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 치즈가 좋아서 떠난 영국 치즈 여행기 유유자적 1
이민희 지음 / 크루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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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치즈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2007년 <민희, 치즈에 빠져 유럽을 누비다>의 책을 읽고 나서부터다. 해외에 잠시 머물기 위해 짐을 꾸릴 때도 이 책은 빠지지 않았다. (하도 읽다 보니 페이지가 떨어져 나가기도 했고, 커버가 찢기기도 해 다시 구입했을 정도였다) 그로부터 약 16년 뒤, 작가님의 새로운 책 <치즈>를 만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2013년의 여행기를 담은 책이었다. 긴 시간 동안 출판 작업 불발로 2023년 12월에 출판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좋았다. 출판된 것만으로도 다시 치즈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세상에 이민희 작가님의 새로운 이야기라니!' 온통 이 마음뿐이었다. 


노란 커버와 어울리는 치즈 사진 하나에도 나의 마음은 2007년으로 돌아가는 거 같았다. 이번엔 영국 전통 치즈 이야기였다. - 블루 스틸턴, 체더, 레드 레스터, 랭커셔, 글로스터, 몽고메리 체더 - 까지 색다른 치즈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흥분되었는데, 그보다도 작가님이 직접 차를 끌고 농가를 찾으며 치즈 만드는 과정을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체가 나에겐 힐링이자 큰 용기를 얻을 수 있는 포인트였다.


역시나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숙성실의 사진은 볼 때마다 경이로웠다.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자세한 설명과 사진을 통해 쾌쾌한 치즈 향이 느껴지기도 했다. 치즈를 진심으로 대하는 농장 사람들의 모습도 좋았다. 사실 모든 이야기가 다 좋았지만 [500년 전통의 퀵스 농장 치즈 '체더']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자주 맛보았던 체더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더불어 영국의 전통 버터인 '훼이 버터'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메리 퀵 그녀는 정말 멋졌다)


치즈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멋진 결과를 만들어낸 이민희 작가님. 글과 사진에는 그녀의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책을 덮으며 이대로 끝나는 게 정말 아쉬웠다. 작가님의 치즈 이야기라면 언제든 기다릴 수 있으니 또 다른 치즈 이야기가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영국 치즈의 대명사 체더 치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만드는 방법이 독특해서였다. ... 체더 치즈는 이런 자연스러운 껍질이 생성되게 두지 않는다. 대신 만드는 과정 중에 치즈 겉면을 천으로 감싼다. 모슬린muslin이라고 불리는 면직물인데, 이를 라드lard를 이용해 치즈에 붙인다. - P49

영국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만큼 많은 치즈와 전통의 치즈를 만나게 된 후 나는 스페인으로 돌아가지 않고 영국에 남기로 했다. 드디어 말이 통하는 곳에서 치즈 제조 과정에 대해 궁금한 것을 마음껏 물어볼 수 있게 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 P87

사흘 동안 플라스틱 고글을 끼고 숙성실에서 살다시피 하자 비로소 발효는 무조건 온도만 높인다고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며, 온도를 낮춘다고 멈추는 것도 아니라는 곰팡이균 활성의 미묘한 흐름을 깨닫게 해주고서야 치즈들은 마지막 9번 방으로 나를 보내 주었다. - P140

정말이지 치즈 만드는 일은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농장을 찾아다니며 매번 느끼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노동의 무게가 느껴질 정도다. - P223

우연한 전화 한 통으로 오게 된 스마트데어리는 100년이 넘은 기계들이 여전히 빛을 발하는 전통의 치즈 제조를 고집하는 곳이였다. 여느 치즈 제조장들보다 작업자 수가 적은 데다가 최소한의 전기만 사용하는 과정으로 고즈넉함이 곧 농장의 모습이었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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