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까투리 - Katuri - A Story of a Mother 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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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몽실언니>등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故권정생 선생님의《엄마 까투리》가 28분짜리 영상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한없는 사랑을 전해주는 엄마까투리를 통해 모성애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가슴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단편 애니메이션은 요즘 트렌드에 맞춰 3D로 제작되어 아이들에게 교훈과 재미를 전해 준다.  

9명의 새끼 까투리가 있는 둥지는 오늘도 재잘재잘 거리는 소리로 시끄럽다. 그런데 둥지에 새끼들을 노리는 침입자가 나타나 한명을 데려가려는 위험한 순간, 엄마 까투리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와 침입자를 쫒아낸다. 놀란 아가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엄마는 자신이 가져온 먹이를 차례차례 나눠주는데, 몸집이 작은 막둥이는 계속 밀리게 된다. 다행히 엄마가 벌레 한마리를 막둥이에게 주는데, 착한 막둥이는 먹기는 커녕 벌레를 놓아주며 "조심해서 가~"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먹지 않으면 배고플 텐데도, 자신이 벌레를 꽉 물면 아플까봐 먹지 못하겠다는 막둥이의 순진한 대답이 귀엽다. 그런 막둥이를 엄마는 혼내지 않고 쓰다듬어 준다.   

식사시간이 끝나자 엄마와 9명의 아가들은 학교놀이도 하면서 푸르른 자연을 만끽하며 즐거운 산책 시간을 갖는다. 숲 속 친구들도 만나고 마을의 한 집에선 강아지와 즐거운 시간도 가진다. 그런데 그만 그 과정에서 막둥이는 홀로 떨어져 나오게 되는데, 다행히도 한 할아버지가 구해주게 된다. 이 할아버지가 권정생 선생님을 그린거라고 하는데, 할아버지가 사는 곳도 권정생 선생님의 생가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한다. 그것을 알고 보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엄마와 형제들과 떨어져 홀로 있게 된 막둥이 지만 특유의 밝은 성격 때문인지 무서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긴다. 까맣게 속이 타들어가는 엄마의 마음도 모른채 말이다. 다행히도 할아버지가 막둥이를 발견했고, 엄마 까투리는 고마움을 표시한다. 이젠 막둥이가 말썽을 덜 피울 것 같다.  

낮 동안 신나게 논 아이들은 밤이 되자 엄마 품에서 잠을 자려고 하는데, 엄마의 자장가에도 불구하고 재잘재잘 또 수다를 떤다. 그런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엄마 까투리. 근데 이 평화로운 시간이 산불로 인해 위협받게 된다.  

 

공포에 질린 아이들을 다독이며 안전한 길을 찾아 헤매는 엄마 까투리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 아이들이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데, 엄마가 불안해하고 안절부절하면 안된다는 사명감 에서다. 그래서 일부러 학교놀이를 시키며 "재미있게 놀면 무서운것도 다 잊을수 있어" 라고 한다.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고 꼼짝할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누가 봐도 꼼짝없이 이대로 죽겠구나 싶은데, 엄마 까투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을 무사히 지키기 위해 애쓴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 처럼, 어제 밤처럼 아이들을 자신의 날개 밑에 품고 자장가를 불러준다. 무서워하지 말라고, 다 괜찮을거라는 엄마의 몸짓은 아이들을 향한 엄마의 사랑이다.  

그렇게 맞이한 아침, 9형제들을 하나 둘 엄마의 품에서 빠져나온다. 무서운 불이 숲을 가득 채웠던 게 마치 거짓말인 듯, 아침은 싱그럽기 그지 없다. 하지만 9형제에게 어제와 다른 점 하나는 엄마가 더 이상 깨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다 했떤 엄마 까투리. 그런 엄마의 간절함 때문인지 9형제는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살아남을수 있었고 계절이 여러번 바껴도 계속 엄마 곁에 머무르게 된다. 그렇게 어른 까투리가 된 9형제는 마침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갯짓을 펼치는데, 그런 모습을 엄마 까투리가 보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하지만 하늘나라에서 참 대견하다고, 잘 자라주었다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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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까투리 - Katuri - A Story of a Mother 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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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보는 동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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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고고 - Mamma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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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목이 mama go go 라고 생각했는데 엄마 이름이 고고 였다. 얼마전 남편을 하늘나라고 떠나 보낸 고고는 아들의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는다. 아들이 만든 '자연의 아이들'이라는 영화는 노년을 다룬 작품으로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 사재를 털어 만들었다. 어머니께 이 영화를 바친다는 말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고 어머니는 환한 미소로 응답한다. 품위있어 보이는 고고와 아들의 사이가 참 돈독해 보인다.  

