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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엄마와 딸, 모녀지간은 사랑하면서 미워하고 고마우면서 미안한 애증의 관계이다. 일본 문단을 뒤흔들었다는 화제의 신인 작가 '우사미 린'의 19세 데뷔작인 <엄마>는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이다. 열아홉 살 '우짱'이 본 엄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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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짱의 진짜 이름은 '우사기'이지만 자신을 우짱으로 부르기로 했다. 우짱은 어렸을 때부터 장래희망이 '엄마'라고 적을 만큼 엄마를 사랑했다. 그런 엄마도 동생 밋군과 우짱을 '엄마의 엔조(천사angel)'라고 불러주었다. 서로의 단어로 애정을 표현했던 모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행복과 멀어졌다. 바람이 나 집을 나간 아빠, 엄마가 태어났을 때부터 사랑을 주지 않았던 할머니 그리고 우짱, 자신을 낳았기에 엄마 자신을 잃어버린 엄마까지. 우짱은 모든 상황이 고통스러웠다.
자신을 포함해 온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스스로 무너지는 엄마 곁을 지켜주는 건 우짱뿐이었다. 너무나 사랑하지만 도망치고 싶은 관계이자 사랑하면서도 잃는 것이 두려운 관계. 오죽하면 우짱은 엄마의 아름다웠던 날들을 지켜주고 싶어 '낳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죄책감을 가지며) 사랑하는 우짱. 이 세상 모든 모녀지간의 심리가 잘 녹아있었다.
19세에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날카로운 표현이 가득 담긴 <엄마>. 딸들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이야기이다. '엄마'라는 단어에도 마음이 울컥한다면 이 이야기가 더 공감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렸을 때 우짱은 욕조에 금붕어 한 마리를 키운 적이 있어요. 아니요, 잿날에 잡은 것도 아니고 누가 키우라고 준 것도 아니에요. 하기야 과연 길렀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이제 와서는 심히 의심스럽긴 해요. 어쨌거나 정말로 잠깐이었으니까요. - P7
침묵은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등에서부터 따라옵니다. 이 고요함에서 벗어나려면 계속 걸어야 하지만, 쓰러진 수목을 넘거나 시야가 트여 빛이 쏟아지거나 하는 우연한 순간에 멈춰 서면 또 침묵이 찾아옵니다. - P111
엄마, 다시 외치려다가 목이 막혀 우는 소리가 끊기고 추한 숨소리만 들렸습니다. 우짱은 이 감각을 알고 있어요.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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