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공주 - 2018년 하반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11
별아래 지음, 지현경 그림 / 책고래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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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음을 다해 피우는 꽃, 궁중채화를 아시나요?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 행사때 청와대 만찬장을 궁중채화로 장식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채화'라는 단어는 그저 어떤 그림이려니, 하는 정도 였다. '채화'라 하여 머릿속에 그려진 건 단청의 아름다운 그림과 비슷한 그런 옛 그림이였으니.

 


「나비공주」를 읽다가 홍도화준벽도화준을 인터넷 검색으로 사진을 찾아보았더니 정말 이게 손으로 하나하나 만든건가 싶을 정도로 정교하고, 몇 날 몇 일, 아니 몇 달을 들였을 정성이 느껴졌다. 이런 아름다운 장식을 만들기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밀랍으로, 비단으로, 인두로, 풀을 먹이며 들였을 정성과 땀들이 어마어마 했겠구나, 새삼 느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도래는 아버지가 궁중채화장인데다가 어려서부터 손 끝 야물다 소문자자한, 어찌보면 '궁중채화'를 위해 태어난 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손 끝이 야무진 것은 물론, 지금 말로 하자면 센스를 타고나서, 누가 봐도 채화장인으로 자랄 아이라, 부모님도 당연히 가문의 숙명을 받아들일꺼라 생각했다. 부스스한 어머니 머리도 도래 손길이 닿았다 하면 곱디곱게 정돈되었고, 마마자국에 속상해 시집가기 전 눈물바람이었던 도래의 여동생 도희도 오라버니가 매만져 준 단정한 머리에 마음이 풀릴 정도로 도래는 솜씨가 있었다.

 

하지만 도래는 처음부터 자신의 재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채화장으로의 능력은 인정 받았지만, 일년에 한 두번 볼 까 말 까 할 정도로 식솔을 거두지 않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으니까. 그 운명을 피하려고 봇짐 장수가 되보려고까지 했던 도래는 손을 다친 아버지의 간곡한 설득과 회유에 결국 운명의 그 곳, 채화공방으로 가게 된다.

 

그렇게 궁궐에 들어가 도래가 만나는 건 첫사랑이자 어쩌면 나비공주일지도 모르는 정소 공주만은 아니다. 그렇게 마주하기를 거부하던 궁중채화 역시 정소공주의 청으로 금꿩의 다리와 망우초를 만들게 되며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부모를 걱정하며 드릴 선물을 청하는 정소공주와, 그 선물을 만들어 주며 채화에 대해 각별한 아버지의 마음을 하나씩 알아 가는 도래.


거부해 왔지만, 재능이 있었기에 몰입할 수 있었고, 누군가를 위해 만들게 되었으나, 결국은 본인의 재능과 정성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기쁘게 해 줄 수 있다는 경험은, 아버지가 단순히 사치스럽기만 한 꽃을 만들었음이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이다.

 

도래가 겨우 채화에 대해 익혀갈 때 쯤, 전국을 휩쓴 돌림병은 어머니와 누이에게는 평생 안고 살아야 할 마마 흉자국을 남겼고, 아버지는 채화장에서 죽음을 맞게 되었다. 도래의 첫사랑 정소공주 역시 돌림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었다.

 

 
다시 돌아간 궁궐에서 도래 는 곁을 멤돌며 나를 알아봐 달라는 작은 나비를 만난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자유로운 나비로 다시 태어난 정소 공주 인 것 마냥.


격식과 규율의 궁궐안에서 금지된 채화를 만지려고 한 공주 정소는 비로소 나비가 되어 마음껏 자유를 느끼며 행복해졌을 것만 같다.

 

 

꽃을 보면 시름을 잃게 되고 기뻐지지만, 시듦을 거스를 수 없어 사람들의 손으로 꽃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온 나라에 돌림병이 도는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채화장을 지키고 채화를 만든다는 것은 미련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지키며, 왕만을 위한,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사치스러운 꽃, 채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50번을 염색하고 말리고를 반복해야 얻을 수 있는 왕의 색, 대홍.
채화장의 열 발톱이 빠질 정도로 까치발을 서고 만들어야 했던, 화준.
그 고통 가득한 아름다움은 왕을 위한 것이라지만, 결국은 그것을 만드는 장인들의 짜릿한 예술품에 대한 열망의 완성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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