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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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힘들지 않은 직장 생활은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신입사원 김가현

주임 이나정

과장 강다영

대표 최라희

이렇게 주르륵 이름만 줄을 세워 놓고 보아도

4명의 각기 다른 직급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희로애락이 느껴지면서

그간 지나간 나의 직장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갓 회사에 들어온 신입일 때는 신입이어서 모든 게 낯설고 힘들었고

일을 조금 배우고 난 주임이나 대리 직급에서는

일보다는 관계에서 오는 갈등이었다.

몇 해 일해 본 경험 때문이었을까?

이쯤이면 닥쳐올 일을 알기에 엄습하는 불안감도 한몫했다.

과장쯤이 되면 챙겨야 하는 팀원이 생겨나고

치고 올라오는 젊은 친구들,

늘 젊은 친구들을 이해 못 하는 경영진들 사이에서 샌드백이 되어버린 내 신세를 한탄하며 힘들어했다.

그 뒤로 대표가 되어보진 못했지만 그간 내가 쌓아둔 커리어가 한물간 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위치에서

여기도 저기 눈치 봐야 하는 설움 (물론 티를 내서도 안된다)으로

어디다 나의 약점을 쉬이 털어놓을 수도 없는 자발적 왕따로 홀로서기의 시간들..

그런 과거와 현재의 나와 같은 회사원에게

남을 헤치지 않는 작은 초능력이 생겨나

정말 터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잠시나마 뿅 하고 탈출구를 열어준 것 같은

작가의 귀여운 상상력은

나의 "그때"로 돌아가게 하는 타임머신 같은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누구나 겪어 봄직한 상황들

어떤 회사에라도 있을 것 만 같은 또라이 같은 상사들

내가 다는 회사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나를 의심해 봐야 한다는 웃지 못할 유행어들

정말이지 부당한 상황에도 할 말하지 못하는 고구마를 삼킨듯한 답답함

동시대를 사는 동병상련의 공감과

그래도 동료애로 이겨낸 시련을 시간들

(초능력이 발휘되며) 한 방을 날려주는 통쾌함

주인공들과 함께 느끼며 어느덧 순삭 하고 마지막 장에 다다랐을 때

나는 생각했다

과연 나는 그런 초능력 하나 없이 무엇으로 버텨왔을까?

결국 악으로 깡으로 나 스스로 그 시간을 메꾸어 온

진정한 '초능력자' 였다는 것을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는 초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여기까지 왔지~

나의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며

입가에 쓰으윽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 대견하다 ~ 잘 벼텼구나

그렇게 작가는 우리에게 티 안 나게 위안을 주려고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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