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당신들
이주옥 지음 / 수필과비평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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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편안한 마음으로 잠시 쉬어가며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수필집 한 권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비오는 날에는 세상이 온통 비에 젖어 싱거워졌으니 '믹스커피'를 마신다는 저자 이주옥의 수필집 <세상의 당신들>이다. 읽을수록 여자로서,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한 여자의 일생을 들여다보고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느끼는 소소한 경험도 그녀의 표현에서는 하나의 우주로 탄생이 되며, 우리에겐 평범한 생각이 그녀에게는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하나의 영감이 되었다.



지방신문에 오랜 기간 기고를 한 그녀답게 그녀의 문장에는 내공이 가득했다. 이 책이 그녀의 첫 책이라지만, 담백하면서도 알찬 표현과 무엇보다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그녀의 이야기가 정말 좋았다. 그녀의 당신들은 자신이 될 수도, 가족이 될 수도, 지인이 될 수도 있었다. 모든 순간 애정이 담겼기에 그들의 존재는 그녀에게 보물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다. 그녀의 문장에서 엄마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아마도 이 수필집을 읽은 사람들 모두 그렇게 느꼈으리라.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건지, 헤매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과 불안이 들 때가 있다. 그녀도 이러한 과정을 겪었고, 그 경험과 자신의 깨달음을 이 수필집에 담았다. 그녀는 다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고 앞으로의 선택에 신중해지고 혹여 잘못 선택했더라도 제 길을 찾아 다시 달리라는 인생선배가 되어주기도 했다. 그녀의 일상 자체가 큰 웃음을 주기도 했으며 큰 위로가 되기도 했다. 오랜만에 참 편안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마주해 미소가 지어지고 쉬어갈 수 있었다. 그녀의 또 다른 수필집이 나오길 소망해본다. 그녀의 따스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꼭 올 것이기에.


*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아파트 거실 유리창 너머로 감나무를 바라보는 것만도 축복이라 할 것이니 더 바라는 것도 욕심이리라. - P46

여든 살과 쉰 살의 두 여인 사이에 가로놓인 삼십여 년의 간격은 너무나 먼 길이지만 아마 새벽이 밝아올 때쯤이면 분명 한 걸음쯤으로 아니 한 뼘쯤으로 좁혀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길에서 가장 아름답고 명쾌한 정의를 내릴지도 모르겠다. 사는 것, 그까짓 거 별거 아니라고. - P137

관계에 가로놓인 모든 거리를 순식간에 잡아당겨 좁히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서로를 향해 발을 떼고 몸을 가까이하면서 마음까지 겹쳐보는 것, 그런 포옹의 시간 속에서 삶은 조금 더 따숩고 편안해지리라.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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