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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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 프랑수아즈 사강의 대표 소설전 중 하나인 <마음의 파수꾼>. 사랑 속에서 기대와 고통의 아이러니를 담은 소설이다. 흔히 볼 수 없는 맹목적이고 극단적인 사랑이야기엔 어떤 사강의 감성이 담겨있을까?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한 40대 여성 도로시와 영화사 대표이자 그녀보다 5살 어린 폴은 연인 사이이다. 어느 날 두 사람이 함께 탄 차에 젊은 청년 루이스가 마약에 취한 채 뛰어들게 되고, 그는 도로시의 집에 살게 되며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도로시는 그저 교통사고의 대가로 루이스를 보살피기 시작했지만 점점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다리가 나았음에도 나가지 않는 루이스를 독립시키기 위해 그녀는 직접 주선하여 그를 성공한 영화배우로 만들어주고 부자로도 만들어 주었다. 그럼에도 그는 결혼한 폴과 도로시에게 함께 살자고 한다. 더 이상한 건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죽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녀가 싫어하고 불쾌하게 느꼈던 사람들만.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약에 취해있던 루이스의 눈빛이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사강의 사람묘사와 심리묘사는 빠져들 수밖에 없다. (섬세한 문체는 말할 것도 없다) 순수한 친절이 사랑의 착각을 불러 일르키고, 순정 어린 사랑이지만 이중적이란 모순이 담겨있고, 모든 것을 알면서도 진실한 사랑이라 믿으며 눈 감아버리는 것. 이 복잡함 감정을 아무렇지 않게 물 흐르듯 한 호흡으로 읽게 만든 사강이 정말 대단했다.


도로시와 루이스, 결국 둘은 서로의 파수꾼이었다. 다 읽고 나니 <마음의 파수꾼>이라는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맹목적인 사랑이야기에도 사강은 역시 사강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는 내 손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들여다보았고, 나는 내 손이 루이스의 손가락 사이에서 뭔가 다른 특성을 지니게 되었기 때문에 들여다보았다. 그 손은 하나의 물체처럼 보였고, 더 이상 내 몸의 일부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전혀 동요하지 않고 내 손을 잡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33

나는 세심하게 손질한 묘지의 산책로를 한 번 더 걸었다. 나는 서로 너무나 다르지만 연약하고, 잔혹하고, 탐욕스럽고, 삶에 환멸을 느꼈다는 점에서는 공통분모를 가진 그들 세 사람을 그곳에 묻었다. - P97

이 조그만 세계는 내가 평생 동안 지켜온 너무나 평화롭고 너무나 즐거운 세계였다. 나는 망가져버린 내 삶을 슬퍼하며 눈물을 조금 흘렸고, 코를 훌쩍거리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옷을 입어야 했다. 어쨌건 그 피어슨 경관은 굉장히 잘생긴 남자였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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