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나는 의사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며느리와 아내, 딸로서 그 모든 역할을 보란 듯이 잘해 내고 싶었다. 그런데 파킨슨병에 걸리고 나서 내 한계를 명확히 깨닫고 나자 모든 걸 잘하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을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내려놓으니 행복이 찾아왔다. 삶이 단순해진 것은 물론이다.
마흔두 살에 찾아온 파킨슨병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바꿀 수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삶이야말로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의방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을 떠올린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그러므로 남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듯, 나도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내 상처가 너무 아파서 힘들었듯이, 그도 내가 준 상처 때문에 많이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와 다른 상대의 감정을 최대한 공감하고 배려하며 상처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를 최소한으로 줄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