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복제한다면
알린 주디스 클로츠코 지음,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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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부모가 태아라면..

복제 윤리를 다루기 위해 먼저 무엇을 물어야 할까? 저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권한다. "당신이 복제되었다고 생각해보라. 당신은 복제품이다. 그런데 당신 부모가 낙태된 태아라면 어떨까?" 이 질문은 상당히 뜻깊다. 보통 복제 윤리를 따질 때 나를 쏙 빼놓고 질문을 한다. 복제 아이를 입양했다면? 이런 질문도 어디까지나 나는 복제 인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면 내가 복제 인간이라면 어떨까? 그 때 기분이 어떨까? 특히 내 부모가 사실 낙태된 태아라면? 낙태시킨 태아의 세포핵을 사용하여 나를 만들었다면?

보통 영화를 보면 부모를 모르는 아이는 늘 부모를 찾는다. A.I 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부모에게 버림을 받는다. 그는 부모의 사랑을 다시 얻기 위해 요정을 찾아나선다. 복제인간 역시 나중에 부모를 찾을지 모른다. 그가 우리처럼 교육을 받고 자란다면 자연스레 부모가 누구인지 물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복제인간에게 탄생의 비밀을 말할 수 있을까? 탄생 이야기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이야기이다.  탄생 이야기는 내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그것이 하나 밖에 없는 정답은 아니지만. 

우리가 복제인간을 우리와 똑같이 키운다면 복제인간도 탄생이야기를 궁금해할 것이다. 도대체 나는 누구의 자식인가요? 그런데 복제인간은 우리와 같은 탄생 이야기를 가지기 힘들다. 어떤 복제인간은 아버지/어머니가 없으며 다른 복제인간은 갓난 아이가 부모이다. 이럴 때 그들은 탄생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일까? 아니면 정체성에 손상을 입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입양된 사람을 잠시 생각해보자. 그들은 유별난 탄생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그렇다면 복제인간도 이런 상처를 받기 쉽겠다. 내가 복제인간이라고 상상해보면 과연 나는 나의 탄생이야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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