자체가 많이 없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역동성 있는 영화가 아니라서인지 점점 지루해졌다. 무엇보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깊이 몰입하기 힘들었는데, 왜 주인공이 저런 행동을 했는지 완벽하게 이해가 안됐다. 어떤 내용인지는 알겠는데, 찜찜함이 계속 남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왜 청소년 관람불가 인지도 모르겠다. 
 

  

숙희(송혜교)는 중매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 피터(롭 양)와 결혼해 미국으로 오게 됐다.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살게 될 집으로 처음 온 숙희의 표정은 이제 막 결혼한 행복한 새댁이라기 보단, 낯선 공간에 오게 된 두려움과 낯설음으로 가득 차 있다. 옆집에 사는 피터의 친구인 존과 줄리 부부가 인사를 해 오는 것도, 줄리가 집으로 찾아 온 것도 아직은 쑥스럽고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하지만 점점 그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처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빠르게 적응해나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숙희가 자신의 영어 이름을 줄리 로 지은것이 영 이상하다.그녀가 마음에 들어서 일수도 있겠지만,똑같이 줄리라 이름지은건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하진 않다. 그녀의 표정에선 아무것도 읽을수가 없다. 어쨌든 이제 두 부부 사이엔 공통점이 생겼다. 아내의 이름이 '줄리'라는 것. 이름을 지은게 숙희의 기분을 바꿔놓은 것인지 그 후부터는 존의 집에 자주 들르며 와인도 마시고 수영도 한다. 편하게 아무때나 와서 수영하라고 했는데, 정말로 그런다. 마치 자신의 집 처럼..

 

존이 없는 사이 줄리와, 피터와 줄리(숙희)는 마약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피터가 의문사 하게 된다. 친정 어머니가 해준 배게에서 방울소리가 나는 장신구를 발견하게 줄리는 황급히 마당에 묻는데, 줄리의 과거가 밝혀지며 피터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알려준다. 숙희가 쫒기듯이 한국을 떠난 것도, 결혼을 서두른것도 모두 무당이 되지 않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운명을 거스르면 주변 사람이 죽는 것처럼, 피터도 그에 따른 운명의 댓가를 치른게 아닐까 싶다. 졸지에 아들을 잃은 시어머니는 숙희를 한국에 돌려보내려 하지만 옆집 줄리가 준 마약때문이라는걸 알게되자 다시 며느리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아들이 없는 삶을 감당하지 못하고, 끝내는 숙희이자 줄리인 그녀만이 홀로 남게 된다.  

홀로 미국에 왔다 2명의 가족을 만나 셋이 됐지만 이제는 다시 혼자가 되어버린 줄리(숙희). 운명을 피하기 위해 이곳으로 도망쳤지만 그마저도 실패하자,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 희생양은 옆집 부부가 된다. 다소곳하고 순종적으로 보였던 숙희는 180도로 변신해 이들 부부를 갈라놓기 시작하는데, 존과 줄리에게 이보다 더 끔찍한 공포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끔찍하고 지루한 영화를 보았다. 기이한 마지막 장면도 영화의 한계를 보여주는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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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쉬 - Fet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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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담아내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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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쪽으로, 한 뼘 더 - One Step More to th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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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모녀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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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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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감독이 4편의 이야기를 담은《미안해,고마워》는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영화이다. 송일곤 감독의 '고마워 미안해'에선 반려견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고 뒤늦은 화해를 하는 딸의 이야기를, 오점균 감독의 '쭈쭈'에선 밑바닥 삶을 살고있는 노숙자와 병에 걸린 강아지 쭈쭈와의 만남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박흥식 감독은 '내 동생'을 통해 어린 시절의 반려견의 의미를, 마지막으로 임순례 감독의 '고양이 키스'에선 서로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는 부녀가 길고양이를 매개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젠 애완동물 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 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쓸만큼, 우리 사회에서 동물이 갖는 의미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됐는데 또 다른 한켠에서는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길고양이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음에도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며 싫어하고 눈엣가시로 여긴다. 오래전부터 고양이는 영물이라해서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편견 때문에 길고양이가 살수있는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고양이 키스'의 딸 처럼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중절수술을 해주거나 음식물쓰레기통을 뒤지지 못하게끔 매일 밥을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노력도 눈총을 받고 있다. 길고양이가 집 주변에 있는 것도, 소리를 내는 것도 모두 사람들이 챙겨주어서 그런거라며 말이다. 사람들이 챙겨주지 않아도, 챙겨줘도 싫어한다. 아이들도 이런 편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길고양이를 해쳐도 되는 나쁜 동물로 여기기 일쑤이다. 정작 고양이를 길에 버린건 사람들인데 말이다.  