그런데 혼자 살고있는 고고에게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전과 달리 자꾸 깜빡하기 일쑤였는데, 주방에 물을 올린 채로 깜빡 잠들어 연기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우게 된다. 옆집 여자가 문을 두드려 고고를 깨우지 않았더라면 더 큰 사고로 번질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었고, 물 잠그는걸 깜빡해 집안에 물이 차 오르고 이웃집에까지 피해를 준다.  

거기다 남편이 결혼 50주년 기념으로 준 금팔찌와 보석을 딸들이 가져가 팔았다는 의심을 하며 거세게 비난한다. 또 며느리에게도 폭언을 하는데, 영화 초반에 나온 인자하고 품위있는 노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 보인다. 심지어 고고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장례식에 참석해 계속 앉아있게 되는데, 이 소식을 접한 아들과 딸은 상황이 심각하다는걸 인식하게 된다. 더 이상 어머니를 이대로 놔둬서는 안되겠다며 양로원에 모시자는 결론을 내는데, 처음엔 이 결정에 크게 화를 냈던 고고도 계속되는 사건으로 인해 어쩔수없이 따르게 된다.

아들도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내는게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의 상황도 안 좋긴 마찬가지고 걱정할게 산더미였다. 사재를 털어 만든 '자연의 아이들'은 흥행에 참패했고, 은행의 빚독촉은 심해진데다 카드마저 중지됐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집에 있는 그림을 은행에 있는 친구에게 주는 대신 카드를 다시 쓸수 있게 됐지만 이마저도 잠깐뿐 이라는걸 잘 알고 있다. 믿을 건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인데 그것조차 소식이 없고, 결국엔 패리스 힐튼이 주연으로 나오는 미국 영화를 군말없이 맡을수밖에 없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그 일을 맡지 않으면 진짜로 위험한 상황이 될테니 말이다.  

스페인의 베니돔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자 아들은 한숨 돌리 됐다고 생각하며 방송국에 직접 전화해 토크쇼에 출연도 하지만, 아무도 베니돔 영화제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큰 도움을 받진 못했다. 더구나 미국 영화마저 못 찍게 되면서 아들의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그리고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어머니의 상태도 심각해져만 가는데 자식과 떨어져 홀로 양로원에 있는 그 모습이 참 외로워 보였다. 아들과 딸들은 어머니의 집과 그림,보석들을 팔아 나눠가지게 되는데 그들은 어머니가 다시 이 집으로 오지 못할거라는걸 잘 알고 있는듯 보인다. 입으로 말을 하진 않았지만 자식들은 어머니의 마지막이 오고 있다는 걸 직감했고, 유산을 배분하게 된 것이다. 아직 어머니는 살아있기 때문에 그런 자식들의 모습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비난할수도 없다. 어차피 나중에라도 해야 할 일이고, 살아야 할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하니까. 

아들은 '자연의 아이들' 시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인 문제에 대한 성찰과 해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라고 했는데, 그 영화에 나오는 노인들과 어머니 고고의 모습은 여러모로 닮아 보인다. 정처없이 헤매는 영화 속 노인들과 양로원을 계속 탈출하려는 고고의 모습이 겹친다. 병이 생긴 이후 고고에겐 죽은 남편이 보이는데, 살아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유일한 사랑이다. 그녀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도 흑백 화면으로 나오는데 처음엔 고고의 과거인지 모르고 무성영화 인줄 알았다. 젊었을때의 고고와 남편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는데, 고고가 가고자 하는 곳이 바로 그때 그 시절이 아닐까 싶다.

