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지음, 백지민 옮김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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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80년대 사회주의 체제, 청년 '루드비크'는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농촌 활동에 참가한다. 수많은 사람들 중 단연코 눈에 띄었던 청년 '야누시'를 만난다. 어렸을 때부터 정체성에 혼란이 온 루드비크로서 야누시를 향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폴란드를 배경으로 퀴어 로맨스를 그린 이 소설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자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이 떠오르게 만든다. (팬이라면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우연히 강가에서 다시 마주쳐 친해지고 농촌 활동이 끝나고 둘은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서로를 향한 끝없는 사랑을 속삭이던 둘은 결국 사회주에 체제 속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엇갈리고 만다.


현재는 미국 뉴욕에 있는 루드비크가 지난날의 연인이었던 야누시를 그리고 편지를 쓰듯 이야기가 펼쳐지니 더욱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자꾸 비교하게 되지만 <그해, 여름 손님>보다 더 깊고 짙게 다가왔다. 서로를 알아보게 되는 계기부터 결국은 슬픈 결말을 맞게 되는 순간까지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다 좋았던 소설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억압 없는 자유로운 시대였다면,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졌을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이 소설의 결말이 이대로 끝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한 여름에 다시 읽고픈 소설이다. 올여름 다시 깊고 짙게 빠져봐야겠다.


네가 말을 멈췄고 우리의 시선이 잠시 다시 만났다. "너한테 계속 물어보려고 하고 있었어. 나랑 같이 갈래?" - P80

그러니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아무리 잔혹하고 지옥도 같은 참상이 펼쳐지더라도, 그 참상을 기록하고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저기 있는 한 의망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작디작은 불티에도 불은 붙는 법이니까. - P159

너희 둘은 팔짱을 끼고 걸어갔고, 그런 너를 나는 바라보았다. 손에는 불이 붙은 담배 한 개비를, 네가 내게 마지막으로 준 선물을 여전히 쥔 채로.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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