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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롱 - 나의 친밀한 보호자
로라 모리아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수첩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샤프롱'이란 젊은 여자가 사교장에 나갈 때 따라가서 보살펴 주는 사람이며 대개는 나이가 많은 부인이라는 프랑스어이다. 하지만 이 책은 1920년대 미국에서 살고 있던 두 여성의 삶을 담고 있다. <샤프롱 : 나의 친밀한 보호자>라는 제목처럼 두 여성은 서로의 친밀한 보호자임이 틀림없었다. 온갖 극찬과 함께 언론의 추천도 받았고, 영화화도 된 이 책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사람들이 몰래 술을 만들고, 여성이 코르셋을 입지 않으면 손가락질을 받았다는 1922년대의 미국. 보수적이며 조용했던 '코라'는 이웃집의 딸 '루이스'의 동행 보호자를 구한다는 소식에 자신의 옛 기억을 되살리고 과거를 알기 위해 단번에 지원한다. 코라는 서른여섯 살이었고, 루이스는 열다섯 살이었다. 그제야 샤프롱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무려 스물한 살 차이가 나는 두 여성이 그린 우정은 그 어느 우정보다 뜨거웠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안고 사는 코라와 남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코웃음 치며 당당하지만, 내면엔 불안이 가득한 루이스. 두 여성은 뉴욕에서 서로의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서로를 알아갈수록 또 각자의 욕망을 알아갈수록 두 여성의 삶은 변해가고 있었다. 단 5주의 시간이었지만, 그들은 몇십 년 후에도 서로가 힘들 때마다 함께했으며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고, 그만큼 살아갈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약 600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었지만, 그녀들의 이야기가 끝이 나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좀 더 둘이 함께하는 모습과 대화를 느끼고 싶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해 여름은 루이스와 나, 우리의 삶을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라는 문장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거 같아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번 해 여름, 나에게도 이런 우정이 또 이런 순간이 다가와 나의 삶을 영원히 바꾸어 놓을까? 내심 기대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루이스는 창문에 몸을 기댔다. 뺨이 붉게 상기되고 눈이 반짝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속에서 루이스가 어떻게 움직이든, 그 빛은 아이의 얼굴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 P109
코라의 마음 한구석에는 루이스에게 주의를 주어야 한다고, 인생이 꼭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미리 일러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실망할 경우를 대비한 준비라고 해도 좋았다. - P312
그녀가 사랑하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나이를 먹으면 가면을 벗게 된다는 말. - P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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