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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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작가의 에세이는 어떨까? 그것도 하나의 주제가 담긴 게 아닌 작가 자신만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 저자는 수상소감에서 소설을 쓰기 위해 '메일 답신을 쓰는 데 사용하는 문장도 아껴야 한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저자의 에세이는 특별하다.



저자의 에세이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저자의 이야기는 파주로 이사 후 코로나 19가 일상에 스며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저 지나가는 바쁜 일상을 담은 게 아닌 하나를 보거나 하나의 상황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을 담은 이야기였다. 원고노동자로서의 몸을 관리하는 법, 동거인을 마중 나가는 길에서 본 것, 집 앞 공터가 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것, 어린 조카들과의 추억 등 이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쓰여있으니 더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 사이엔 차별과 혐오에 관한 내용도 존재했다. 또한 '빨강머리 앤'을 다른 시각으로 본 이야기와 세월호가 저자에겐 어떤 의미인지, 오래전 저자가 겪은 폭력에 관한 것 등 다소 무겁지만 그 속에 담긴 위로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11편의 일기, 그 속에 담긴 저자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 행복한 기억도 아픈 기억도 담담히 써 내려간 이 일기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건강하시기를. 오랫동안 이 말을 마지막 인사로 써왔다. 불완전하고 모호하고 순진한 데다 공평하지 않은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늘 마음을 담아 썼다. 당신이 내내 건강하기를 바랐다. - P8

파도를 기다려. 모두 모여 바다를 등지고 서 있었으니 단체사진을 찍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어른들 중에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 고개를 돌려 바다 쪽을 보았다. 파도가 올 때까지 기다려. - P65

그즈음 일기에 자주 그렇게 적었다. 다른 말 없이, 이틀 연속으로 그것만 쓴 날도 있다. 다 사라졌다. 어제는 그 페이지를 열어두고 뭐가 사라졌을까, 생각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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