딸 과는 달리 아버지는 보통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즉 '고양이는 왠지 주는것 없이 싫다' 라는 입장이다 . 아버지는 도통 시집 갈 생각은 하지 않고 고양이에 홀린 딸이 영 마뜩찮다. 퇴임하기전에 딸이 결혼하지 않는 것도 잔소리중 하나인데, 그동안 낸 축의금을 재임기간 내에 다 돌려받지 못한게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모양이다. 아버지와 딸이 투닥투닥 다투다가도 고양이를 매개로 화해하는 모습은 천상 우리네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서로 불만을 쏟아내고 싫어한다고 해도 결국 언제 그랬냐 싶게 가까워지는 모습 말이다.  

4편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건 '내 동생' 이었다. 귀여운 꼬마 아이 둘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엄마미소를 한 채 감상했는데, 정말로 예뻤다.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귀여운 보은이는 집까지 뛰어가서 혼자 문을 여는데 아마도 부모님이 집에 안계신 모양이다. 그런데 집엔 여동생 보리가 있었다. 아직 어린 보리가 혼자 집을 지키는게 의아하긴 했는데, 더 이상했던건 보리가 보인이보고 계속 '형'이라고 부르는 거였다. 왜 '언니'가 아닐까 싶었지만 두 아이의 노는 모습에 금세 잊혀졌다. 아마도 둘 사이의 특별한 호칭이겠지 하면서 말이다.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놀이에 푹 빠진 자매는 같이 욕조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게 되는데, 때마침 집에 들어온 엄마가 발견하게 된다. 엄마는 놀라면서 보은이를 욕조에서 꺼냈고, 보리와 같이 목욕하지 말라며 꾸중한다. 대체 뭣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왜 보리는 욕조에 계속 놔두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그때 보은이가 훌쩍이며 말한다. "엄마,보리가 자꾸 나보고 형이래." 

그리고 이어지는 화면은 욕조에 있는 강아지 한마리 였다. 부모님이 강아지 보리를 데려오며 동생 삼으라고 했는데, 진짜로 보은이는 보리를 여동생이라 여긴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임신을 해 진짜 동생이 생길거라고 하자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럼 보리는 가짜 동생이란 말인가?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어른들은 알리 없다. 그래서 보은이와 보리가 어쩔수없이 떨어져 있을 때, 보은이가 느낀 슬픔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랬다면 둘은 갈라놓지 않았을텐데, 보리가 영영 사라지진 않았을텐데 말이다. 처음엔 너무 귀여운 이야기라 기분 좋게 봤다가 나중에는 한없이 슬퍼지게 만드는 '내 사랑'. 그래도 둘이 아름다운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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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엇 - 175년 동안 바다를 품고 살았던 갈라파고스 거북 이야기 보름달문고 45
한윤섭 지음, 서영아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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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해리엇! 저 자바원숭이 찰리예요. 지금쯤 당신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고향 갈라파고스를 향해 열심히 헤엄치고 있겠죠? 비록 당신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 해도 함께 했던 시간은 제 마음속에 영원할 거예요. 당신이 가르쳐준 모든 것을 간직한채 말이예요.
 
전 숲에서 태어난 지 몇달 되지 않아 사람들에게 잡혔고 결국 엄마와 헤어지게 됐어요. 마취총에 맞은 엄마가 죽은줄 알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던 그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정말로 엄마에게서 생명이 빠져나간줄 알았거든요. 다행히 그게 아니라는걸 알게됐지만 헤어지는 순간에도 깨어나는걸 보지 못했으니 제가 기억하는 엄마의 마지막은 총에 맞아 축 늘어진채 정신을 잃은 모습이예요.  

