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소피, 도대체 나는 뭐가 문제인 걸까? 내가 너무 까다롭니? 난 그저 결혼을 위한 결혼은 하기 싫어.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사람, 더 심하게는 침묵을 나눌 수 없는 사람과 여생을 함께 보내는 것보다 더 외로운 일은 없다고 생각해. - P17

제 책이 어쩌다 건지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 P20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 P22

남은 방학 기간 동안 소피와 저는 다른 건 아무것도 않고 침대에서 해먹으로, 다시 안락의자로 자리를 옮겨가며 브론테 자매의 책만 읽어댔어요. 《제인 에어》 《아그네스 그레이》《셜리》<와일드펠 홀의 소유주》까지 모두 읽어치웠죠. - P97

‘지금껏 해온 것들이 그토록 사소한 일이란 말인가. 태양을즐기고 봄의 빛을 느끼고 사랑을 하고 생각을 하고 일을 하고진정한 우정을 쌓은 것이?‘ - P102

어쨌든 책이 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고 싶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까도 밝혔듯이 저에게 책은 단 한 권입니다. 세네카 말입니다. 그를 아십니까? 가상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설파한 로마 시대의철학자입니다. 역시 지루할 것 같지요? 하지만 그의 편지는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재기 발랄하지요. 글을 읽으며 웃을 수있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P139

아들 이언이 이집트 알라메인에서 죽었을 때(엘리의 아버지인 존과 함께 전사했지요) 조문객들이 찾아와 나를 위로한답시고 하는 말이 "삶은 계속되는 거예요"였어요. 엉터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연히 삶은 계속되지 않아요. 계속되는 건 죽음이죠. 이언은 이제 죽었고 내일도 내년에도 그 후로도 영원히 죽어 있을 테니까. 죽음에는 끝이 없어요. 하지만 어쩌면 슬픔에는 끝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P162

혹시 새로운 누군가에게 눈을 뜨거나 마음이 끌릴 때, 갑자기 어디를 가건 그 사람 이름이 튀어나오는 걸 알아챈 적이 있나요? 내 친구 소피는 그것을 우연이라 부르고 나와 친한 심플리스 목사님은 은총이라 하십니다. 목사님의 설명을 빌리면 새로운 사람이나 사물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 일종의 에너지를세상에 내뿜고, 그것이 ‘풍부한 결실‘을 끌어당긴다고 해요. - P180

응접실의 가장 큰 창문 곁으로 책상을 밀어놨어요. 이렇게해놓으니까 수시로 밖에 나가 절벽 위를 산책하고 싶은 충동이생긴다는 게 딱 하나 단점이라면 단점이죠. 5분만 흘러도 바다와 구름 모양이 달라져요. 그러니까 집 안에 있다가 뭔가 근사한 광경을 놓칠까 봐 노심초사라니까요. 오늘 아침 잠에서 깼을 때는 바다 위에 금화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더니, 지금은 온통 레몬색 장막으로 덮인 것 같네요. 작가는 내륙 깊숙이 아니면 도시의 쓰레기 하치장 바로 옆에 살아야 해요. 이도 저도 아니면 나보다 훨씬 독하게 맘을 먹든가. 그래야 책상 앞에 붙어서 일을 해치울 수 있다고요. 크리스 - P252

오빠, 엘리자베스도 나처럼 작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었나 봐요. 선반마다 조개껍데기, 새 깃털, 말린해초, 조약돌, 달걀껍데기 같은 것들이 놓여 있거든요. 동물 뼈도 있는데 박쥐 같아요. 하나같이 땅에서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것들이죠.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거나 모르고 밟아버릴 텐데 엘리자베스는 그걸 예쁘다고 생각해 집으로 가져왔어요. 그녀가 이런 수집품들을 보며 정물화를 그렸을까요? - P253

"당신이 상상하는 독일인과 비슷할 거예요. 키가 크고 금발이고 눈동자는 푸른색인. 다만 그는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지요." - P256

"그런 용기가 없는 편이 엘리자베스에겐 더 나았을 텐데."
그래요. 하지만 우리 모두에겐 더 나쁜 일이었겠죠. - P339

프랑스에서는 누구도 수용소 수감자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전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대. 친구는 물론이고 가족들조차. 그리고 그런 일은 빨리 잊을수록(다시 말해서 자기들이 그런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되면) 더 행복해지는 법이라고 생각한대. - P384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아요. 그렇죠, 줄리엣?
결코 충분치 못해요. - P392

사랑하는 이에게 책을 건넬 때마다, 책에 관한 질문을 던질때마다, "이 책이 재미있었다면 저 책도 분명 좋아할걸" 하고말할 때마다 우리의 문학회는 마법처럼 성장하고 풍성해진다. - 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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