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는 유니버스 - 고전 마니아가 사랑한 세기의 여주인공들
송은주 지음 / ㅁ(미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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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마니아가 사랑한 세기의 여주인공들'. 이 타이틀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제인 오스틴, 샬럿 브론테, 스콧 피츠제럴드 등이 탄생시킨, 내가 사랑한 여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이 얼마나 벅차고 설레는 일인지 - 그것도 많은 작품들을 번역해 온 번역가인 송은주 저자가 풀어가는 이야기라면 믿고 읽을 수 있다. :)



다양한 여주인공을 만나볼 수 있는 <드레스는 유니버스>. 이 여성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가득하다. 아름답고 애절하게 풀어간 이야기를 뒤집어서 현실적으로 바라본 시선을 들여다보자. '자존심 때문에 팔자를 꼬는 가난한 가정교사 제인 에어', '너무 착한 남편을 두고 불륜과 사치에 빠져버린 에마 보바리', '동생과 다르게 재미없는 삶을 이어가는 엘리너 대시우드' 등 어떻게 보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행동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강한 매력을 품고 있는 여성들이었다.


이 여성들을 점점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은 바로 그녀들이 살았던 '시대' 때문이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를 받았고, 인간으로서의 존중도 받지 못했던 시대에 그녀들이 선택했던 삶은 어찌 보면 살아가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또한 그녀들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또 선택하는 것을 보면 마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는 것도 더 느낄 수 있었다.


중점적으로 다룬 8명의 여주인공 외에도 40명의 여주인공을 정리한 '여주인공 큐레이션' 리스트도 수록되어 있으며, QR코드를 스캔하면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와 더불어 고전과 번역에 대한 이야기도 읽어볼 수 있는 책 <드레스는 유니버스>. 이런 의미 있는 책들이 더욱 출판되길 바라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담 보바리>는 내가 십 대 때부터 수십 번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던 몇몇 고전들 중 하나다. 나 또한 그러한 욕망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욕망에 휘둘리는 자신이 한심하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이 여전히 나를 미혹하기 때문에, 외우도록 읽는 <마담 보바리>를 다시 꺼내어 읽는다. - P44

제인이 펀딘에서 발을 멈추었다고 해서 그를 탓할 수만은 없다. 여자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독립을 꿈꾸었던 제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가 터를 잡고 앉은 곳에서 길은 우리, 후대의 독자들을 위해 다시 시작되었다. - P72

엘리너와 매리앤이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르게 되는 도덕적 성숙과 결혼이라는 결말은, 여성들의 행동과 선택이 많은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죽거나 절망하지 않고, 루시처럼 자신의 존엄을 버리고 비굴하게 굴복하지도 않은 채 자존을 지키며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성취로서 의미가 있다. - P102

캐리는 영원히 꿈꾸는 자, 채워지지 않는 갈망에 쫓기는 자의 초상이다. 살아 있는 한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고, 끝없이 바윗돌을 굴려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자신도 모를 무언가를 좇는 캐리의 모습이야말로 대도시에서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며 하루를 버티는 우리의 초상일지도 모른다. - P162

우리는 때때로 예기치 않았던 순간에, 아무 관심도 없었던 타인에게서 나의 숨겨진 얼굴을 언뜻 본다. 우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서로 만나고, 스쳐 지나가고, 얽힌다. 그 뜻밖의 사건을 가능케 하는 것이 문학이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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