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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너무 복잡해 - It’s Complicate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외국 TV, 영화 프로그램을 보면 이혼을 해도 원수가 아닌,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자주 볼수 있다. 그걸 쿨하다고 해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처음 그 모습을 접했을땐 신기하기도 하고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아무리 좋게 헤어졌다고 해도, 전 배우자가 애인을 소개할때 진심으로 축하해줄수 있을까 싶었다. 아니면 속마음은 부글부글 끓고 보기 싫은데, 사회 분위기가 그렇고 다들 그래야한다고 생각하니 어쩔수 없이 동참하는걸까? 확실히 한국과는 다른것 같다. 이혼한 부부가 아이들과 자주 만나고 왕래를 한다는 것이.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니 모두가 쿨 한건 아닌것 같다. 헤어진 부부가 진심으로 친구가 되는 과정은 오랜 세월이 흘러 상처가 아문후에나 가능했다. 제인(메릴 스트립)은 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윈)가 바람을 피워 이혼을 하고 10년이 흐른뒤에야 안정된 삶을 찾게 됐으니까. 내가 생각했던처럼 이혼을 하고 곧바로 하하호호 웃으며 좋은 관계가 되는건 아니었다. 제인이 이혼한지 2년이 되도록 상처를 극복하기 못한 아담(스티브 마틴)에게 조언하는 대사에서도 알수 있었다. 그녀가 지금의 안정을 찾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는지를. 이제 그녀는 잘 나가는 베이커리숍을 운영하고 큰 딸은 곧 결혼을 하며,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막내딸은 대학 새내기가 되며 나름 평안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딱 한가지 부족한게 있었다. 아이들이 집을 떠나며 10년동안 꿈꿔온 집 리모델링을 드디어 하게 됐지만, 그녀를 사랑해 줄 남자가 없었다. 몇년간 데이트도,섹스도 없는 삶을 살아온 제인. 눈가의 주름은 신경이 쓰이고 몸매도 예전같지 않다. 누군가에게 사랑스러운 여자이고 싶은 그녀. 그런데 2명의 남자가 그녀의 삶에 들어오게 된다. 그 남자는 바로 전남편 제이크와 제인의 집을 손봐줄 건축가 아담.
제이크는 제인과 결혼 생활을 하던 중 20살이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웠고, 이혼 후에는 그 여자와 재혼하고 의붓아들까지 둔 상태다. 그런 제이크가 뻔뻔하게도 제인에게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라고 고백하고 그녀와의 재결합을 꿈꾸게 된다. 술 때문에 벌어진 제이크와 제인의 하룻밤은 10년간의 공백을 무시하고 달콤한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 것이다. 졸지에 전남편과 불륜관계가 된 제인.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이 말도 안되고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잊고 있던 열정을 되찾고 조금은 통쾌한 감정까지 들었으니까.
그러나 아이들에게 숨기고 밀애를 즐겼던 제인은 달콤하고 무모한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어쩌면 둘은 예전의 부부관계가 아닌 불륜이기 때문에 그 스릴을 즐긴걸수도, 아직 아이들의 상처도 낫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를 배신하면서까지 재결합 하는것은 옳은게 아님을 알았다. 제이크에겐 젊은 아내와 의붓아들이 있었다. 불임치료 등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제인을 만남으로써 쾌락과 평안함을 구했다. 제인도 마음의 공허함과 여자로서의 자신을 찾고 싶은 과정에서 제이크와 만나게 된 것 같다. 몸매가 자신없다며 알몸을 쉽게 보이지 않았지만, 제이크의 칭찬과 감탄은 그녀에게 잊고있던 기쁨을 주게 됐으니까.
어쩌다보니 전남편과 불륜관계가 되어버렸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은근히 다가오는 아담을 조금씩 좋아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아담의 비중이 적고, 제인이 아담에게 마음이 있다는것을 거의 표현하진 않았지만, 결말부분에서 조금 볼수 있었다. 평생 일탈이라곤 해본적이 없는 제인이 뒤늦게 제이크와 불꽃같은 사랑을 나눈 후 제자리로 돌아왔고, 그 곳엔 아담이 있었다. 비록 그와의 인생은 짜릿하진 않을지라도 신뢰와 믿음이 있는 관계를 유지하게 해줄 것이다. 맛있는 쿠키를 구워 먹고 서로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가끔은 대마초도 피우면서 잔잔하지만 즐거운 인생을 보낼 것 같다. 그런 느낌이 든다.
젊은 남녀들의 들뜬 사랑이야기도 좋지만, 인생의 절반을 보낸 중년 남녀들의 사랑이 더 좋은것 같다. 아무래도 내 나이가 있다보니 그런것도 같고, 이런 류의 영화를 자주 볼수 없기 때문인것도 같다. 특히 한국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으니까. 정석 미인은 아니지만 웃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운 메릴 스트립이 있었기에 영화가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