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엉겅퀴 봄날의책 세계시인선 8
라이너 쿤체 지음, 전영애.박세인 옮김 / 봄날의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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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라이너 쿤체. 독일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기에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그의 시. (<은엉겅퀴>와 <나와 마주하는 시간> 외 다른 책들은 다 절판이다)



간혹 시를 읽다 보면 너무 어렵게 꽈놓은 문장과 단어에 집중할 수 없거나 시인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라이너 쿤체의 시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시는 쉽고, 친근하고 무엇보다도 정말 간결했다. 간결함 속 살아 숨 쉬는 그의 통찰력과 증언은 시를 더 매력적이게 만들었다.

<은엉겅퀴>는 그의 시들 중 가장 울림이 큰 작품 70여 편이 담겨있다. 그의 시는 특별하지 않지만, 일상 속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투영됐다. - 삶에 대한 성찰, 낮고도 따뜻한 본연의 목소리로 저항과 비판을 노래, 사랑, 시에 대한 깊은 성찰, 한국(2005년에 방문), 삶의 깊이 - 이렇게 여섯 묶음으로 나뉘었기에 좀 더 그의 시를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시집의 페이지는 왼쪽엔 독일어, 오른쪽엔 한국어로 되어있는데 독일어를 할 줄 모르지만, 본연의 시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적은 단어나 짧은 문장으로도 '예리한' 울림을 준 라이너 쿤체. 이 시집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개성과 깊이를. :)


인간이라는 말

어디든 인간이
인간에게
인간인 곳에서는 -

발언하라
그 말을

부끄러움을 위하여 - P29

어느 계절에나 가는 산보

팔에 팔을 낀 채
우리는 멀어져 가고 있다

어느 겨울날까지
한 사람의 옷소매 위에
눈만 내려 있을 날까지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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