양로원에 들어간 후 더 증상이 심각해진 어머니를 보면서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백한다. 어머니가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컸는지를, 내게 생명과 인생을 보는 법을 알려준 어머니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그런데 그런 어머니가 지금은 어디 계신거냐며 운다. 그 고백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래본다. 어머니의 정신이 더 맑았을 때, 병에 걸리기 전에 더 잘해드렸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언제나 뒤늦게 행동하고 후회하는 것 말이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오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만 한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좋은건지 나쁜건지 살아있는 사람들은 결국 아픔을 조금씩 잊고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죽음의 길을 가는 건 혼자만의 몫이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또 자신만의 몫을 견뎌내며 살아가게 된다. 아들은 어머니를 그렇게 떠나보냈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반토막 난 주식을 팔아버리자 곧 주가가 올라 괴로워하고, 언젠가는 자신의 영화를 또 만들면서 말이다. 그리고 고고는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 만나며 그토록 가고싶어했던 곳으로 갈 것이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찬란하고 눈부셨던 그 시절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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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기 마법사 - 하늘이와 엄마의 100가지 일기 비법, 어린이문화진흥회 좋은어린이책 선정
황미용.신재현 지음 / 천개의바람 / 2011년 6월
절판


학교 숙제로 나오는 일기쓰기는 아이들에겐 좋은 교육이 될수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귀찮아하고 힘든 공부처럼 여기기 일쑤이다. 매일 써야 하기 때문에 귀찮기도 하고 선생님께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밀스러운 일이나 말하기 부끄러운 건 피하게 된다. 거기다 일기에 쓸 특별한 일이 없으면 머리는 더 아파오는데, 그래서 가끔 거짓으로 적는 아이들이 있기도 하다. 이렇다보니 일기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별로 없고,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큰 효과는 없어보인다.

그런데 황미용 씨와 아들 신재현군의 일기와 지도 방향을 보면서 "이렇게도 일기를 쓸수 있구나"라는 걸 알게됐다. 천편일률적이고 평범한 일기 쓰기 방법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쓸수 있다는 걸 알게해줘서 아이들로 하여금 일기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낸다. 그날 기분에 따라, 쓰고싶은 방법에 따라 일기를 쓴다면 더 이상 귀찮고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뒤돌아보게 해주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이 책엔 10가지 일기 형식과 90가지의 일기 주제가 들어있어 굉장히 실용적이다. 무엇보다 신재현군의 실제 일기가 들어있기 때문에 또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장점이 있다.

신재현군은 엄마의 양치질 검사에서 이가 누렇고 찌꺼기가 그대로 있다는 지적을 받자, 곧바로 거울을 봤는데 노랑나비처럼 보였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일일텐데도 재미있고 솔직하게 써서 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아들의 일기에 엄마는 '엄마의 사랑쪽지'를 통해 '노랑나비가 되어도 엄마는 하늘이가(신재현군의 또 다른 이름) 제일 귀엽고 예쁘다'고 해준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을 이렇게 쓸수 있는건 솔직한 일기를 쓰라는 엄마의 가르침과 사랑 덕분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의 일기를 보면 나쁜 행동을 해서 꾸지람을 받거나 잘못한 일을 적을땐 꼭 마지막에 "다신 이런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로 끝난다. 그 일을 통해 반성을 했고 다신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데 솔직히 이런 일기가 진심이라고 여겨지진 않는다. 속상하고 억울한 일이 있지만 선생님과 부모님께 꾸중듣지 않고, 무난하게 검사를 넘어가기 위해서 거짓으로 쓰기도 하는데 이렇게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쓰는건 아이로 하여금 일기쓰는게 지긋지긋하게 만들 뿐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게 가장 중요한 것 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일기쓰기의 올바른 방법과 효과를 알려주고, 하나의 놀이로서 접근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기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더구나 글쓰기를 통해 얻어지는 교육적인 효과도 크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제 아이들에게 일기쓰기는 더 이상 피하고 싶은 숙제가 아니게 될 것이다. 일기마법사를 통해 재미있는 방법을 배울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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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쪽으로, 한 뼘 더 - One Step More to th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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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3 여고생 원우(김예리)는 희귀질환인 기면증을 앓고 있다. 언제 어디서 잠이 들지 모르는 병은 항상 불안을 달고 살게 했고 일상 생활마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감정 변화가 생기면 증상이 즉각 나오기 때문에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시원하게 웃지도 못한다. 웃고 싶을 때 웃고, 슬퍼질 때 울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마저 원우에겐 허락되지 않는 셈이다.  친구들은 입시라는 스트레스를 겪고 있지만, 원우에겐 그 것마저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적어도 친구들은 원하지 않는 잠을 자지도, 길 가다 쓰러지는 위험한 상황도 겪지 않으니 말이다.

