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만세 그림이 있는 동시
이상교 지음, 이혜리 그림 / 미세기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재밌다!재밌다!재밌다!! 곤충의 생김새를 간결하고 톡톡 튀게 표현한 동시를 읽으면서 쿡쿡 웃기도 하고 와~하는 감탄사도 내뱉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그림이 마음에 쏙 들어 자꾸만 보게 된다. 개그맨 최효종 말투로 "동시, 어렵지 않아요~. 곤충, 무섭지 않아요." 라는 감상평을 쓰고 싶다. 곤충들의 생김새와 특징을 잘 잡아낸 그림을 보고 동시를 읽다보면 직접 보지 않았음에도 생생함을 느낄수 있고, 절제되면서도 풍부한 언어로 재미있게 표현한 시 안에 순수함이 담겨져 있어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이 책에 그려진 곤충들은 마치 인간처럼 다리엔 신발이 신겨져 있고 옷을 입고 있는 듯 하다. 곤충 생김새의 특징을 잘 포착해냈는데 개미는 가느다란 허리를 돋보이게 하는 벨트를 맸고, 사람들한테 미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바퀴벌레의 다리엔 '바퀴'를 그려넣어 바퀴벌레의 빠른 움직임과 이름을 빗댄 재미있는 농담을 했다. 금세라도 붕붕~시동을 걸어 질주 할 것만 같은데, 웃는 개미와는 달리 눈이 매섭다.

   
 

틈 없었다. 

어두컴컴 싱크대 밑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 도르르르 굴러 나왔다.  
내가 있는 걸 알고는/ 도르르르/ 도로 굴러 들어갔다.  
어찌나 빠른지/ 바퀴는 못 봤다/ 몇 개인지/ 세어 볼 틈 없었다.
  

 
   

 

여름하면 매미의 울음소리를 빼놓을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매미의 울음소리는 시끄러운 소음으로만 들린다. 하지만 시에선 매미의 울음소리를 소나기 소리에 비유한다. 그러고보니 많이 닮았다. 매미의 입에서 아름다운 빗소리, 멜로디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듣기 싫은 소음으로 여기지 않을 것 같다. 2~3일 정도 짧은 시간만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하루살이. 흔히 내일을 기약할수 없는 불안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자신을 '하루살이인생'이라 칭하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림에도 똑딱똑딱 흐르는 시계를 그려넣었다. 하지만 동시는 재미있게도 "콧구멍을 조심해!'라는 익살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 숨 한번 잘 못 쉬면 콧구멍에 훅, 때로는 눈과 입에도 들어가는 하루살이떼들! 조심하지 않으면 하루살이를 먹을수도 있다!

   
 

콧구멍을 조심해! 

단 하루 살아도 /다리/ 날개/ 몸통/있을 건 다 있다.  
조심해,조심해 / 하루살이를 조심해/숨을 크게 들이쉬면/콧구멍 속으로/ 휙, 빨려 들지 몰라.
콧구멍을 조심해!
 

 
   

  

곤충 중엔 징그러워 만지는데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 있는 반면, 아름다운 색깔과 귀여운 모습으로 마음을 쏙 훔쳐내는 곤충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반질반질 윤기를 머금은 무당벌레 인데, 이 시에선 옷에 달려있는 단추에 비유했다.  

   
  반들반들 빤들빤들 

주황 빛깔 바탕에/ 까만 동그라미 점이/ 콕,콕,콕,콕콕콕콕
반들반들 빤들빤들/ 일곱 점 무당벌레
내 흰 블라우스 단추와/ 바꿔 달고 싶구나.
 
   

  

반면 벌 은 멀리서 봤을 땐 예쁘게도 생겼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언제 맞을지 모르는 벌침은 따끔하고 아파서 겁부터 나는데, 이 벌이 꽃한테만은 먼저 다가간다. 벌이 꽃의 꿀을 먹는 장면을 입맞춤이라는 로맨틱하고 귀여운 행동으로 변신한 시가 마음에 쏙 든다. 쪽! 

   
  입맞춤

붕,부우웅-/ 부웅,붕붕-/ 가까이 오면/ 침 한 방 콱 놓을 테다/붕,부우웅-.
내게는 그러면서,
꽃에게는 다가가/ 붕 부우웅-/ 부웅부웅-/ 달콤한 소리로/ 어르고 달래며 입맞춤한다. 
쪽!
 
   

  

잘 보기 힘든 곤충인 물자라는 암컷 대신 수컷이 알을 키우는 모양이다. 동물의 세계를 관찰하다보면 종종 이런 경우를 발견할때가 있는데,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마지막 일생을 새끼들을 부화시키는데 쏟는 걸 보면서 오히려 인간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자신의 아이들을 끝까지 지키려는 그 마음이 참 예쁘다. 홀아비 물자라의 등엔 30여마리 정도의 새끼들이 업혀 있고, 아비는 조심조심 헤엄치면서 오리인형과 우유병까지 신경써야 한다. 싱글파파의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면 곧 멋진 물자라들이 이 강을 헤엄쳐 갈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아비가 그랬듯, 수컷 물자라들도 자신의 새끼를 등에서 키울테지.  

