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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로랑스 타르디외 지음, 길혜연 옮김 / 뮤진트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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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로랑스 타르디외라는 프랑스의 젊은 여성 작가가 쓴 이 책을 들고 읽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다. 우선 제목부터가 이 책은 신파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을 거라는 혐의가 다분했고, 젊은 여성이 말하는 뉴욕이나 압구정적이지 않은 사랑은 자칫 제어 안 된 감정을 밀어 붙이듯 쏟아낼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있었던 까닭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살던 알리스는 임종 직전의 아버지에게서 어머니가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을 듣고 그 남자를 찾아가 자신에겐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어머니의 기억을 채워 보려 한다. 아버지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증오, 어머니에 대한 알리스의 그리움, 어머니와 그녀의 애인의 사랑, 어머니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느끼는 알리스의 미묘한 감정. 어머니의 옛사랑을 찾아 가는 간단한 이야기 구조에 수많은 감정들이 몽타주되어 있다. 때로는 맥락 없이, 때로는 감정에 흠뻑 빠져서 독자가 받아들이기 벅찰 정도로 쏟아 붓는 감정의 독백들이 사랑이란 무엇이고, 사랑이 끝난 다음에 남는 것 역시 사랑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에 의문을 덧대간다.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로랑스 타르디외, 길혜연 역, 뮤진트리, 값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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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 Natsume Tesoro 테조로 - 오노 나츠메 초기 단편집 1998 - 2008
오노 나츠메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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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가 출간하는 만화책들을 읽다 보면 내용이야 그렇다 치고 값이 만 원이나 하는데도 한 시간이면 다 읽을 분량의 책을 과연 돈 주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오노 나츠메라는 이름이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본식 감탄사부터 내뱉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작품이 좋은 것과 별개로 선뜻 그 만화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까지는 생기지 않았었다. 만화적 상상력이야말로 만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임에 분명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유 때문에 그것을 책장에 꽂아 두고 싶다는 마음까지 생기지 않았으니, 예외가 있다면 『얼굴 빨개지는 아이』, 『뉴욕스케치』 등 장자끄 상뻬의 작품들뿐이었다.

종이 질의 차이일까, 시리즈 분량의 차이일까? 곰곰 따져보니 아마도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을 뚝 떼어다 그림으로 옮겨 놓으면 거기서 느끼는 일상은 소설이나 영화와는 또 다른 느낌의 포근함과 편안함을 주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새로 출간된 오노 나츠메의 초기 단편집 『Tesoro』에는 남편의 도시락을 싸는 아내, 아들의 도시락을 싸는 아버지, 누나들에게 아기 취급 받는 것이 창피한 막내 동생, 그 막내를 위해 뒤에서 일을 꾸미는 아버지 등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그런데 스케치된 일상은 일상을 다루되 여타 극의 세밀한 감정 묘사를 배제하면서 그림 너머 많은 것들을 읽는 사람에게 맡겨 두고 있다. 간단한 연필 놀림 너머 인물들이 느꼈을 감정, 세세한 표정, 불현듯 이야기가 끝나버린 정지 상태에서 더 나아가야 할지 멈춰야 할지 모르고 주춤거리고 있는 감정선 등, 짧은 책이지만 읽으면서 헤아려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이유로 만화책을 소장하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봤지만, 이것의 소장 가치는 문학 서적의 소장 가치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다. 소설책의 소장 가치가 당분간 내 책장에 머물러 있길 바라는 마음에 있다면, 『Tesoro』나 장자끄 상뻬의 소장 가치는 읽는 즉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책 한 권으로 선물 릴레이가 펼쳐진다면 책 판매고에 악영향을 줄 것이고, 준 사람 성의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고로, 선물 받은 책이 맘에 들었다면 선물할 때는 새로 사서 하기로!

『Tesoro』, 오노나츠메, 조은하 역, 애니북스,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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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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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이차대전 종전 직후, 풍자적인 글로 인기를 끌게 된 줄리엣은 좀더 진지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자료를 수집하던 중 건지 섬에 사는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클럽’이라는 문학회 소속의 한 남성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클럽의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던 줄리엣은 이 사람들에게 흥미를 느껴 급기야 건지 섬으로 찾아간다.

영국령의 건지 섬은 오래 전부터 독자적인 의회와 화폐를 가지고 있던 지역이지만 2차 대전 중 독일군의 지배를 받게 된다. 독일군 장교를 사랑하여 아이를 낳은 엘리자베스, 닭과 염소를 키우며 남성용 강장제를 만들어 파는 이솔라, 먹을 게 없으면 어떤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 티스비와 그가 만든 감자껍질파이, 독일군의 억압 아래서도 순박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줄리엣의 삶속에 찾아든다.

메리 앤 셰퍼 & 애니 배로우즈, 이연희 역, 매직하우스, 값 12,800원


『책과 노니는 집』

천주교가 조선에 처음 유입되던 시기, 장이의 아버지는 금서였던 천주교 관련 서적을 베껴 쓴 죄로 장형에 처해진 뒤 목숨을 잃는다. 장이는 아버지에게 일거리를 주던 책방 주인의 집에 들어가 필사를 익혀가며 아버지의 뒤를 따른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 책은 조선 후기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배포하는 사람,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해 주는 사람, 이야기를 읽거나 들어주는 사람,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특정 이야기를 금지하는 역사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나길 꿈꾸며 살아가는 모습은 동화가 어린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전체관람가 영화가 ‘어린이용’ 영화는 아니듯, 어린이문학도 어린이들만 보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영서, 김동성 그림, 문학동네, 값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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