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아 있습니다 오늘의 젊은 문학 1
나푸름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푸름의 <아직 살아 있습니다>는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만든 '오늘 젊은 문학 시리즈'의 첫 소설이다. 오늘과 내일을 잇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젊은 소설가들의 장단편 소설을 엮은 시리즈이자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갈 작가들의 책이 기다려지는 만큼 저자의 책 <아직 살아 있습니다>는 강렬하게 나의 마음에 들어왔다.



2014년에 등단한 작품 <로드킬>부터 차근차근 발표한 작품이 담긴 <아직 살아 있습니다>. 표지로 봐서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한작품 한작품 읽어가며 이 책의 큰 틀은 초현실 세계와 SF란 것을 알 수 있었다. 9개의 작품 속 어느 하나도 아쉬운 인물이나 이야기가 없었다. 먼 미래지만 곧 닥칠 미래이자 지금 이 시대의 현실이나 다름없는 상황들. 풍자 가득한 이야기에 빠르게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신비롭게(?) 읽은 작품은 '메켈 정비공의 부탁'이었다. 미래의 인류는 기억을 사고팔기 시작하는데, 기억을 사고 싶은 사람은 판매하는 사람에게 따로 의뢰하기도 하는데, 의뢰를 받은 사람은 정작 자신만의 온전한 기억을 갖지 못하여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되는 내용이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대해 "기억 자체가 나를 구성하는 부분인 동시에 완전히 낯설어질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에 주목했어요."라고 말했다. 이 생각만으로도 이러한 작품이 나온다는 게 정말 놀랍고, 역시 주목받을만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이 갔던 작품은 '목요일 사교클럽'이었다. 50대를 앞둔 여성이자 독신 생활을 추구했던 여성 주인공. 그녀는 '장'이라는 남자를 만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정말 사랑이었을지, 단순한 변화를 꿈꾼 것이 아니었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왠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폴'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며, 그로 인해 달라지게 되는 선택들이 먼 미래의 나에게도 다가올 것이란 생각이 담담하게 들었다.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로 재미와 많은 생각을 가져다준 <아직 살아 있습니다>. 저자의 발상과 가치관이 가득 담긴 다음 소설이 벌써 기다려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박 대리는 우리의 웃음소리에 크게 안심한 듯 웃어 보였다. 나는 박대리의 웃음이 순간 그가 더미라는 것을 잊게 할 정도로 인간적으로 느껴져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다. - P17

너는 네가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도 인간적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어. 그 모든 감각은 온전히 너의 것인 적이 없었어. 너는 너에게 남겨진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몰랐어. - P142

그녀는 이제 고개를 돌려 제 앞의 사람들을 똑바로 보았다. 익숙한 이들의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무료한 듯 마음에 없는 웃음을 짓거나 권태로운 표정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다. - P2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