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유내강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최은영 작가의 신작 <애쓰지 않아도>. 이번엔 짧은 소설집이었다. 각 이야기마다 대인관계 속의 마음의 상처가 잘 드러나있었는데, 이런 부분들이 제목 '애쓰지 않아도'와 참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소설이지만, 실제 있었을법한 이야기들. 우린 이런 마음들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겪어보지도 않은 채 하는 말들,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솔직하고 싶었던 상황, 터놓을 수 없었던 서운한 감정들, 서로 다름을 인정한 채 지켜본 것, 한계를 이겨내는 믿음, 어긋나는 타이밍들 - 까지 너무 깊지는 않지만, 희미한 흉터로 남아있을 법한 마음의 상처들과 담담히 풀어나가는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폭력'에 대한 의미가 좀 더 명확해졌다. '학대받은 아이가 자라서 학대하는 어린이 된다'는 식의 지하철 공익광고를 보고 상처받는 인물이 있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폭력을 보는 무심하고 게으른 시선이야말로 폭력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야기들을 통해 관계 또는 사회 속 폭력이 아무렇지 않게 우리 속에 스며들어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더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문장들에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더 사랑할 것이다" 이 문장의 여운이 당분간 맴돌 것 같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원히 용서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유나에 대한 나의 마음은 그게 어떤 모습이든 늘 과하고 넘친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이제 애쓰지 않아도 유나를 별다른 감정 없이 기억할 수 있다. 아마 영원히 그 애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알고 싶다. 유나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 애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 P32

우리는 겨우 저쪽의 세계를 상상해봐. 생명과 존엄조차도 공평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곳. 당신이 흘리는 눈물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 자기가 저지르는 일들이 반동이 되어 자기 자신을 해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그 때문에 그 세상에서 사라져야 했던 당신을. - P127

미리는 늘 자신의 문제로부터 도망쳤고 그것은 그녀의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다. 자신의 분노로부터, 불안으로부터, 슬픔으로부터 도망쳤고 최대한 과거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대신 미리는 일에 몰두했다. ... 일이 좋기도 했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면 공허함을 느꼈고 불안해졌으니까. - P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