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K가 사는 법 -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김택규 지음 / 더라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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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라인북스에서 '중국어 번역가' 책이 새로 나왔다.

중국어 번역가의 삶을 단순히 엿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궁금했는데,

번역출판 기획자로서의 노하우도 들어있다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읽고 싶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서평 이벤트에 참여했고,

운이 좋게도 따끈따끈한 신간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의 저자이자 중국어 번역가인 김택규 님이 <이혼지침서>를 번역한 분이라니!

<이혼지침서>는 내가 한국에서 구입한 첫 중국 소설이다.

십여 년 전, 중국의 최신 문학 작품을 우리나라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벅찬 마음으로 구입해서 읽은 기억이 있다.

푸른숲에서 나온 <아Q정전>과 글항아리의 <이중톈 중국사>도 이 분의 손을 거쳤다니

내가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다.

이 책은 김택규 번역가가 중국어 출판번역과 기획쪽으로 나아가게 된 과정이 담긴 책이다.

그런데 무언가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읽을 수록 출판번역과 기획 모두 점점 더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우선 중국어는 번역만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기획까지 하자니 아무런 인맥이나 꽌시도 없는 맨바닥에서 가능할까 싶었다.

게다가 다른 언어에 비해 중국어는 번역 가성비도 떨어지는 편이라고 하는데...

그러나 중국어 번역은 매력적이다.

글자 하나에 여러가지 뜻을 갖고 있는 중국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번역을 한다기보다 나의 언어를 가미하여 우리말로 풀어내는 재미가 있다.

김택규 님은 스스로를 생계형 번역가라고 했지만,

아마 누구보다도 이 일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넘겨짚어 본다.

'번역가'는 미래에 사라질 직업으로 항상 먼저 꼽힌다.

하지만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배경지식과 섬세한 뉘앙스'가 잘 드러난 세련된 문체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지 않을까?

게다가 지금 중국에서는 소설과 영화, 드라마 외에도 웹툰, 웹드라마 등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작품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기계 번역이 아니라, 번역가의 손을 거쳐 나온 양질의 작품이 훨씬 더 인정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책을 다 읽고나니,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욕구가 더 커졌다.

앞으로 책도 더 많이 읽고 글도 더 많이 쓰고,

또 독서모임에서 발제와 토론이 잘 이루어질 수 있게 해봐야겠다.

김택규 님의 또 다른 책 <번역가가 되는 법>도 얼른 읽어보고 싶다.


사실 출판번역가는 외국어 전문가라기보다는 모국어 전문가이며 나아가 어느정도는 ‘문장가‘라고 할 수 있다. - P7

발제와 독서와 토론이 잘 어우러진 독서 모임만큼 행복하고 매력적인 만남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번역도 근본적으로는 인류의 그런 지적 만남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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