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 나가는 날 미래그림책 145
선자은 지음, 최현묵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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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너무 무거운 주제인 것 같아서, 편찮으신 어른이 계시다 보니 무서운 마음이 들어서, 서평을 신청하면서도 이게 잘하는 짓인가 고민했었다.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이별, 그중에 가장 힘든 이별, 죽음을 얘기하는 책이다 보니...

 

미래i아이의 그림책 시리즈는 패트리샤 폴라코의 할머니의 찻잔, 할머니의 조각보로 만난 적이 있다. 아주 거친 연필 스케치에 또렷한 채색에 반해서 두 시리즈를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그 두 책에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소중히 지켜 내려 했던 그들의 전통문화를 보여줬다.

 

이번에 읽은 상여 나가는 날역시, 비록 평소에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산 자와 죽은 자가 잘 헤어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보내주는 우리나라의 장례 전통이고, 장례 문화를 다룬 책이다.

 

요즘도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이나, 볼거리들이 많아 완전히 낯설거나 생소하지 않은데, 장례식의 경우에는 최근 그 형식이 간소화되고 바뀌다 보니 전통장례식’, ‘상여 행렬을 보지 못했다.

그런 요즘 사람들에게 이 책 상여 나가는 날은 우리나라 전통 장례의 형식과 차례, 그 이유를 상세하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고 슬프지 않게.

 

 

책 앞, 뒤표지를 펼쳐 보면 마을을 떠나는 상여 행렬 전체를 보여준다.

그림도, 푸르디 푸른 산과 오묘한 색의 하늘, 색색의 만장이 꽃상여만큼 화려하게 느껴진다.

 

비슷한 장면인데, 조금 다르게 표현됐다. 마치 영상 촬영을 낮은 언덕에서 찍은 장면(위 그림), 멀리 산등성이나 드론으로 촬영한 장면(표지 그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내용의 무거움과는 반비례하게 익살스럽게 그려져 있다.

죽음을 맞이한 박첨지는 물론이고, 3명의 저승사자마저도 개그 캐릭터 분장처럼 그려져 있어서 보는데 무섭기보다 웃겨 보였다.

 

 

 

이 책에는 장면 장면마다 장례 관련 용어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고 해도 사전을 찾거나, 검색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 꼭 물을 것만 같은 단어들을 빠트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지도 않고, 어렵지 않게 설명되어 있어 꼼꼼하게 읽고,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이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교훈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대목.

빈손으로 태어났다,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리는 삶이라도, 결국은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을 박첨지는 죽고 나서야 안 것이다.

 

 

 

 

살아생전 다른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고 가족에게까지 후하지 못하고 괴롭히고 심술을 부렸던 박첨지.

저승 가는 길, 그 길에서야 비로소 아내에게도, 못 미덥던 아들에게도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있을 때 잘하자는 식상하지만, 뼈 아픈 교훈이다.

 

 

 

 

 

 30년 전쯤 친할머니께서 병환으로 돌아가셨을 때 꽃상여를 봤었다.

시골 동네를 곡을 하며 돌던 상여는 할머니 집 근처 공터에서 멈춰 섰다. 초상집은 마치 잔칫집처럼 북적거리고 웃음소리가 났으며, 할머니 물건을 태워 버리기도 했다. 어린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상여 나가는 날을 읽은 우리 아이들은 초상집이 잔칫집 같은 것에 당황하지 않고 남은 가족이 큰 슬픔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고 또 죽지요. 죽음은 사람이 겪는 마지막 관문이에요. 어떤 죽음이냐에 따라, 또 어떤 시대이냐에 따라 그 방법은 다르지만, 상례를 치르는 마음은 같아요. 죽은 사람의 삶을 마무리하고 다른 세상에 가서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랍니다. - 

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건, 영원한 이별이라는 건, 생각만으로도 슬프고, 목이 메는 것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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