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필리파 피어스 지음, 에디트 그림, 김경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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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는 최근 발행된 신간이 아니라 이미 20년 전쯤에 글 책으로 발간되었던 책이다.

주변에는 읽어보신 분도 많으신 것 같은데, 나는 그래픽 노블로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역시. 내 추리가 맞았어!

톰이 정원에서 해티를 만나는 순간,

그웬 이모네에 도착한 톰이 인상 깊게 본 괘종시계와 그 괘종시계의 주인인 미스터리한 바살러뮤 부인이 떠올랐으니까.

나는 이 바살러뮤 부인이 해티일 것이라 확신했다.

 

 

톰과 문을 사이로 두고 만나는 해티와 바살러뮤 부인.

 

톰 입장에서는 너무 먼 미래의 해티를 만나 허무하고 당황스러운 만남일 구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바살러뮤 부인에게는 아주 오랜 추억을, 톰에게는 지난 며칠 동안의 추억을 공유하며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추억할 것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이 장면을 본 나는 아주 슬프고 짠한 마음이 들었다.

 

동생 피터가 홍역에 걸려 톰은 원치 않았지만 그웬 이모와 앨런 이모부네에서 여름 방학을 지내게 되었다.

정원이 없는 것도, 다세대 주택인 것도, 창살이 있는 창문도 톰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모부는 매사 진지하고 심각하고, 이모는 다정한 것 같지만 잔소리가 많고, 그다지 아이에게 관심은 없어보였다.

 

톰은 이모 집에서 보낼 방학이 너무나 무료할 것 같아 차라리 홍역이 걸렸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모 집에서 밤마다 일어나는 신기한 일들은 톰에게 호기심으로 다가와 즐거운 하루 하루를 만들어 주었다.

그건 톰의 표정만 봐도 훤히 드러난다.

 

 

그림이 너무 귀엽고 재미있어서 톰의 기분 변천 과정을 모아 보고 싶었다.

아주 다양하고 재미있는 표정이 많았지만, 특별한 상황에서는 톰의 표정만 모아 보았다.

책 읽는 시간 보다, 서평 쓰는 시간 보다, 표정 골라서 포토샵 하는데 시간을 더 쓴 것 같다.

 

 

엄마는 톰의 여름 방학을 시작부터 망쳐 버렸다고 미안해했지만

신비롭게도 13번 울리는 시계 종소리를 들은 이후 톰은

열흘만 더 있고 싶고, 결국에는 집에 가기 싫어지기까지 한다.

양자로 삼을까 하는 이모의 지나가는 말에도 눈이 똥그래지며 반응하니 말이다.

 

 

낮의 이모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톰과 해티의 밥의 정원에는

아름다운 꽃들과 나무가 있고,

해티의 은신처도 곳곳에 있고,

가끔은 거친 거위도, 신기한 나무가 있는 화원도 있고,

거대한 나무 '절벽'과 해티의 오두막이 지어진 '성 바오로 성당의 계단' 나무도 있다.

눈이 내린 겨울의 정원에서는 조금 많이 자란 해티와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

 

 

그리고 침실 벽장 바닥 밑에서 나온 해티의 스케이트.

그걸 꺼내 이모의 올리브유로 정성스레 기름칠을 해주는 톰을 보며 기특함과 애틋함이 느껴졌다.

 

 

이 책의 인물 중에서 가장 안쓰럽다 느낀 인물은 피터로,

그건 홍역에 걸렸거나, 형 없이 혼자 집에 남아 있어서가 아니다.

정원에서의 신비로운 일화를

형의 편지로 읽기만 할 뿐, 잠깐 투명인간처럼 일리의 대성당 탑에 나타난 것 말고는 같이 즐기 수 없었으니 말이다.

 

 

피터, 읽은 다음 태워!

 

 

영국에서 태어난 이 책의 원작자 필리파 피어스(1920~2006)는 20세기 가장 뛰어난 어린이 책 작가로 손꼽히며 이 책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로 카네기상을 받았다.

필리파 피어스의 책에는 어린이와 유령이 가득한데, 이는 영국 문학의 전통이라고 한다.

무섭지 않은 유령 아닌 유령과 모험심 강한 어린이가 이 책에도 등장한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를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시킨 에디트는 파리의 여러 잡지에 만화를 연재했으며, 현재는 어린이 책과 그래픽 노블에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나는 원작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의 그림과 표현이 좋았다.

글 책으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먼저 그림으로 접해서 읽는 내내 머릿속을 저 귀여운 홍조 섞인 주근깨 소년이 지배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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