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지음, 안진옥 옮기고 엮음 / 비엠케이(BMK)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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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44부터 쓰기 시작한 프리다 칼로의 일기

1995년, 그녀가 살았던 푸른 집 욕실에서 발견되었다.



 

책 뒤 날개 표지에 있는 옮기고 엮으신 '안진옥'님의 사진.

사진에 따로 설명이 없지만 건물의 외관색으로 보아 프리다 칼로푸른 집에서 찍으신 듯 하다. 



 


프리다에게 일기는 일상의 기록이라고 하기 보다는

하나의 카타르시스이며, 정신적 치료의 수단이며, 그녀의 예술세계과 정신세계의 집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런 가감 없이 그대로를 적고 그려 내려간 그녀의 일기가

타인들에게 읽혀질 줄, 무려 책으로 만들어져 널리 읽혀질 줄, 그녀는 알았을까?





 

도서출판 BMK에서 2016년 6월 8일에 출간된 이 책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표지마저 평범하지 않은 프리다 칼로, 그녀처럼 독특하다.


우리가 몰래 엿보는 것인지, 그녀가 우리를 지켜보는 것인지.

아무튼 그녀의 허락도 없이 일기를 훔쳐 보는 것만 같은 죄책감도 조금 생겼던 기발한 표지다.





이 책은 그녀의 푸른 집 박물관에서 그녀의 일기장을 실물 영접하여 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종이의 질감, 찢김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해석과 해설 페이지와 일기 이미지 페이지의 종이 재질이 다르지 않을진대, 마치 실제 일기장이 사이사이 들어있는 듯 바닥 색을 표현해서 일기장 이미지 부분을 볼 때 마다 손으로 쓸어보고 만져보게 되었다.






p.104 

 


"나는 내 현실을 그린다."

각색되거나 편집되지 않은 그녀의 일기를 읽다 보면 그녀의 육체적인 고통이, 끔찍한 일상, 애끓는 그리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프리다의 일기를 차지하고 있는 주된 테마가 사랑, 병마로 인한 좌절, 희망이기 때문이다.






일기의 시작. 

흐트러짐 없이 빼곡히 채워졌던 펜글씨와 선명하고 깔끔하게 그려지고 채색된 그림들은

일기장의 페이지가 더해질 수록 흐트러지고, 얼룩이 지고, 번지고 흐트러져

말미에는 같은 이의 필체라고는 안 보여질 정도로 힘겨움이 담겨있다.

1950년에서 1951년까지 약 1년 간 그녀는 일곱 번의 척추 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그 시기 동안에는 그녀의 일기가 없다.

1951년 11월 9일부터 1952년 11월 4일 사이도 마찬가지다.

그 때 역시 그녀의 건강이 좋지 않았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 이후 쓴 일기를 보면 처음의 그 반듯한 글씨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 보인다.

극심한 통증과 정신적 고통을 늘 안고 사는 그녀에게도 극복할 수 없는 극한의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프리다는 방이 늘 사람들로 붐빌만큼 사람을 좋아하고, 외로움을 많이 탔다.

일기 곳곳에 친구의 이름, 옛 연인의 이름, 혁명가들의 이름, 극진히 치료하고 간호해 주었던 의사와 간호사들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디에고...


p.79 p.99 p.112

 


그녀의 짧은 일생과, 일기, 작품 그 어느것도 디에고와 분리해서는 설명할 수 없을만큼

디에고는 그녀의 인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이 일기를 쓴 시기가 디에고와 사랑이 충만했음직도 한 결혼 시절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로부터 늘 외로움을 느끼고, 그래서 그리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외도를 일삼던 디에고와 헤어진 후의 일기다.

심지어 여동생과도 외도를 한 디에고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겪고, 이혼을 하고난 시기의 일기인 것이다.


다시 재결합을 했다고는 하나,

보는 내내 그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그를 위해 애쓰는 그녀의 마음은

열정적이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했다.






p264~266.

 


자살 충동에서 벗어난 즈음에 프리다가 쓴 일기.


기쁨과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이 느껴진다.

이 글에는 첫장에서 본 것과 같은 필체의 단정함은 없지만, 흥분과 즐거움, 환희가 느껴진다. 

앞으로의 삶을 기대하고, 주변의 지인들에게 감사하고, 이념에 대한 확신을 다지는 일기였다.







 


일기에 쓰여진 잉크 색과 그녀가 주고자 했던 메시지는 완벽히 연결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페이지 곳곳에 서로 다르게 다루어진 색들을 보면

글로 표현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이라는 또다른 그녀의 언어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박학다식함, 유려한 글솜씨, 작품에 비할 바 없는 그림들과 더불어

다양하고 의미있는 색감들이 한데 어우러져 '일기장'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고통스럽고 고독하고 외로운 인생의 말미에 프리다 칼로가 그린  '인생만세'




 

프리다 칼로 일기의 마지막 글.

그 글이 마지막이 될 것을 알기라도 한 것 처럼 완벽한 마무리 문구를 남겼다.


그녀는 정열적이고 강렬하게 뜨겁게 다가왔지만,

그녀가 지나가고 난 자리는 왠지 모를 외로움과 차가움, 쓸쓸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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