수업시간에도 스르르 잠이 들기 일쑤인 원우지만 그래도 학교에 가는 것만은 포기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원우의 마음도 모른 채, 아픈 애가 왜 학교에 있냐며 면박을 준다. 아마도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귀찮아하는 그 말투가 참 잔인하게 들린다. 비록 수업을 듣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더 많지만 그래도 원우가 학교에 오기 위해 힘든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응원은 못해줄망정 입시에 방해되는 장애물로 여기는 것 같아서 말이다.  

 

원우가 하고 싶은건 자전거를 타는 일이다. 엄마에게 자전거를 사 달라고 틈 날때마다 조르는데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NO 이다. 엄마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다. 잘 걷다가도 갑자기 쓰러져서 다치기 일쑤인데, 하물며 바퀴달린 자전거를 타고가다 쓰러지면 더 크게 다칠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쓰러진 장소가 횡단보도 라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큰 사고로 연결될수 있다. 언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르는 딸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학교에도 자주 찾아가고 차로 데리러 오는 엄마에게 원우는 과잉보호라며 핀잔을 주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쩔수없다. 딸이 안전할수만 있다면 더 심한 과잉보호도 할수있다. 원우 할머니의 말처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은 소리요, 가장 슬픈 소리는 내 새끼 눈물 흘리는 소리이다. 아픈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수 있는게 바로 부모의 마음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투정을 부리고 싶은게 사춘기 딸의 행동이기도 하다.  

병 때문에 제약이 많은 원우는 친구도 없는데, 어느날 같은 반 친구인 준서(홍종현)가 슬며시 원우의 일상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둘은 그 나이 특유의 풋풋함을 보여주는데, 병을 앓고 난 후 한번도 타지 못했던 자전거를 같이 탈만큼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엄마 연희(박지영)의 일상에도 사랑이 찾아오는데 문화센터에서 만난 사진작가 선재(김영재)의 일방적인 구애로 시작된 거였다. 그동안 연희는 원우 엄마로서의 삶만 있었다. 그래서 선재라는 남자가 어느 순간 자신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고 관심이 있다는 걸 표하자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연하인데다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고, 처음엔 관심마저도 부담스러워 벽을 쌓기만 했다. 아줌마를 놀리는건가 싶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은근하게 스며드는 그의 진심어린 사랑에 마음을 조금씩 열게됐고, 오랜만에 자신이 여자라는걸 느끼게 해줬다.

하지만 원우는 아빠의 기일도 잊은 채 데이트를 즐기는 엄마가 미웠고 배신감을 느꼈다. 엄마는..엄마는 그러면 안되는거 아닌가. 그러나 원우도 이제는 안다. 나에게 준서가 찾아오면서 세상에 한발짝 더 다가갔듯이, 엄마도 선재 아저씨를 통해 삶을 더 확장시킬수 있는 거라는걸..그렇게 원우는 세상에 한뼘 더 다가가기 시작한다. 기면증이라는 병 때문에 할수 없는 일이 더 많겠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그럴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누구의 도움없이도 설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게 보고싶던 바다에 혼자 간 일이 그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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