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거인 - 어린이 책을 고르는 어른들을 위하여 바깥바람 10
최윤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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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면 다 좋은 거 아니에요?

책이니까 다 맞는 말일 거야.

어느 정도 보장은 되겠지.

아이들에게 나쁜 책이 어디 있겠어?

뭘 보여줘도 비슷할 거야.



아이를 위한 책을 고르기 위해 고민하기 전에는 "책이니까" 하는단순하게 책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첫 책을 고를 때는 그리 어렵지 않게 사들일 수 있었어요.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건 쓰레기책이야..



그 말을 듣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때를 잊지 못합니다.

그 말이 저를 뒤흔들어 놓았던 거죠.



'세상에 책을 쓰레기라고 칭하다니. 믿을 수 없는 잣대였습니다.'



물론 글을 쓴 저자의 생각이 내 생각과 다를 수 있다 쳐도,

어떤 확고함으로 책을 쓰레기라고 감히 칭할 수 있는지

그 확고함에 대해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지요.


도.

대.

체.



어떤 기준으로 그 확고함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나도 그 확고함을 지닐 수 있는지, 그 확고함은 도대체 누구의 기준인지, 그렇다면 좋은 책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책을 골라내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지요.




그렇게 엄마가 되고 나서야 시작된 고민과 갈증,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어요.




좋은 책을 골라내는 안목을 기르는 것.

그것이 첫 번째였어요.






아무것도 모를 때는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모르니까,

정해진 순리인 듯 몇 세엔  어떤 책을 사야 한다는 식의 전집 순서 목록들을 참고해서

남들이 좋다는 전집을 사들이거나,

남들이 말하는 유명한 책들은 나이 순서에 맞게

또 영역별로 채워주고, 빼주고를 반복하기도 했지요.





그 책이 아니면 우리 아이는 뒤떨어질 것 같은 불안함을 이용해서,

내 아이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책이기에

'교육적인' 책이어야 한다는 의식은,

특히 우리나라 엄마들에게 더 강하게 작용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결국 책도 상업적인 도구 중에 하나로 생각하고

돈벌이가 목적인 회사도 있을 텐데

그 부분을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었던 거죠.



책이라는 이유로 말이에요.






내가 읽을 책은 내 입맛에 맞는 걸 찾아보면 되는데,

내 아이에게 읽을 책은 어떤 책을 읽어줘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는 엄마들에게

아무래도 더 쉽게 영업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영역 하나로는 안 된다.

아직 3살도 안 된 아이에게 자연 관찰이 최고다..

우리 귀한 아이, 잘 클 수 있게 영역별로 다 넣어주세요.




이 세상 귀하지 않은 자식이 얼마나 있겠나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해서 몇백만 원씩 책을 사게 하는 곳도 있더란 말입니다.






예술을 감상하지 못하는가? 왜 이해하려고만 하는가..?

슬픈거인 중에서





그렇다면.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요?


이 질문에 앞서 생각해봅니다.




삶에 있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지, 어떤 고정관념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내 아이의 머릿속에 어떤 상식을, 어떤 의식을, 어떤 시각을 갖게 해주고 싶은지를요.





교육을 통해서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부모를 보고 그대로 습득하게 되는 인성,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그 기준의 가치 같은 것들이죠.




그 자연스러운 습득에서 오는 오류에 대해, 저자는 지적하고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골라 읽은 책 한 권에서 어떤 고정관념을 심어주게 되는지,

어떤 가치관을 심어주게 되는지, 나도 모르게 세뇌되듯 새겨지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지요.


아무 생각 없이 골랐는데,


우리 아이의 의식 속에 노력하지 않아도 왕자님만 만나면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혹은 해피엔딩으로 짤막해진 옛이야기에서 교훈보다 못한 변질한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면,

전하고자 했던 그 본질이 전달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는 거죠.




여러분은 책을 읽을 때 어떤 자세로 읽으시나요?

가령 아 맞아. 그렇지 그렇지~ 이렇게 읽히는 책들도 있고요.

어. 내 생각은 좀 다른데... 꼭 그렇진 않지. 라고 반문이 드는 책들도 있어요.

물론 위로받고 싶을 때는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을 골라 읽으면 되지만요.

저자가 강조하듯, 책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했던 것 같아요.




"작가는 죽고 시대는 변해도 작품은 남는다"




오랜 세월 동안 아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는 폐로나 그림 형제의 동화들, 그리고 안데르센 동화들의 매력은 세상이 아무리 더 바뀌어도 그대로 남을 것이며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자기 나름의 비판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텍스트 속으로 빠져드는 책벌레 책의 노예로 키울 것이 아니라, 빠져들어 간 텍스트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줄도 알고, 자기 생각과 책의 내용을 견줄 줄도 아는 책의 주인으로 키워야 한다." p79-80



책을 출판하기 쉬워진 요즘은 더더욱 좋은 책을 가려내야 할 안목이 더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어요.

