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도리스 되리 지음, 함미라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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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영화를 찾아서 보는 나에게 '파니핑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영화이다. 그 시절 감성과 스타일 그리고 유럽 영화의 독특한 연출이 깊은 여운을 남게 한다. 그런 영화의 감독이자 작가인 도리스 되리가 쓴 책 <미각의 번역>.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자와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주제인 '요리'. 그저 하나의 맛있는 음식이 탄생하는 과정으로만 생각된 단어가 저자를 만나 새롭게 재창조 되었다. 요리가 주는 영감이라니.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감각을 배우고 개인의 책임을 깨달았다는 도리스 되리. 효모, 문어, 아보카도, 자두 케이크, 꽈배기 식빵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재료와 음식들이 다 하나의 소소하고도 유쾌한 이야기가 되어버리니 쉽게 공감이 되면서도, 음식에 대한 적응과 이해를 다시 생각해봐야 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마냥 재미난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음식 하나에 윤리적 책임과 희생이 너무나 컸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며, 그것을 불편하지 않지만 폐부를 찌르듯 날카롭게 비판 아닌 비판도 담겨있었다. 꼭 맛있는 요리 레시피가 아니더라도 아주 색다르게 요리와 음식에 관한 글을 (그것도 유쾌한 문체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도리스 되리. 영화도 영화지만 그녀가 글을 더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문체라면 어떠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을 테니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직접 요리하는 한, 우리는 맛있는 음식과 아울러 문화도 만들어가는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 P47

"나폴리는 작은 천국이다. 모든 사람이 황홀경에 취한 듯 몰아의 상태 속에서 지낸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나 자신을 의식할 겨를도 없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피자는 한 조각도 먹어보지 못한 괴테가 한 말이다. - P154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알았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은 이빨 사이에 파슬리가 끼면 항상 그걸 말해준다는 걸. 지금까지도 나의 남편은 그렇게 한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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