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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노프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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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논란이 있는, 혹은 문제적 인물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 인물에 대한 전기는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

리모노프는 이점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엠마뉘엘 카레르는 처음부터 리모노프의 삶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거나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간다. 하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정반대의 주장 역시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중적 평가, 역사적 잣대에서 벗어난 안전한 지대 위에서 문제적 인물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내 머릿속에선 이미 재고의 여지 없이 깔끔히 정리된 사안이 아니던가. 스킨헤드 민병대의 우두머리인 몹쓸 파시스트 리모노프로. 그런데, 사망 이후 만인으로부터 성녀로 추앙받는 여자가 그를, 그들을, 러시아 민주화 투쟁의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있었다. 21p

 

리모노프가 그렇게 자라나도록 만든 성장 배경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그 당시 러시아의 생활상, 야망 넘치는 리모노프가 겪었을 절망감, 그리고 그 시궁창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보여준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리모노프라는 인물은 그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망 넘치는 기회주의자, 오만한 인물상을 극대화한 캐릭터일 뿐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때로는 나이기도 한 그 기회주의적이고 오만한 인물이 특정한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구조를 맞닥뜨렸을 때 극단적으로는 이렇게 변할 수도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리모노프에 대한 애증과도 같은 카레르의 감정은 책 속에서 혼돈스럽게 공존한다. 그러나 결국 카레르가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뒷표지에 적힌 이 책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리모노프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은 거대한 역사적 흐름 안에서의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2차 대전 종전 이후, 소련 해체 이후 시대를 폭넓게 조명한다.’ 리모노프는 나름대로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왔음은 분명하나 그가 미친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우리 사회는 앞으로 리모노프 같은 문제적 인물을 키워내지 않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 그런데 이 책이 여성을 다루는 방식은 나를 시종일관 소름 돋게 만들었다. 내가 주인공(이든 서술자이든 작중 인물 가운데 아무에게도)에 이입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책을 덮도록 만들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이런 방식을 거치지 않으면 리모노프를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리모노프라는 인물을 매개로 자신의 어두운 욕망을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풀어낸 걸까.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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