너도나도 작가가 되어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요즘이니까요.

어떤 말이 진실이고 사실인지, 그 모든 말들 속에 믿어야 할 것들을 가려낼 줄 알아야

제대로 된 비판력을 갖게 되는 게 아닐까 싶거든요.






가짜 뉴스도 판을 치는 요즘,

가짜 뉴스 못지않은 가짜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을 테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더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외면해서는 안 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 예쁜 그림에 빠져있던 제가 그랬거든요.

예쁜 그림이 아니면 보고 싶지 않았고, 여자는 왕눈이에 여리여리한 풍성한 원피스에,

남자는 늘씬한 꽃미남이어야 하는 눈이 행복해야만 들여다보고 싶은 그림들만 가려 보기도 했어요.

커서도 내 취향과 반하는 그림이면 남들이 재밌다고 해도 들여다보기 싫더라고요.



어린 시절 저에게 지금 좋아하는 그림책을 보여주었더라면

과연 들여다보기나 했을까? 싶을 정도로

편식적인 취향을 갖고 있었던 거죠.

취향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존중해줄 수도 있겠지만,


마음을 열면 또 좋아질 수 있는 거더라고요.

저도 편식적인 취향을 깨부수기가 쉽지 않았지만

다독을 통해서 또 공부하면서 시야를 넓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책 육아하는 엄마들이 있으면


예쁜 그림만 보여주지 말라고, 엄마 취향으로만 골라서 보여주지 말고


어릴수록 더 골고루 보여주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더라고요.






어린 시절에 나도 모르게 박혀버린 책 속 이미지가


내 머릿속에 어떤 의식을 심어 놓았는지,

그림책 공부를 하면서 그 심각성을 깨우치기도 했는데요,



돌아보면 그 심각성을 알아차리면서

제가 그림책을 더 깊이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도 같아요.





어린이책, 그림책뿐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문화 속에 녹아든 것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보자면, 흑인의 이미지가 그렇지 않았냐는 거죠.




아이들의 그림책 속에, 아이들의 동화 속에, 미국 영화를 보아도


나쁜 갱 역할은 항상 흑인의 몫이었고, 그런 문화 속에서 자란 저는




(모든 흑인이 그렇지 않을진대)

내 곁을 흑인들이 지나가기라도 하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거나 뭔지 모를 두려움이 앞서더란 거죠.




물론 요즘 시대 젊은이들의 마음속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도 그렇다면 여전히 문화 속에 잠재하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1980년대에 태어난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가난은 흑인들의 표상이었고,

나도 모르게 차별의식을 새기게 되어버렸던 거죠.




저는 그런 이유로 아래 같은 그림책을 선호하기도 하고요.

일부러 찾아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흑인이 주인공인 책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요?






Yo! Yes?  크리스 라쉬카


Whistle for Willie 저자 에즈라 잭 키츠


피터의 의자 저자 에즈라 잭 키츠





문학작품이 현실을 반영하듯이 동화는 아이들의 현실을 반영하여야 한다.

동화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인 꿈의 나라도 현실과의 관련하에서 유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야 한다, <슬픈 거인> 중에서




예쁘고 착하고, 희생하는 것이 미덕으로 그려진 어린이책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문제 제기를 통해 어린이책을 어떻게 선별해야 하는지 그 분별력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옛이야기든, 명작이든 한가지 이야기로 상당히 많은 책을 찾아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아이들의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로 새겨지게 될 지를 고려해본다면

어떤 그림책을 선택해서 읽어줘야 할지 조금은 기준이 서지 않을까 싶어요.






구걸하는 소녀가 값비싼 옷처럼 보이는 예쁜 옷을 입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성냥을 판다면 간절해 보일까요?






글과 그림의 상호 관계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떤 그림을 선택 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엄마 이 여자애는 왜 웃고 있어?


슬픈데 왜 웃고 있지?"


어린 시절 하윤이의 말 노트






저는 옛이야기 그림책, 명작 그림책을 고를 때면 더 신중해집니다.






잘못된 그림으로 인해 아이가 질문하던 그때가 생각나거든요.

안목 없던 내가 책을 잘 못 골라왔구나, 아차 하던 순간이 있어서였을까요?

그림으로 인해 본질이 달라져 해석되어 버린 그림책들을 이미 봐버려서 그런 것일까요?






