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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직업 - 단절된 꿈을 글로 잇는 삶 ㅣ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유성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린 꿈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그저 옛 꿈이기에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를 찾아가는 직업>의 저자는 10여 년간 수학자의 아내이자 두 딸의 엄마로서 가정을 꾸리는 데 충실해왔다. '나'라는 존재가 지워져만 가는 초조함과 '엄마태만'이라는 사회의 시선에 위축되는 자신을 위로하고자 글을 썼다는 저자. 꿈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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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지만, 신춘문예에 '인증된' 작가의 책은 더욱 읽고 싶어 진다. 저자는 2021년 제9회 한경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되며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수학밖에 모르는 남편과 종일 곁에 맴도는 두 딸, 이사 간 신도시의 '엄마 커뮤니티'에서 소외됐던 날 등 이 모든 것들은 저자의 글쓰기 원동력이자 글감이 되었다고 한다. 책 커버 뒷면의 추천사도 인상적이었다. "그의 글은 에세이의 정석 같다. 흠도 없고 군더더기도 없다" 책을 읽고 난 뒤 난 이 추천사가 정말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동문학가였던 할아버지의 서재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학교에 다니며 미술에 눈을 뜨게 되었으며, 대학생이 되어 한국에서 불문학과에 진학하기까지. 저자의 곁엔 늘 글과 그림이 함께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른 나이에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게 되며 작가라는 꿈은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저자는 맞지 않는 글쓰기 강좌, 집안의 반대 등 수많은 시도 끝에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에게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자신의 잃어버린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엄마는 다 컸는데 왜 아직도 꿈이 있어?" 딸의 물음에 저자는 어떤 꿈은 나이가 들면 더 선명해지기도 하고 더 간절해지기도 한다고 대답해주었다고 한다. 잃어버린 꿈을 되찾는 과정과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 속 고뇌와 좌절이 담겨있는 에세이 <나를 찾아가는 직업>. 아직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에세이를 진심으로 공감하게 될 것이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달달한 사탕을 좋아하는 걸 보니 내 몸에 할아버지 피가 흐르는 것이 분명하다. 나중에, 오랜 후에, 그곳에서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되면 묻고 싶다. 내가 당신처럼 글 쓰는 직업에 몸담게 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 P31
‘엄마 이전에 나도 사람이야. 꿈을 꾸는 사람. 나도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고.‘ 집을 나설 때부터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이제 ‘엄마모드‘는 잠시 꺼놓아도 될 것 같아 휴대전화를 ‘매너모드‘로 바꾸려다가 아예 꺼버렸다. - P117
함수의 그래프처럼 차이가 클수록 유의미해진다는 주제로 쓴 [인테그랄]. 우리의 결혼 생활 그래프는 이제 무한정 넓어지지도, 소멸되지도 않는 적절한 평행선을 그리며 안정적인 면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이라는 변화무쌍한 구간에서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이 평행선 그래프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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