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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건축이란 성역에 막 입문하려는 '그냥' 학생이다. 정말 문자 그대로 '시작'하려고 하는 지식은 없고 열정만 있는 그냥 학생이다. 주전공은 동양화, 복수전공으로 건축을 선택했지만 사실 진로는 건축디자인으로 설정한 -설정만 한- 그냥 학생인 나에게 '건축'이라는 아이콘만 누르면 쏟아지는 책폭포 속에서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과연 어느정도나 될까? 혹 누군가는 닥치는 대로 읽으라고 말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이들에게나 통할 수 있는 말이다. 나는 갑자기 막막해지고 울고싶어졌다.
하지만 필자가 이책 앞면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건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입문서' 이다. 나는 이책을 만난 것을 진심으로 행운이라 생각한다. 나같은 무지한 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준 필자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양념처럼 버무려진 위트에게도.
그냥 무심하게 -정말 무심하게, 지하철을 타고 풍경을 보듯- 보던 건물들이 어느새 건축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오늘 지하철을 타면서 절실히 느꼈다. 아, 저건 책에서 나왔던 부분인데! 라고 웃을 수 있는 심적여유가 생겼다. 새로운 것에 거의 강박증처럼 느꼈던 두려움이 재미로 바뀔 수 있었던 건 순수하게 이 책때문이라고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듯 말할 수 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아직 내가 못보고 놓치는 수 많은 것들은 과연 얼마나 많고,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하고, 또 두려움보다는 -아직도 어느정도 있긴 하지만- 그에 앞서 더 알아보고 싶은 열망을 가지게 해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아직 무식해서 그런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건축이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