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불멸의 스테디셀러!

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ㅣ 현대지성 클래식 13
이디스 해밀턴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4월

20세기 최고의 신화학자이자 스토리텔러인 이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너무나 유명한 전 세계 스테디셀러였지만,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이미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다른 저자들의 책을 읽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초판 발행 80주년 기념으로 현대지성 클래식의 개정판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볼 수 있었다. (컬러 도판 100장 포함이라 더욱 좋을 수밖에 없었다)

고대 그리스부터 20세기까지 총 100편의 예술 작품과 이야기가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아니 지루할 수가 없었다. 이전까지 알고 있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들은 맛보기에 불과한 것 같았다. 고전학자였던 해밀턴은 각색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제대로 살렸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저자는 고대 원전을 비교 분석했다. 그리고 각 이야기의 첫 부분에는 어떤 작가의 작품을 참고했으며, 그 작가의 특징과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도 써놓았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의 인물 분석이었다. 헤시오도스는 농부 출신이라 순수했으며 경건한 문체를 갖고 있었지만, 오비디우스는 도시 귀족 출신이라 세련되고 수사학적인 문체를 갖고 있었다는 등 이외에도 이야기에 나오는 다양한 현상을 저자는 너무나 알맞게 이해시켰다.

오랜 기간 고전을 연구한 저자에게 신화는 '판타지'가 아니라 '고대의 과학'이었다고 한다. 그랬기에 이런 어마어마한 전 세계 불멸의 스테디셀러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리스 로마 신화 중 최고의 작품만 선정된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제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하면 저자의 흥미로운 해석을 먼저 떠올릴 것 같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만물은 개별적인 인성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움직이고 변화하는 모든 것, 생명의 뚜렷한 특징을 이루는 모든 것을 의인화했다. ... 그런데 아직은 어렴풋하게 의인화되었으므로 자연은 움직임으로써 변화를 가져오고, 그럼으로써 살아 있는 거대하고 막연한 어떤 것이었다. - P111

설령 아테네인들이 정말로 테세우스를 추방한 것이라고 해도 그가 죽자 아테네인들은 다른 누구보다 그를 높이 추앙했다. - P286

"그만 두어라, 왕이여. 나는 아테나 여신이다.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배를 보내주어라. 지금 포세이돈도 바람을 잠재우고 있으니 곧 물살이 잠잠해질 것이다. 이피게네이아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신의 인도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그러니 그대도 화를 풀어라." - P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