동물원 주인 아들인 테드가 절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집에 데려가지 않았더라면 전 엄마와 함께 살수 있었을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이고, 제가 찰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테드 가족과 함께 살게된건 제 힘으로 바꿀수 없는 일이예요. 처음엔 사람들의 언어도 이해하지 못했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이 뭔지, 좋아하는 행동이 뭔지를 경험을 통해 알게됐어요. 똥오줌은 모래가 깔린 박스에 해야 하고, 물이 싫어도 테드와 같이 목욕을 해야 했어요. 제가 싫어하고 원하지 않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봤자 그들이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저도 그들을 이길수 없었으니까요. 그런 제 모습에 테드는 순하다며 좋아했지만, 별 수가 없었는걸요. 제가 숲으로 돌아갈 일은 없으니 이곳에 적응하며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는 걸 어린 저도 잘 알게 됐으니까요.  

   
  "꼬마야, 괜한 짓 하지마. 여기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야. 사람들을 이길 수는 없어. 살아남는 게 중요한 거지. 24p  
   

처음 테드와 동물원에 갔던 날이 떠올라요. 무서운 개코원숭이 스미스 때문에 공포에 질려있는 제게 당신은 따뜻한 목소리로 "안녕, 친구."라며 말을 건넸어요. 처음 만났음에도, 백칠십이라는 세월을 살았음에도 당신은 이 곳에선 모두 다 친구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리고 저에게 잘 해낼수 있을거라는 격려도 잊지 않았죠. 당신의 따뜻한 말에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리고 1년 뒤, 테드가 학교에 가면서 전 처음으로 동물원 우리에 갇히게 되었죠. 숲에서 테드의 집으로, 이제는 동물원으로 제 환경은 또 변하게 되었고 역시나 이번에도 두려웠어요. 특히 스미스 가요. 제가 사육사의 열쇠꾸러미를 가져온 걸 알게되자 스미스는 당장 그 열쇠를 내놓으라며 협박을 했고 돌까지 던졌어요. 하지만 열쇠를 내놓으면 어떻게 될지 잘 알고있었기에 전 두려움에 떨면서도 끝까지 버텼어요. 하지만 언제까지 참을수 있을지 몰랐어요. 어쩌면 스미스가 던진 돌에 맞아 죽을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때 당신이 나타나 준 거예요. 두려워 할 것 없다고, 넌 혼자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며 그날 밤 제 곁을 지켜주었어요. 외로운 싸움을 하던 저에게 다가와준 당신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그때부터 전 힘들때마다 '난 혼자가 아니다. 난 친구가 있다!' 라는 생각을 하며 잘 이겨낼수 있었어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이 작은 동물원에 평화가 찾아오지도 않았을 테고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엄마와 헤어진 후 처음 맛보는 편안함을 당신이 선물해준 거예요. 

그런 당신에게 살 날이 3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식은 우리 모두를 큰 슬픔과 충격에 빠지게 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오히려 슬퍼하는 우리들을 위로하고 자신과 친구를 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죠.  

당신이 동물원 친구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던 그 순간,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에겐 한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사람들에게 포획된 후 한번도 밟아 보지 못한 바다로 당신을 데려갈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거든요. 어쩌면 오늘 같은 날을 위해서 사람들과 살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과 차를 타고 가며 바다의 위치를 알수 있었고, 열쇠 꾸러미도 챙길수 있었으니까요.    

동물원을 탈출해 힘이 빠져버린 당신을 이끌고 바다로 향해 가는 건 분명 쉽지 않은 모험이었지만 충분히 감수할만한 일이었어요. 이런 용기를 가르쳐준건 바로 당신, 해리엇 이었어요!! 마침내 바다를 만나게 됐을 때, 마지막 이별을 하면서 흘렸던 눈물이 아직도 제 뺨에 남아있어요. 당신에게 그토록 원하던 바다를 보여줄수 있어서, 갈라파고스로 이끌어줄 바닷속에 몸을 맡기게 할수 있어서 얼마나 기쁘고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아가야, 난 너무 오랜 시간을 살았다. 이제 시간이 된 거야. 죽는다는 것은 꼭 슬픈 일만은 아니다. 죽는 건 새로 시작한다는 거지." 104p  
   


 
해리엇, 그 곳에 잘 도착했나요? 오래전에 했던 친구들과의 약속은 지켰나요? 당신이 없는 동물원은 많이 허전하고 슬프지만 그래도 당신의 바램처럼 이 곳이 따뜻한 곳이 되도록 모두 노력할 꺼예요. 오늘 따라 당신이 많이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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