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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단편선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9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1월
평점 :
"좋은 이야기는 저절로 써지지만 나쁜 이야기는 억지로 써야 한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말이다.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인 그의 문체와 묘사는 언제나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민음사에서 나온 두 번째 단편선엔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시작과 함께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 완성한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포함한 총 6편의 작품이 담겨있다.
그의 단편소설들은 당시 과소평가되거나 무시되는 경향이 많았다고 한다. (피츠제럴드의 팬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의 아내) '젤다'와 결혼 후 그는 언제나 돈에 쪼들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대중 잡지에 단편소설을 실었고, 많은 비평가들과 학자들은 그를 비판했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돈을 위해 썼다고는 할 수 없었다. 바로 그의 고백 ("나의 모든 이야기는 소설처럼 상상되며 특별한 감정과 경험을 요구한다.") 때문이다. (무엇이 되었든 그의 다양한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지 아니한가!)
이번에도 변함없이 작품들 속 배경은 1920-30년대 '재즈시대'였으며,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담았다. 돈과 부에 대한 열망과 강박이 잘 표현되었으며, 미국 북부와 남부의 문화 차이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속 사랑과 갈등까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엔 환상이 담겨있지만 언제나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읽히는 게 참 신기하다. 마치 정말 실화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그의 고백이 이해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더 읽고 싶어지는 그의 이야기들. 어서 남아있는 그의 단편소설들이 한국에도 출간되길 바란다.
태양이 그림물감통의 황금색 물감처럼 집을 적셨다. 군데군데 생겨난 그늘 덕에 흠뻑 햇빛을 머금은 광경이 더욱 강조되었다. 크고 우람한 나무들 뒤편에 버터워스와 라킨 가의 저택들이 숨어 있었다. 해퍼 가의 저택만 하루 종일 햇빛을 오롯이 받으며 흙먼지 날리는 도로변을 끈기 있게 지켰다. - P44
플라톤이 말하던 궁극적인 프리즘 같은 방에는 천장과 마루를 비롯해서 구석구석에 온갖 크기와 모양의 다이아몬드 덩어리가 박혀 있었다. 방은 구석에 서 있는 키 큰 자주색 램프들의 빛을 받아 백색으로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켰다. 인간의 바람이나 꿈을 초월해서, 그 자체를 제외하고는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백색이었다. - P143
알프스의 파노라마 경치 너머, 물러나는 폭풍의 후위인 검은 구름 띠 위로 달이 떠오르고 호수도 밝아졌다. 음악과 먼 불빛은 희망 같았고, 아이들이 사물을 바라볼 때의 매혹적인 거리 같았다. 넬슨과 니콜은 자신들의 삶이 그와 같았던 때를 마음속으로 돌이켜 보았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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