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두 번째, 런던에 가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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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이렇게 완벽하게 삶의 새로운 챕터를 표현하는 문장이 또 있을까.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두 번째, 런던에 가다>는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의 후속작이다. 



주인공 '나'는 첫 책의 성공으로 문단에 입성하게 된다. 엄마이자 아내의 신분을 잠시 내려둔 채 런던 블룸즈버리에 집을 마련하며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문인들의 세계에 진출한다. 화려한 도시 생활에 설렌 것도 잠시뿐, 지방 소도시에서 살아온 그녀는 너무도 명확하게 촌스러운 티가 났다. 스타일부터 대화까지 그녀는 따라가기가 참 벅찼다. (그럼에도 그녀의 위트와 유머는 빛을 발한다) 그녀의 주변엔 런던 페미니스트 친구들이 생기는데, 그녀는 친구들과 다르게 (아무리 내려뒀다지만) 가정을 소홀히 할 수 없어 남편의 눈치를 보며 지내야 했다.


이 여인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현실'이기 때문이다. 마냥 성공의 길만 걸을 줄 알았지만, 그녀의 재정은 안정되지 못했고 입금도 느려 속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 또한 주변엔 이전과 다르게 더 독하고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등장해 그녀를 아찔하게 했다. (지금 이 시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빌런'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두 번째, 런던에 가다>도 100년 전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이야기와 많이 닮아있었다.


어느 정도의 만족을 느끼며 다시 엄마이자 아내의 신분으로 돌아가지만, 아주 기쁘게 돌아간 그녀. 하지만 머무르지 않았으며 더 다양한 사람들과 상황을 통해 자신의 세계도 확장했다. 앞으로 두 권의 이야기가 더 나온다고 하니 무척 기대된다. 그녀는 또 어떤 삶을 살게 될까?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동네 사람들 사이에 내가 자기 얘기를 책에 쓰는 게 아닐까 의심하는 듯한 기이하고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 - P10

밀크초콜릿 얘기를 들으니 자연스런 연상 작용으로 나도 모르게 아이들이 좋아하겠다고 대꾸한다. 그러자 에마는 서운한 얼굴로 묻는다. 그렇게 평생 애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부엌일이나 하면서 살 거야? 내가 별 수 없이 그게 좋다고 대꾸하자 열띠고 괴로운 토론이 이어진다. - P44

자신의 이중성보다 다른 사람의 이중성을 목격했을 때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뭘까? 도무지 모르겠다. - P98

왜 내 옷장에는 극지방에나 어울릴 법한 두툼한 옷 아니면 열대 지방에서 입을 법한 아주 얇은 옷만 있는 걸까? 도무지 적당한 옷은 존재하지 않는다. - P178

문득 기이하고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만약 내가 소설의 여주인공이었다면 최근에 일어난 빌과의 재회가 긴장 넘치는 서정적 이야기로 발전했을 테고 결국 체념하거나 (현대 소설이라면) 관습에 도전장을 내미는 쪽으로 결말이 났을 거라고 말이다. 늘 그렇듯 현실은 소설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기에 나는 잔뜩 쌓여 있는 집안일을 처리하기 위해 서둘러 안으로 들어간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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