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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 예술가를 매혹한 불멸의 빛 ㅣ 해시태그 아트북
헤일리 에드워즈 뒤자르댕 지음, 고선일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12월
평점 :
노란빛의 아우라를 뽐내는 '금'은 인류 역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나 다름없다. 아름다움과 영원을 상징하는 이 금이 예술과 만나면 어떻게 될까? 사실 예술 작품에 노란색은 언제나 많았지만, 그 색이 금을 뜻한다고 상상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인간이 금을 알게 된 순간부터, 금은 인간의 결함이자 희망이며 현실이자 어처구니없는 환상'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기에, 그간 지나쳤던 노란빛, 금빛 예술 작품들을 다시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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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금'을 인지하고 나니, 이전에 눈여겨봤었던 작품들의 분위기와 작품 속 사람의 표정들이 다르게 느껴진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좀 더 욕망이 드러나는 느낌이었고, 또 어떤 사람은 환희에 찬 모습이었다. 내가 본 작품들을 포함한 총 37개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책 <금>에서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작품부터 상상치도 못했던 작품까지 금과 관련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1부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걸작 18점을, 2부에는 덜 알려진 명작 19점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재해석하기도 했으며, 작품을 통해 금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 '황금비를 맞는 다나에', '검정과 금빛의 야상곡', '골드 마릴린 먼로'까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작품이 한 권에 수록되어있으니 눈이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어떠한 작품보다도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구스타프 클림트의 '입맞춤'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금색을 사용한 작품 중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며, 클림트의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그가 금을 사용하여 '입맞춤'이란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던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한다. 금은 영원한 물질이자 영원성의 상징이니, 정말 완벽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표지 또한 클림트의 작품이다. 클림트는 정말 금색을 사랑했을 것이다) 금색을 사용한 작품들 모두 사용된 양과 그려지거나 만들어진 모양 그리고 질감 등 너무나 다르고 다양하지만, 색깔 하나로 성스러움과, 풍요로움, 영원한 사랑과 타락 그리고 허영과 타락한 자본주의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다니, 금은 그 자체로도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하나의 아이콘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고대와 중세 미술에 조금 더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완벽한 디테일과 인간이 금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사실적인 묘사가 그 어떤 시대의 작품보다 더 완벽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현대미술로 갈수록 더 웅장하면서도 기발하면서도 심플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고대와 중세처럼 좀 더 깊게 표현되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본다. 그리고 분명하게도 앞으로 쭉 금은 예술계에서 빠질 수 없는 하나의 고유한 색 또는 물질이 될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기도 인간의 꿈을 보여주기도 할 텐데, 어느 쪽이 되더라도 신선한 충격과 빛나는 아우라를 보여줄 것이다. 우리를 놀라게 할 '금'빛 작품은 과연 어떤 게 될지 너무나 궁금하다. 또한 숨겨진 금과 관련된 작품들이 한국에 더 많이 소개되길 바라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 세상의 모든 문명에서 금은 가장 장엄하고 귀중한 표현물을 장식하는 데 쓰였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은 금을 세속적인 경제 수단인 금화처럼 이용하기로도 결정했다. 바로 여기서 인간의 딜레마가 발생했다. - P6
그는 유명인을 향한 대중의 집착, 그리고 작위적이고 날조된 것이지만 어쨌든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됨으로써 그 위험한 게임에 뛰어들었던 여배우의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볼 것을 권유한다. - P98
황금빛 신체, 어느 순간 멈춰버린 듯한 표정을 한 채 두껍게 화장한 얼굴로 이상화된 그는 이제 비현실적인 존재가 되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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