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무루(박서영)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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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여성, 프리랜서, 고양이 집사, 채식지향주의자, 그림책 읽는 어른. 딱 내 주변의 몇몇 지인들과 비슷한 성향과 신념이 담긴 단어를 보며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비록 난 이 다섯 가지 중 두 가지에 속하지만, 무척이나 읽고 싶었다. 왜냐면 난 그림책을 읽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



저자의 삶과 그림책을 엮은 이 에세이는 참 다정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의 안내자이기도 한 저자의 글을 통해 알고 있었던, 또는 몰랐던 그림책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이 책에 나온 그림책들은 꼭 읽고 소장하고 싶다) 책들의 내용과 짧지만 묵직한 여운을 주는 감동과 교훈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태어나는 마음과 삽질하는 마음', '혼자 서는 마음과 세상 끝에 가닿으려는 마음', '현실에 저항하고 판타지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할머니가 되기를 설레며 기다리는 마음' 이 마음들 속 고민도 (누구나 한 번쯤 아니 몇 번이고 했을 고민들) 따스하고 다정히 풀어내는 저자의 문장이 참 좋았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추천했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이제서야 읽은 게 너무나 후회되기도 했다. 언젠가 꼭 저자가 다른 주제로 쓴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다. 그 어떤 주제라도 저자의 문장이라면 다정할 테니까.


언젠가 나도 내가 스며들고 싶은 그런 완벽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찾을 수 있을까. 하스카프의 인생은 자신의 바람대로 완성되었다. 고작 벽이나 되려고 집도 가족도 다 떠난 거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되물을 수 있겠다. 사는 동안 그 속에 스며들고 싶다고, 하나가 되고 싶다고 간절히 느낄 만큼 완전한 것을 만나본 적이 있느냐고. 그런 것을 찾을 수 있다면 그만 한 기쁨은 없을 것 같다. - P43

숲이 있다. 고작 작은 블록 하나에 불과한 숲이다. 그 숲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설고 생경한 바람이 분다. 나는 생각한다. 그 바람이 아주 먼 곳에서 오래전부터 불었던 바람이면 좋겠다. - P106

아마도 어른이 된다는 건 모순과 부조리와 불행의 중력 속에서 힘껏 저항하는 경험을 하나씩 늘려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동시에 그럴 수 없는 순간을 맞게 되었을 때는 그것을 잘 감내하는 일이기도 할 테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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