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코는 손가락으로 몇 차례 머리를 쓸어 올렸다. 머리핀을 풀어놓고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숙이면 머리카락이 내려와서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
"아마도 우리는, 세상에 진 빚을 갚아야 했을 테니까." 하고 나오코는고개를 들고 말했다. "성장의 고통 같은 것을 말이야. 우리가 지불해야할 때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고지서가 이제야 돌아온 거야. - P191

"난 아침이 제일 좋아." 하고 나오코가 말했다. "모든 게 처음부터 새로시작되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점심때가 되면 슬퍼져. 저녁이 제일 싫고, 매일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당신들도 나처럼 나이를 먹는 거야. 아침이 오고 밤이 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말이야."하고 레이코 씨가 즐거운 듯이 말했다. "금방이야, 그런 거."
"하지만 레이코 언니는 즐기면서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걸요." 하고 나오코가 말했다.
"나이 드는 게 즐겁지는 않지만, 다시 한 번 젊어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하고 레이코 씨는 대답했다.
"왜 그런데요?" 하고 내가 물었다.
"귀찮으니까. 뻔한 거잖아." 하고 레이코 씨가 대답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프라우드 메리>를 휘파람으로 불면서 빗자루를 창고 속에 던져 넣고 문을 닫았다. - P200

"대부분의 일은 자기 혼자서 처리해버리는 사람이었어. 누구에게 의논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일이 거의 없었지. 특별히 자존심이 강해서 그런건 아니야. 그저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아, 아마도. 그리고 부모님도 거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 애는 내버려둬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야. 난 뭐든 언니와 의논했고, 언니는 언니대로 아주 친절하게많은 걸 내게 가르쳐줬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는 누구에게도 의논을 한 적이 없었어. 혼자서 처리했지. 화내는 일도 없고 기분 나빠하는 일도 없었어. 정말이야, 과장이 아니야. - P213

‘역시 혈통 탓인가봐 우리 집안 쪽의.’ - P214

"우리가 정상이라는 점은." 하고 레이코 씨가 말했다. "자신이 정상이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지."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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