저에게 옛이야기 그림책은 아직도 어렵답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편이 생긴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한 번 더 확신하게 되는,




이제는 그림책을 짓기도 하는 사람으로

글과 그림에 조금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도

조금 더 책임감을 느끼고 한 글자, 그림 한 획을 그어야겠다는,

조금 더 무게감 있는 마음으로 그림책을 대해야겠다는

초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육과 상업만을 위해 책을 만드는 출판계에 던지는 적잖은 충고인 것 같아요.

많은 변화와 발전이 거듭되고 있는 요즘인 것 같지만,

또 그럼에도 무분별해지는 부분도  같거든요.





외면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이 충고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길 바라는 독자로,

이 저자의 메시지가 출판계에 진전하는 움직임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책마고우 책 수다



독서 동아리 - 바람의 아이들 꼬독단 8기로 <슬픈 거인> 책을 제공받아 활동하였습니다.


책 수다는 늘 함께라는 느낌을 줍니다. 나 혼자 읽은 책이지만, 같은 책을 읽고 나누면 어느 순간 우린 하나 됨을 느끼는 참 신기한 순간입니다.





유진희 - 처음 읽었을 때는 내가 생각하고 선택한 도서와 거리가 먼듯하여 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점차 읽을수록 저자의 뜻과 내 뜻이 다르지 않아 반가운 마음으로 확인하듯 읽었습니다. 내가 그림책을 선택할 때 비교적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을 언급해주셔서, 내 편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예시를 들어준 책들을 한번 찬찬히 다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박희경 선생님 - 엄마가 되고 욕심이 생기고 현실에 맞춰가는 내가 되어가려고 하는데 만난 이 책은 나의 이기심을 마음껏 흔들어 놓았어요. 불합리함과 맞서 싸우던 파이터였는데, 타협하는 나의 모습에 질려가던 차에 이 책을 만나 나의 예전의 모습으로 돌리게 된 계기가 되었고, 내 시선이 아닌 아이들이었던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결심을 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의 입장과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을 가진 어른으로 남고 싶어요.




유지희 선생님 - 어른이 되길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되고 우리 아이만큼은 괜찮은 어른의 모습이 되길 바라며 책 공부를 하는 우리는 슬픈 거인인 것 같아요.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수많은 책의 내용을 봐서는 고개가 갸웃거리긴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권예지 선생님 -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책을 이미 소장 중이라 슬픈 거인으로 책을 함께 선택해주셔서 먼저 감사드려요. <슬픈 거인> 제목도 제목이지만, 부제가 더 끌렸어요. <어린이책을 고르는 어른들을 위하여>



( 사실 멤버 모두가 부제에 이끌리듯 선택했지요. 흐흐흐 모두 공감하는 바-)



제목을 보며 생각하니 나 역시 집 나무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으로 어린이책을 읽는데요. 집 나무에 들어가고 싶고, 알고 싶은 마음으로, 그 길에 이 책을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과연 작가는 어디까지 어린이로 보는지 궁금합니다. 연령에 따른 권장 도서가 아니라, 어디까지 언제까지 내가 골라줄 수 있는지가 궁금해서요. 2000년에 초판된 책을 다시 출간했다고 하는데, 다시 출간하면서 2017년의 신간도 함께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한 줄은 집 나무에 들어가고 싶고 알고 싶은 마음에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백순주 선생님 - 그림책의 홍수에 빠진 요즘, 아이들과 부모가 한 번쯤 보면 큰 도움이 될 길잡이 같은 책인 것 같아요.



아이와 어른의 중간적인 어른이들의 마음속 슬픈 거인을 꺼내 보며 어른이 쓰는 어린이 문학은 어때야 하는지, 우리 아이들은 조금 더 제대로 된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는,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문제가 어린이 문학이구나 싶었어요.








책마고우 멤버들과 함께 나눈 책 수다

요약정리해놓으니 짤막해 보이지만, 더 깊이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하나 됨과 깊어짐을 함께 나누어 준 우리 멤버들.

찐사랑합니다..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꼬독단 서평단으로 뽑아주신


바람의 아이들 출판사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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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죽고 시대는 변해도 작품은 남는다"

오랜 세월동안 아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는 페로나 그림형제의 동화들, 그리고 안데르센 동화들의 매력은 세상이 아무리 더 바뀌어도 그대로 남을 것이며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자기 나름의 비판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텍스트 속으로 빠져드는 책벌레 책의 노예로 키울 것이 아니라, 빠져 들어간 텍스트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줄도 알고, 자기 생각과 책의 내용을 견줄 줄도 아는 책의 주인으로 키워야한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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