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 일기 안온북스 사강 컬렉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백수린 옮김 / 안온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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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에 출간되었다가 절판이 된 이후로 찾아볼 수 없었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 <해독 일기>. 담담하면서도 깊은 통찰이 담긴 독특한 사강의 문장에 백수린 소설가의 번역이 더해져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글뿐만 아니라 20세기 프랑스 화단의 대표 화가인 베르나르 뷔페의 그림도 담겨있어 책의 분위기에서 더욱 '사강'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글을 읽으면 언제나 특유의 '시크함'을 느낀다. 같은 내용이라도 결말이라도 사강의 문체로 풀어내면 시크해질 것이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부드러운 감성은 사강의 글을 달콤씁쓸하게 만들어주는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통해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해독 일기>는 '1957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하고 난 후 진통 치료를 받던 중 치료제에 중독된 사강의 치유 일기'이다. 전반적으로 우울하며, 파격적이고 고통스러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글과 더불어 그림에서도 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극도의 고통과 고독 속에서도 책을 읽고 새로운 작품을 떠올렸던 그녀. 멈추지 않고 일기를 썼는데 대중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한 해독 일기를 쓴 것이었고, 이 일기를 통해 점점 자신을 구원했다.


사강의 글이지만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 <해독 일기>. 긴 글이 아님에도 그림과 함께 여러 번 정독하게 했다. (자신을 몰아넣는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쓴 그녀가 존경스러웠다) 조금은 난해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이번 책은 사강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안온북스의 '사강 컬렉션'이 쭉 이어지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제부터 나 자신과 맺는 행복한 관계는, 자연이 주는 육체적으로 편안하거나 고양되는 몇몇 순간과 다른 존재들을 제외하고, 오로지 문학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P25

이 끝없는 탐욕, 이 끝없는 호기심...... - P48

단편 소설을 써야지. 문제는 ‘계획‘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쪼그라든다는 사실이다. 비가 내린다. "아, 삶은 얼마나 느리고, 희망은 얼마나 격렬한가." 아, 아폴리네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나는 얼마나 지루한가. 그냥 도망쳐버릴까? 어쩌면. - P59

나는 왜 항상 상황 속으로 뛰어들지 못했던 걸까? - P75

나는 문학에서 발명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포크너를 읽으며 한 번도 진짜로 감동을 받은 적이 없는 이유다. 그가 만들어낸 괴물들은 나의 것이 아니고, 내 눈에 대서양은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마지막 문장이 무슨 말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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