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내 상사가 나를 벌하기 위해 낭비하고 있는 죄 없는 불쌍한 나무들 생각에 차라리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유년 시절 보았던 일본의 숲을, 나처럼 별 볼일 없는 사람을 벌주기 위한 이유만으로 밑동까지 잘려 나간 단풍 나무. 삼나무, 은행나무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그러자 후 부키의 성씨가 숲이란 뜻이라는 게 생각났다. - P28
나는 욕지거리가 뭔지 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겪고 보니 예전엔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덴시 씨와나는 그가 미친 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듣고있어야 했다. 나는 아직도 어떤 게 더 최악이었는지, 내용이었는지 아니면 표현이었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내용은 정말 더없이 모욕적이었다. 느닷없이 내 불행의동반자가 된 그와 나는 온갖 욕설을 다 들었다. 우리들은배신자,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 사악하고 교활한 인간, 욕설의 절정인 - 개인주의자였다. - P34
너의 의무는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거야. 하지만네가 희생한다고 해서 그 대상이 행복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마. 그냥 그들이 너로 인해 부끄러워하지 않게 될따름이니까. 너 자신이 행복해질 기회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전혀 없어. - P77
자살과 땀흘리기 사이에서 망설이지 마. 땀 흘리는 게혐오스러운 만큼 피를 흘리는 것은 찬미할 일이거든. - P79
어떤 사람의 삶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발견하는 경우,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의 아찔한 기억들이남아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 P105
과거 일본 황실의 의전(儀典)에, 천황을 알현할 때는<두려움과 떨림>의 심정을 느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나는 사무라이 영화의 인물들이 보여 주는 모습에, 사무라이들이 초인적인 숭배의 감정으로 목소리가 녹아들면서 자신의 두목을 배알하는 모습에 그렇게 딱 부합하는 이 표현을 늘 끔찍이도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두려움의 가면을 쓰고 떨기 시작했다. 나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 처녀의 시선을 응시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당신이 볼 때 사람들이 쓰레기 수거하는 일에는 나를받아 줄까요?」 「물론이죠!」 그녀는 조금 지나칠 정도로 흥분해 말을했다. 그녀는 크게 한번 숨을 내쉬었다. 성공이었다. - P135
창문은 추한 불빛과 감탄을 자아내는 어둠 사이에 있는, 화장실과 무한(無限) 사이에 있는, 위생적인 것과 씻어 낼 수 없는 것 사이에 있는, 수세 장치와 하늘 사이에 있는 경계였다. 창문이 존재하는 한은, 세상 사람 누구라도 자신만의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 나는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내 몸이 떨어지는 것을 쳐다보았다. 창문으로 뛰어내리고픈 갈증이 해소되고 나자, 나는 유미모토 건물을 떠났다. 사람들은 나를 다시는 그곳에서 보지 못했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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