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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평점 :
'모든 문학 속 인물이 모든 독자의 동반자로 선택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인물들만이 오랜 세월 우리와 동행한다.' 도서관을 사랑하게 만드는 작가라 불리는 책의 수호자이자 <끝내주는 괴물들>의 저자 알베르토 망겔의 말이다. 그가 직접 그린 캐릭터가 담긴 37편의 에세이는 우리가 이제껏 알고 있는 또는 소홀히 넘겨버린 다양한 장르의 주인공부터 조역까지 각양각색으로 등장한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선정 기준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곧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들이며, 이들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라고. 과연 난 37개의 캐릭터 중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까?

사실 읽어가며 조금은 독특한 책이라는 게 분명하게 느껴졌다. 저자의 이야기 흐름이나 표현방식이 독특하다고나 할까. 이내 적응하며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37개의 캐릭터는 분명 그가 애정하고 사랑하는 캐릭터임이 분명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살려 주인공답게 재탄생시키는가 하면, 예전 명성과는 다르게 현재는 꽃 같은 외모에 다크한 매력을 겸비한 캐릭터로 전락했지만 존재 이유는 여전히 같다는 통찰력도 보여주었는데, 바로 '드라큘라' 편이 그러하였다. '소설가와 영화 제작자들이 아무리 드라큘라라는 이름 대신 온갖 가명을 지어내도, 앤 라이스와 스테프니 메이어가 아무리 새로운 모험을 상상해내도, 막스 슈레크 벨라 루고시, 톰 크루즈가 그의 외모를 아무리 다양하게 재구성해도 그의 존재는 그대로다. 우리는 드라큘라 백작이 이 암울한 시대에 필수 불가결한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드라큘라에 관한 책 또는 영화나 드라마가 나올지 또 그걸 보며 저자가 어떻게 반응할지 벌써 궁금하다.
그는 날카롭게 캐릭터를 분석하고 재탄생 시켰다. 아직 마주하지 못한 캐릭터들을 미리 알아버린 느낌도 있어 나중에 그 캐릭터를 볼 때 선입견이 생길까 걱정도 되었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에게도 몰입이 되겠지만 이야기의 맛을 더해주는 조연에게도 몰입이 되니 더 재밌게 볼 수가 있으며 내용이 머릿속에 더 확실히 각인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분명 이 캐릭터들이 괴물들이라 소개하였지만, 어찌 보면 우리의 내면과 가장 많이 닮은 하나의 감정과도 같았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과 아니 나의 내면과 비슷한 캐릭터들이 하나가 아닌 여러 명이었다. 저자가 멋지게 재탄생 시켜 나름 뿌듯(?)한 순간이었다. :) 앞으로 저자처럼 캐릭터 하나에 애정을 가져봐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열정, 상상력, 독창성, 매력 ... 보바리 씨는 이 모든 것을 갖추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 - P35
오늘날 공항 수속과 보안절차를 둘러싼 히스테리에 대해서라곤 상상도 못 했을 그는 "희망을 갖고 여행하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한 바 있다. 셰계를 여행하고, 이국의 풍경을 보고, 색다른 사람들과 풍습을 발견하는 것은 매혹적인 모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최고의 교육으로서 예로부터 늘 권장되었다. - P103
프랑켄슈타인이 수많은 사람을 짜깁기해 만든 괴물은 적어도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 자신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엄두도 못 내는 무언가를 비춰 보이는 거울 말이다. 우리가 그를 두려워하는 까닭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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