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아빠의 몰락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황해선 옮김 / 창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한 여성 속옷 브랜드에서 보석이 박힌 1,200만 달러짜리 속옷을 출시했다. 말할 것도 없이 안 팔렸다. 하지만 제조사는 큰 이익을 남겼다. 이 속옷 덕에 사람들은 100달러짜리 속옷을 전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사게 된 것이다. 이것은 물론 미국의 이야기다. 한국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 다만 이 일화는 소득 최상위 계층의 지출이 중산층의 소비패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러한 지출 연쇄 반응으로 중산층이 소유하는 주택, 승용차, 의류가 달라졌다. 그리고 이런 지출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노동 시간을 늘렸고 도심에서 멀어졌다.

통근 시간 30분의 24평 아파트와 통근 시간 한 시간의 40평 아파트 중에서 사람들은 대개 통근 시간을 늘리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하여 그들의 가계 저축은 감소했고 부채는 늘었다. 스스로 노동 시간과 통근 시간을 연장했고 이에 따라 여가 시간이 줄었고 건강이 악화되었다. 물론 이것은 미국 중산층의 이야기다. 미국의 이러한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저자는 소득세 중심의 현행 조세 제도를 소비세 중심으로 개편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의 감세 정책은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중산층에게 부자의 소비패턴을 강요함으로써 세수가 줄었고 공공 서비스가 약화되었다. 약화된 공공서비스는 곧바로 질적 개선을 위한 민영화 정책으로 전환됐고, 사회복지는 축소되었다. 부시 정부가 행한 공급 중시의 감세 정책은 결국 최상위 1%에게 중간 소비계층의 40배에 해당하는 세금 혜택을 누리게 했다. 이것은 물론 미국의 사정이다. 부시 정부의 경제 정책을 그대로 들여와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저자의 이름부터가 로버트 아닌가. 아, 라벗이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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