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콜버그의 호프집 - 통념을 깨는 윤리학
이한 지음 / 미토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윤리대로 살라고!! 말은 좋지. 세상이 어디 그렇나! 윤리를 입에 올리면 대뜸 이렇게 대꾸한다. 윤리대로 살자. 좋은 말이다. 그러나 윤리대로 사는게 어렵다. 그만큼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왠지 궁색하다. 어떤 규칙을 지키기 어렵다고 해서 그 규칙을 마냥 거부하나? 시험을 잘 치려면 몇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규칙을 지키기 힘들더라도 사람들은 기꺼이 지킨다. 윤리라고 뭐가 다른가. 윤리도 시험 잘 치는 규칙처럼 지키기 어렵다 해도 노력하면 된다.

윤리를 지키기 어렵다고 할 때 다른 이유가 더 있을 것 같다. 윤리적 삶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을 보니 장애가 무엇인지 알겠다. 먼저 사람들은 ‘사고’하지 않는다. 윤리에 맞는지 제대로 따지지 못한다. 행위의 근거를 대보라고 하면 남한테 들은 이야기를 한다. 또한 윤리적으로 사고하는 분위기가 없다. 대장이 하라는 대로 우루루 따라가는데 혼자 윤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 힘들다. 윤리적 사고가 힘을 얻으려면 쓸만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안이 없어도 윤리적 판단을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대안없는 평가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윤리적 판단에 머물지 말고 행할 수 있는 대안까지 주면 많은 사람이 윤리적 사고를 하도록 도울 수 있다.

저자. 세 가지 장애 가운데 두 가지는 확실하게 보여준다. 실제 사례를 하나씩 짚어가며 사람들이 얼마나 사고하지 않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단지 사고하지 않는다고 꾸중하지 않는다. 왜 이 생각이 잘못되었는지 논증한다. 논증을 따라가다 보면 얼마나 사고하지 않았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저자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윤리는 힘이 없음을 잘 안다. 그래서 대안까지 제시한다. 특히 징병제와 매춘 문제의 해법을 보라. 저자의 대안에 귀가 저절로 솔깃해진다.

한 가지가 빠져서 안타깝다. 윤리적으로 사고하는 분위기. 이건 저자가 마음대로 만들 수 없다. 사회 분위기가 책 하나로 금방 바뀌나. 그러나 이런 책을 써서 사람들의 생각에 도전하면 분위기가 바뀐다. 저자는 책을 써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 셈이다. 이 책이 이미 분위기 만들기에 한 몫한다. 이렇게 저자는 세 가지 장애를 훌륭히 치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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