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
필리프 들레름 지음, 고봉만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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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소소한 것들이 감사해지는 순간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가 아닐까 싶다. 거창한 것이 아닌, 이렇게 작은 것들에 우리는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저자 필리프 들레름의 에세이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은 새로운 일상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반복되는 삶 (요즘은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갇혀있는 느낌이 든다) 속 무미건조한 일상을 해방하려면 꼭 일탈을 해야 하는 것이 공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너무나 당연했던 것과 거리를 두자 이제껏 반복해왔던 것들에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겨울 아침의 새벽 거리에서 먹는 갓 구운 크루아상, 맥주의 첫 모금 그 짜릿한 느낌, 작은 멜랑콜리가 찾아드는 일요일 저녁,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닷가에서 책 읽기, 땅거미 질 무렵 자전거 타기 등등 저자는 정말 자신이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평범하게 지내온 일상에서 작지만 보편적인 기쁨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서양문화이다 보니 조금은 어리둥절할 수가 있겠지만, 한국식으로 바꿔본다면 저자의 마음이 충분히 전해진다.


서른네 편의 이야기는 섬세한 단어를 통해 더욱더 우리의 지난 추억들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일상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넓은 마음을 준다. 저자의 "차가운 이른 아침을 걸으며, 약간의 식탐도 부리며 먹는 크루아상"은 나에겐 "이른 새벽, 창문을 열어 선선한 공기를 마시며, 큰 머그컵에 마시는 홍차"였다. 


심오하게 이해하지 않아도 애써 성찰하지 않아도 되며, 느긋한 마음으로 일상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행복. 이것으로도 삶은 충분할 것이다. :)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어쩌나. 당신은 이미 하루 중 가장 좋은 부분을 먹어버렸으니. - P10

엉겁결에 초대를 받으면 기분이 좋다. 속박에서 벗어나 몸이 몹시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다. - P47

우리는 잡다한 이 보물들을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벌써 가슴이 뿌듯하다. 지금부터는 이삭 줍는 마음으로 진열대에 있는 다른 보물들을 되는대로 주워야겠다 생각한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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