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자."
"뭘?"
"나한테 일어난 일을 두고 농담을 하지 않는 사람들만 만나기로."
"설마 그러겠어?"
"할 거야. 복상사 농담을 할 거라고. 이렇게 심각했는데도."
"알았어. 만나는 사람을 줄이자. 나쁜 농담을 하는 사람들은 만나지 말자."
"그거면 됐어."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소은이 걱정 때문에 갸름해져 있었다. 창민은 속이 상했다. 손을 뻗어 소은의 자를 때가 지난 앞머리를 넘겨주었다. 귀 뒤로 넘겨주었지만 금방 다시 쏟아졌다. 소은의 앞머리가 자라는 정확한 속도를 알고 싶어졌다. 사랑하는 얼굴. 소은의 얼굴에 햇빛이 비췄다가, 구름이 그림자를 드리웠다가, 다시 햇빛이돌아올 때까지 그대로 보고 있고 싶었다. 눈을 최대한 깜빡이지 않으면서.
오늘도, 이어질 날도. - P281
면접은 이제 안 보니, 외출을 좀 하지 그러니, 너처럼 괜찮은 애가 왜 자리가 없을까, 그래도 네가 집에 있어서 덜 힘들었다, 고마웠다, 왜 미안한지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미안하다……… 할 말은많았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게임기 사줄까? 게임, 뭐 사줄까?"
딸이 에엥, 하는 표정으로 잠시 찬복을 올려다보았다.
"괜찮아요. 이제 적당히 할 거예요."
찬복은 냉장고에 가서 아이스크림 두개를 꺼냈다. 딸에게 하나를까서 입에 물려주고 뒤에서 그애가 게임하는 걸 조금 더 구경했다. - P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