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1년 8월
평점 :
남자로 태어나지 않은 걸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33살의 여자 엄주영은 엄마와 함께 산성마을에 있는 막걸리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다 화장실에 다녀온다. 그런데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웬 남자가 앉아있고 엄마와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군지 의문을 품은 채 옆자리에 앉았는데, 엄마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당혹스러웠지만 더 황당한 건 바로 엄마의 앞에 앉은 남자가 엄주영이라고 한다. 엄주영. 남자 엄주영?!

이 책의 주인공 여자 엄주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평행세계의 남자 엄주영을 만났다. 평범히 남다르지 않게 잘 살아온 본인과 달리 남자 엄주영은 소위 말하는 '깡패'처럼 살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나쁜 짓을 하고 다닌 남자 엄주영에게 무서운 것도 없었다. 그는 한 번 이혼했으며 두 번째 결혼을 준비 중이었다. 자신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던 여자 엄주영은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못된 남자 엄주영과 결혼할 여성의 앞날이 너무나 뻔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세계에서 절교했었던 친한 친구 은빈은 이 세계에서는 경찰이 되어있었는데, 그 은빈은 여자 엄주영을 끝내 믿어주었으며, 둘은 남자 엄주영의 결혼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친다.
생각보다 욕설이 많아 깜짝 놀라기도 했으며 폭력과 가스라이팅의 내용을 평행세계란 이야기에 담아내어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똑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다르게 성장한 여자 엄주영과 남자 엄주영은 서로의 대화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 안에서 발견한 작은 희망까지. 흔치 않은 평행세계라는 장르의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가 적절히 담겨있어 막걸리처럼 톡 쏘는 맛을 가진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저자의 다음 소설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가끔 지금 내 상황이 테트리스 같다는 생각을 해. 아주 많이 잘못 쌓인 블록들이 있을 때 긴 블록 하나가 내려오면 갑자기 앞날이 뻥 뚫리잖아. - P93
말이란 건 절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33년 동안 뼈에 사무치게 배우고 느꼈으면서도 또다시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 P1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