   
  홀아비 물자라

어미 물자라가/ 아비 물자라 등에/ 알을 낳아 놓았다/ 보골보골/ 소복이 낳아 놓았다. 
아비 물자라는/ 등에 아기 업고/ 가만가만 헤엄쳐 다닌다/ 물살 세지 않은 데를 가려/잔잔 떠다닌다.
둥게둥게 물자라 아기/ 아비 등에 업혀 보골보골 큰다/ 오뉴월 볕에 옴속옴속 큰다/ 어미 물자라 없이도/ 울멍술멍 잘도 큰다.
 
   

이 외에도 파리,좀벌레,집게벌레,사마귀 등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곤충들의 세계를 재미있고 쉽게 풀어놓아 아이들도, 어른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젠 이 책에 소개 된 곤충들을 만날 때마다 동시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자신만의 동시를 지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동시라는게 결코 어렵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 배웠으니 한번 시도해 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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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락 몬트리올 - Queen rock Montreal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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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복원된 퀸의 콘서트 실황. 가슴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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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즈 - Coupl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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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랩스틱 코미디가 난무하고 초반엔 정신없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조금씩 안정되고 코믹해서 가볍게 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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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 The Help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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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 마을은 겉으로 보기엔 그림처럼 예쁘고 잘 정돈된 집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곳이다. 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서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보고 있으면 2개의 다른 세계를 만날수가 있다. 하얀 피부의 백인 주인과 검은 피부의 가정부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이질감을 느끼게 할 만큼 차단된 삶을 살고 있었다. 백인은 우월하고 흑인은 미개하다는 인식은 쉬쉬하는 비밀이 아니라 당당하게 이야기 해도 되는 진실처럼 여겨졌고, 비인간적인 인종차별이 일상이 되어버린 그곳은 흑인들을 억압하고 있었다.  

백인 여주인은 흑인 가정부에게 자신의 아이를 맡기면서도 병균이 옮는다며 같은 변기를 쓰지 못하게 하고, 식기도 따로 쓰게 했다. 가정부가 화장실에서 휴지를 얼만큼 썼는지 체크까지 하는 등 최소한의 존중도 보여주지 않는데, 그렇게 따지면 가정부가 해주는 음식은 어떻게 먹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이런 차별이 대놓고 행해지지만 흑인 가정부는 어떠한 불평도 하지 않는다. 아니, 할수가 없다. 그녀들이 할수 있는 유일한 직업인 가정부를 못하게 된다면 당장 살아 갈 걱정부터 하게 될 것이고, 주인에게 잘못 보이면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려 다른 집에서 일 할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눈 감고 귀 닫고 가정부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한 집에 종속된 노예가 아님에도 인간다운 처우를 받지 못하는 흑인 가정부들의 처지가 안타깝다. 

그동안 17명의 백인 아이를 키워 낸 베테랑 가정부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과 최고의 파이를 만드는 미니(옥타비아 스펜서)는 팍팍한 생활에도 서로가 있기에 참고 웃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사고로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에이블린은 백인 주인의 딸을 자기 자식처럼 키우는데, 통통하고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친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하기에 더더욱 마음이 쓰였다. 그 당시 백인 여성들은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모든 육아를 유모에게 맡겼던 모양이다. 그래서 흑인 가정부는 엄마 역할까지 해야 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흑인 여성의 품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커서는 자기 엄마와 똑 닮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마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여성이 있다.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결혼을 하지 않고 대학 졸업 후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스키터는 취업을 위해 신문사 살림코너 상담을 맡게 되었고, 이를 위해 에이블린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둘이 만나는 것도 에이블린 주인의 양해를 구해야만 했고, 오로지 집 안에서만 만나야 했다. 흑인과 백인이 밖에서 이야기 하는 건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키터는 더 위험한 일을 하려고 했는데, 그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흑인 가정부들의 진짜 속마음과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낸다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엔 에이블린도 이 위험천만한 일을 할 생각이 없었고 상상만으로도 두려워했다. 하지만 정도를 지나치는 백인 주인들의 횡포와 죽은 아들을 위해서 과감히 용기를 냈고 미니도 이에 합세하게 된다.  

그녀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스키터는 자신을 키워준 흑인 유모 콘스탄틴을 떠올린다. 그녀가 힘들때 곁에 있어준건 콘스탄틴 이었고, 그녀는 친엄마보다 더 가까운 존재였다. 흑인 가정부가 아니라 가족인 그녀와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이별을 해야만 했던 스키터는 에이블린과 미니를 만나며 콘스탄틴을 더 그리워했다. 어쩌면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콘스탄틴에 대한 그녀 식의 애정이 아닐까 싶다.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연들과 스키터의 연애까지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게 했다. 그리고 같은 백인이면서도 왕따를 당하는 셀리아는 이단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도 끼지 못하지만, 소속이 없기 때문에 어떤 편견이나 미움이 없는 순수한 캐릭터가 되었던 것 같다. 미니를 가정부로 들이며 함께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떨며 친밀한 관계를 가져나가는데, 그녀의 모습속에서 인종차별이 없는 행복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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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 Driv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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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를 좋아하는 한 남자(라이언 고슬링)가 있다. 이름도,고향도,왜 이 도시로 흘러 들어왔는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그는 여러모로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단 한가지 알수 있는 건 그가 운전을 좋아하고 잘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돈을 버는데 영화 장면에 필요한 자동차 스턴트맨을 하거나 범죄가 그것이다.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차에 태운 후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가게끔 도와주는게 그의 역할인데 이것도 딱 5분이라는 시간을 정해 놓고 한다. 그러니까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그의 역할은 운전, 딱 한가지만 이었고 그마저도 깊숙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의 실력을 보면 이런 류의 범죄를 통해 많은 돈을 벌수도 있겠지만 그는 보통 범죄자들과는 달라 보인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극도로 신중해 보이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렇다면 왜 위험한 일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경찰과의 추격전에서 짜릿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지도 않고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한 욕심도 없어 보인다. 그저 운전하는 것이 좋았던것 뿐일까. 이렇다보니 자꾸만 그의 과거가 궁금해진다. 이 남자,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그런 남자의 일상에 이웃에 사는 아이린(캐리 멀리건)이 어느 순간 들어오게 된다. 우연히 마주친 둘은 서로에게서 강한 이끌림을 느끼고, 그게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하지만 아이린에겐 남편과 아이가 있었고, 이들의 사랑은 감옥에 간 남편이 출소하기까지 라는 기한이 정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이미 서로에게 흠뻑 빠져버린 두 사람은 마치 풋풋한 10대 소년 소녀들 처럼 사랑을 나누는데 남편 스탠다드가 일찍 출소를 하면서 사랑을 꽃피우기도 전에 감정을 추스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어쩌면 더 깊게 빠지지 않았던 게 다행일 수도 있지만, 이 감정을 그대로 무시해버리기엔 두 사람의 마음이 진심이었다. 더구나 이미 아이린과의 일상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남자에겐 남편과 같이 있는 그녀를 바라보는 건 고통이었을 것이다.  

우연히 아이린의 가족과 식사를 하게 된 날,스탠다드가 자신이 어떻게 아이린과 만났는지를 알려주며 아들이 태어난 순간이 가장 행복했었노라고 말하는 걸 듣는 남자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진다. 하지만 남자의 심정을 느낄수 있는 건 그게 전부이다. 아이린이 곧 남편이 출소할 거라는 걸 알려줬을 때도 잠깐 운전을 멈춘것만이 충격받은 그의 모습을 드러내주는 것이었고, 그 후로도 남자는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는다. 아이린과 함께했던 짧은 순간의 데이트, 그리고 그때 보여줬던 웃음이 다신 나오지 않을 것처럼 남자의 얼굴은 다시 굳어져버렸다. 그럼에도 그녀 곁을 떠나지 않는 남자는 스탠다드가 어쩔수없이 전당포 털이를 하게 되자 기꺼이 도와주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범인들이 아이린과 아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자와 스탠다드가 해야 하는 일은 5분안에 전당포를 터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일을 사주한 사람들에게 얼마씩을 받고, 다신 볼 일이 없는 것 뿐 이었다. 하지만 이 범죄는 누군가에 의한 음모였고, 스탠다드와 함께 참여한 여성이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졸지에 남자는 백만달러와 함께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남자에게 감춰진 폭력적인 면이 드러나며 오히려 쫒기는 건 음모를 주도한 사람들 이었고, 아이린을 지키기 위해 남자는 이들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복수의 과정도 지금껏 흘러왔던 것 처럼 꽤나 잔잔하다. 엘리베이터 씬에서 잠깐 보여지는 잔혹한 장면들이 언뜻언뜻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주인공들의 심리에 더 공을 들인 것 같다. 거기다 좋은 음악들을 곁들이면서. 만약 이 영화가 호쾌한 액션영화 였다면 결말은 당연히 관객들의 입맛에 잘 맞는 쪽으로 흘렀겠지만, 초반부터 그렇지 않았기에 좀 아쉬운 결말도 크게 불만은 느껴지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추천은 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에겐 꽤 괜찮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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